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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김애란 외 지음, 문학동네)가 출간되었다. 가격은 5500원이다. 인세와 판매 수익금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에 기부된다고 한다.
 눈먼 자들의 국가 ( 김애란 외 지음, 문학동네)가 출간되었다. 가격은 5500원이다. 인세와 판매 수익금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에 기부된다고 한다.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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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김애란 외, 문학동네)가 출간되었다. 작가들이 계간 <문학동네>의 2014년 여름호와 가을호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 모두 4월 16일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을 다룬 산문들이다.

"타서는 안 될 배였다."

소설가 박민규가 쓴, 책제목과 동명인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글을 접한 건 평론가 신형철이 진행했던 '문학 이야기'에서였다. 이 산문은 그가 주간으로 있는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릴 글이었다(이후 <문학동네>가을호는 계간지로는 이례적으로 초판이 소진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되었다).

신형철씨의 낭독은 짧지 않았다. 그리고 듣고 있는 동안 괴롭고 답답했다. 목소리와 글이 지루했다는 뜻이 아니다. 글이 드러내고 있는 현실과 세월호 사건이 후에 마주하게된 야만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민규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 글은 이 '사건'에 애둘러 접근하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보여준 국가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거침없이 말하고 또 말한다. 그리고 이 명쾌한 글은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시간이 가는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는 시간이 모든 것들을 해결한다 얘기 한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은 언제나 잊고 싶은 것을 잊게 만든다. 세월호에서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갔던 사건도 잊고 싶은 기억이기에 난 두려웠다. 우려는 점점 현실이 되었다. 나의 일상은 징그럽게도 여전했고, 결국 난 그 여전함에 몸을 맡겼다.

마음 한편에만 찝찝함을 두고, 일상을 살아내다 다시 희생자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울음이 조롱받고, 진실에 대한 요구가 좌절되고 있는 소식을 마주하면서 였다. 그 이후로 일상의 평온과 고요함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불편해하지 않는 이들이 불편해졌다. 함께 불편해 할 이들을 찾기 위해 광장으로 이따금 들렀다. 바쁜 일상에 쫓겨 발걸음을 옮기는 인파들 속에 여전히 불편해하는 이들이 버티고 있었다.

박민규의 저 산문처럼, 난 좋은 글은 진실에 복무한다고 믿는다. 시, 소설 그리고 평론, 에세이 그리고 그것이 어떤 종류이든 좋은 글은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은 결국 독자로 하여금 그 진실에 동참하게 한다. 6개월이 지났다.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이 매연을 마시며 도로 한가운데서 자고 먹는다. 그들은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난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이들이 '진실'에 참여하게 되길 바란다. 적어도 불편함이 우리 사이에 다시 퍼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미 불편했던 사람들은 자신과 같이 불편한 이들의 온도를 느끼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 살아내야할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여전하지 않길 바란다.

"먼저 우리는 자신의 실수만을 선별적으로 잊어버리는 망각,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무지, 그리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은 나아진다고 여긴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게 바로 자신의 힘으로 나아지는 길이다. 우리의 망각과 무지와 착각으로 선출한 권력은 자신을 개조할 권한 자체가 없다. 인간은 스스로 나아져야만 하며, 역사는 스스로 나아진인간들의 슬기와 용기에 의해서만 진보한다."

- 김연수,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 테이레시아스여, <눈먼자들의 국가>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이 서평은 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theteller)에도 게시 했습니다.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문학동네(2014)


태그:#눈먼자들의국가, #세월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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