남미에서 36년만에 열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남미 팀들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2승째를 거두고 있는 콜롬비아 대표팀의 활약이 눈에 띈다. 빠른 공수 전환, 역습 시에 보여주는 순간적인 집중력, 조직력까지 잘 다듬어져 있어 8강 이상의 성적도 기대가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포 라다멜 팔카오 가르시아의 공백으로 콜롬비아의 공격력이 약해질 거라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지역예선에서 짠물수비를 보여준 그리스, 아프리카의 강호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5골을 넣었다. 팔카오 공백으로 인한공격력 약화가 기우임을 경기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더불어 두 경기 연속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자국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플러스 알파효과를 내고 있다.

남미 지역예선에서 아르헨티나의뒤를 이어 2위, 피파랭킹 8위인 콜롬비아는 C조에서 시드배정을 받으며 일찍이 대활약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커피 재배자들'(Cafeteros –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의 애칭)은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우승후보로손꼽히던 드림 팀은 당시 우승을 일구었던 브라질이 아니었다. 펠레는 당시 미국 월드컵 우승 후보로 '콜롬비아'를 지목했다(콜롬비아는 지역예선에서 마라도나가 버티는 아르헨티나를 홈에서 2-1, 원정에서 5-0이라는압도적인 스코어로 격파한다. 당시 콜롬비아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콜롬비아 대표팀이 지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성적(16강)을 넘어 우승까지도 이루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큰 기대에 따른 부담감 때문인지 콜롬비아는 첫 경기 루마니아 전에서 1-3으로 패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인 미국 전에서는 콜롬비아 축구 역사상 가장 잔인한 일이 벌어졌다. 아틀레티코 나시오날 소속의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자기팀 골 문으로 자살 골을 넣은 것이다. 골 문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걷어내려던것이 애꿎게도 골 문을 향해 빨려 들어간 것이다. 결국 콜롬비아는 1승2패의 성적으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게 된다.

콜롬비아의 탈락이 자신의 탓인양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귀국한 에스코바르는 7월 2일 고향메데진의 한 주점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다. 전세계 축구팬들은 이 소식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일어난 실수를 이유로 이렇게 사람을 살해하는 일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일이었기 때문이다. 메데진 마약조직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던 에스코바르는 결국 고향에서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블래터회장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애도를 표했다.

비록 다음 대회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만 다시 한번 1승 2패라는 성적으로 16강에 진출에 실패한다. 이후 끊임없이 추락한 콜롬비아 대표팀은 16년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치욕을 맛보게 된다.

1994년 월드컵 예선탈락에도 불구하고 90년대콜롬비아 축구는 황금기를 구가했었다. 우리에게 사자머리로 익숙한 카를로스 발데라마(Carlos Valderrama), 스콜피온킥으로 신들린 방어를 보인 레네 이기타(Rene Higuita – 마약복용혐의로 인해 안타깝게도 94년미국 월드컵에 출장하지는 못했다), 레알마드리드에서 활약한 바 있는 콜롬비아 특급 공격수 프레디 린콘(Freddy Rincón), 폭풍 드리블러 파우스티노 아스프리야(faustinoasprilla), 콜롬비아 90년대 황금세대를 같이 이끈 레오넬 알바레즈(Leonel Álvarez) 등등 당시 콜롬비아 스쿼드 면면을 살펴보면 드림 팀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특히 원정에서 브라질과 남미최강을 다투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5-0의 대승을 거두며 세계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올해 초 대표팀은 물론 콜롬비아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전해진다. 팀의 주포인 팔카오가 소속팀 모나코 경기 중 부상을 입은 것이다. 부상을 입은 뒤 팔카오는 자신이 뛰던 FC포르투가 있는 포르투갈로날아가 치료를 받았다. 월드컵 전까지 많은 콜롬비아 국민들은 팔카오의 회복을 기원했고 팔카오 자신도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월드컵 출전이 어려워졌고 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월드컵진출조차 불투명했던 콜롬비아를 거의 원맨쇼로 본선까지 이끈 장본인 팔카오가 정작 월드컵에 나오지 못하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콜롬비아가 팔카오 한선수만으로 지금의 수준 및 피파랭킹 8위(최근 피파랭킹 최고순위3위 – 2013.06)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팔카오를 제외하고도 FC포르투의 주전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즈, 팔카오와 함께 AS모나코에서 활약하고 있는 떠오로는 신성 하메스 로드리게스, 인터밀란의미드필더 구아린, 전원 이탈리아 클럽에서 활약 중인 수비진을 진두 지휘하는 마리오 예페스까지 쟁쟁한 선수들로 스쿼드가 채워져 있다.

콜롬비아가 가진 인종의 다양성은 콜롬비아팀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콜롬비아는 남미에서도 특이하게 흑인(정확히는 물라토)/백민/메스티소(혼혈)의 비율이 고루 분포하는 나라이다. 대표팀을 보아도 다양한 인종의선수들이 한데 팀을 이루고 있다. 백인의 힘, 흑인의 빠른 순간반응 그리고 메스티소의 발 재간까지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공·수 양면에서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다.

화룡점정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명장 호세 페케르만 감독의 뛰어난 전술이다. 2승을 챙기며 16강행을 확정 지은 대표팀이 콜롬비아 국가의 가사처럼'불멸의 영광'(gloria inmarcesible)을 이루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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