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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장소에 모이는 100인 원정대원들
 출발 장소에 모이는 100인 원정대원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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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는 15일 오전 9시 30분부터 강동구에 있는 강동아트센터에서 서울둘레길 개통을 기념하는 '제1회 서울 둘레길 걷기 축제'를 열었다.

또 이날 노원구와 중랑구, 강남구, 관악구, 금천구에서도 둘레길 걷기 행사가 열린다. 제주 올레길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래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킨 둘레길, 그러나 서울은 마땅한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서울의 내사산인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연결한 '한양도성 성곽길'에 이어 외사산인 북한산, 용마산, 관악산, 봉산을 빈틈없이 이어 만든 '서울 둘레길'이 완공되어 서울시민들도 즐겨 걸을만한 좋은 길이 생긴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 둘레길 개통에 앞서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100인 원정대'를 출범했다. 100인 원정대의 목표는 개통하기 전 미리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100인 원정대는 지난 10월부터 각 구간을 돌았다. 100인 원정대가 답사를 마치지 못한 마지막 코스인 제3코스 일자산 구간 답사는 걷기 축제가 열리는 15일 마칠 계획이다.

각기 다른 동기로 모인 '100인 원정대'

첫 출발지 창포원에서 준비운동하는 100인 원정대원들
 첫 출발지 창포원에서 준비운동하는 100인 원정대원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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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100인원정대에 선발되었으니 끝까지 완주해볼 생각입니다."
"이번 기회에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보려고 참가했습니다. 핑계가 얼마나 좋습니까?"
"정말 그래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떻게 감히 서울 한 바퀴에 도전해 보겠어요? 거리가 자그마치 157km나 되는 걸요."

서울 둘레길 100인 원정대 걷기 행사 첫날인 지난 10월 18일, 참가자들은 다양한 참가 동기를 밝혔다. 첫날은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창포원에서 출발하여 수락산과 불암산 자락을 돌아 태릉입구역에 이르는 제1코스 18.6km 구간이었다. 평균 나이 54세, 대부분 중·장년층인 참가자들은 모두 밝고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이틀 전인 10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3층 강당에서 100인 원정대 발대식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대원들은 모두 나름의 각오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100인 원정대는 둘레길 정식 개통 전 미비점이나 개선점을 찾아보고 시정 건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창포원에서 간단한 준비운동과 참가등록을 마친 대원들은 여유롭게 걷기에 나섰다.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주변 풍경이 참으로 곱고 아름다웠다.

길가에 곱게 피어난 구절초
 길가에 곱게 피어난 구절초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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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원은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 1만 6000여 평에 조성된 공원으로 노랑꽃창포를 비롯한 타래붓꽃, 범부채등 130여 종 30여만 본이 잘 가꾸어져 있는 곳이다. 창포원을 출발한 대원들은 곧 수락산 자락에 접어들었다. 골짜기 개울가에 흐드러진 갈대꽃이 가을정취를 물씬 풍긴다.

수락산은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의정부시·남양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기암괴석과 빼어난 바위봉우리가 골짜기와 어우러진 높이 638m로 서울을 에워싼 산들 중에서 북한산 도봉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생육신 중의 한 사람인 김시습, 그리고 산 이름과 관련된 전설과 벽운계곡의 멋진 풍광을 둘러보며 걷노라면 어느새 당고개역에 이른다.

당고개역을 지나 마을길을 잠깐 걸으면 불암산 자락이다. 불암산은 해발 508m, 그러나 서울 둘레길은 산 정상에 오르지는 않는다. 온통 바위투성이인 정상을 가끔씩 올려다보며 나지막한 산자락을 오르락내리락 걷는 길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답다. 산악인이 아니라 체력이 약해진 노인이나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걷기에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산길 조성은 본래 있던 길을 정비하여 활용한 곳이 대부분이다. 새로 길을 만들거나 작은 골짜기를 건너는 다리 등의 재료는 대부분 태풍에 쓰러져 죽은 나무들을 사용한 것이 돋보인다. 고사목을 재활용하여 공사비를 절약한 것이다. 콘크리트나 철재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느낌이 더욱 포근하고 정겹다. 오전 10시에 창포원을 출발한 100인 원정대는 8시간 만에 화랑대역에 도착했다.

재미있는 안내문 덕분에 웃게 되는 아차산 구간

망우공원입구 은행나무 단풍
 망우공원입구 은행나무 단풍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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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인 10월 22일 오전 9시 30분, 대원들은 제2코스인 용마 아차산 구간을 걷기 위해 화랑대역 4번 출구 앞에 모였다. 평일이어서 불참한 사람들이 많아 80여 명이 함께 했다. 시작은 묵동천 하천길을 따라 걷다가 신내역 부근에서는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하천길에도 여기저기 피어있는 가을꽃들과 억새풀, 그리고 담쟁이덩굴이 곱게 물들어가는 모습이 곱고 정답다. 마을길에는 길가의 채소밭과 울타리의 늙은 호박 등이 눈길을 붙잡는다. 서울이지만 시골스러운 풍경이 정답게 다가온다.

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담쟁이 덩굴
 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담쟁이 덩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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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역을 지나면서 중랑 캠핑 숲과 망우묘지공원길이 이어진다. 망우리 고개를 넘는 고갯길을 건너면 곧바로 묘지공원으로 오른다. 서쪽 산자락을 따라 걷는 길은 매우 평탄하다. 높다랗게 자란 나무줄기를 타고 오른 담쟁이덩굴이 새빨갛게 물든 모습이 참으로 곱다.

용마산 깔딱고개 안내문이 재미있다
 용마산 깔딱고개 안내문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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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지역을 지나면 약간의 내리막길, 사가정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자 깔딱 고개가 눈앞으로 다가선다. 무려 570개의 나무계단이다. 그러나 어쩌랴, 힘들다고 오르지 않을 수도 없고, 그야말로 숨이 꼴깍 넘어갈 듯 어렵사리 마지막 계단에 오르자 재미있는 안내판이 미소를 짓게 한다.

"깔딱 고개 성공 570계단, 당신의 수명은 35분 정도 늘었으며 90칼로리를 소비하셨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 안내문인가. 더구나 수명이 35분이나 늘었다니 횡재한 것 아닌가. 모두들 재미있어 하며 느긋하게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능선길이다. 왼편에 내려다보이는 한강과 오른편의 서울시가지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고구려 군사유적지인 옛 보루 몇 곳을 둘러보며 도란도란 걷노라니 어느덧 광나루역이다. 거리는 12.6km,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이었다.

국화향에 젖어 들며 걷는 길... 이곳만의 특별함

우면산 길을 걷는 대원들
 우면산 길을 걷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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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 다음은 제3코스인 일자산구간이다. 그러나 이 구간은 11월 15일 개통 행사 후에 걷기로 되어 있어 제4코스인 대모산 우면산 구간을 우선 걷기로 했다.

10월 25일 아침, 수서역에서 모인 대원들은 대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산이어서 정상으로 올라 능선길을 따라 걸어도 별로 힘들지 않다. 그러나 초입의 오르막이 경사가 심해 숨이 찬다. 길은 곧 북쪽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기 시작했다. 주말이어서 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 오가는 사람들이 모양과 색깔이 똑같은 모자를 쓴 우리 일행들을 바라보며 멋있다고 칭찬을 한다.

이 구간은 특별한 것 없는 그저 나지막한 야산이다. 그러나 구룡산에 접어들자 길가의 참나무들이 줄기 아래쪽에 노란 비닐 테이프를 칭칭 감고 있어 조금 안쓰러웠다. 참나무 잎마름병 때문이다. 길가 땅바닥에 살충제를 뒤집어쓴 흉측한 벌레들이 수백 마리씩 뒤엉켜 있었다.

몇 년 전 집중호우 때 산사태로 인명피해까지 입었던 골짜기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우면산을 돌아 사당역에 이르니 오후 5시다. 17.9km를 7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다음 수요일인 10월 29일에는 제5코스인 관악산 구간을 건너 뛰고 제6코스인 안양천 구간을 걸었다. 이 구간의 시작점은 1호선 전철 석수역이다.

석수역을 나서 근처인 안양천 둑길에 들어서자 길이 매우 평탄하다. 하천변 둑길을 걷는 가장 편안한 코스다. 둑길에는 단풍나무를 비롯한 벚나무와 은행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커다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어 가을 햇살을 가리고 있었다.

안양천변 둑길의 향기로운 산국
 안양천변 둑길의 향기로운 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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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와 구로구, 영등포구와 강서구까지 어우르는 길이다. 금천구 지역의 일부 둑길에는 꽃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가을국화 중 향기가 가장 진한 산국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국화향에 젖어 둘레길을 걸었다. 참으로 특별하고 멋진 길이었다. 이 길은 양화교 폭포 앞을 지나 염창 나들목과 황금내 근린공원을 거쳐 가양대교 입구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18km 시간은 7시간이 소요됐다.

짙어진 단풍 사이를 거닐며 역사도 배우는 일석이조

지난 1일 아침, 100인 원정대는 4호선 사당역 앞에 모였다. 제5코스인 관악산 구간을 걷기 위해서다. 이 구간도 관악산 산자락을 안고 오르락내리락 걷는 길이다. 특별한 것은 잣나무 군락지가 있는 2곳이 삼림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 삼성산 천주교 성지와 경복궁과 관련된 전설이 깃든 호압사가 있었다.

그리고 솟대거리와 장승거리가 만들어져 있고, 옛날 시흥지역의 토템신앙이 있었던 곳에 신선길이라는 이색적인 길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또 이 길에는 때죽나무 연리지 한 그루가 정겹게 서있다. 관악산 구간은 1호선 석수역에서 끝난다. 거리는 12.7km, 소요시간은 5시간이었다.

제7코스인 봉산-앵봉산 구간의 출발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3번 출구 앞에서였다. 가양대교에서 이곳에 이르는 구간은 편의상 건너 뛴 것이다. 역시 나지막한 산길을 따라 걷는 이 구간도 오르내리기가 적당한 높이여서 노인들과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운동하기 좋은 코스였다.

무성한 숲이 싱그러움으로 다가오는 길에는 자연생태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길은 매우 잘 정비되어 있었다. 특별한 것은 이 봉산에 나무를 많이 심은 지역 독지가 이야기였다. 이 산을 오르내리며 잃었던 건강을 회복한 지역주민이 보은하겠다며 수 천 그루의 나무들을 심었다는 것이다.

앵봉산 정상의 넓은 공터에는 멋진 정자와 함께 조선시대의 봉화대가 복원되어 있었다. 정자 위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도 참으로 좋았다. 길은 장희빈 등 조선시대 숙종임금과 관련된 사람들이 묻혀 있는 서오릉을 왼쪽에 끼고 걷는 능선길로 이어져 구파발역에서 끝난다.

앵봉산 정상 마당의 봉수대
 앵봉산 정상 마당의 봉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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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을 오르는 대원들
 북한산 둘레길을 오르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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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코스인 북한산 구간은 총거리가 34.8km나 된다. 그래서 이 코스는 2개 구간으로 나누어 걷기로 했다. 먼저 지난 8일은 8-1구간인 구파발역에서 수유리 빨래골까지 걷고, 빨래골에서 도봉산역까지는 8-2구간으로 12일에 걸었다.

북한산의 남쪽자락을 안고 걸어 도봉산과 연결하는 이 길은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다. 서울주변의 산 중에서 가장 높은 해발 837m인 북한산은 백두산·금강산·묘향산·지리산과 함께 조선의 '오악'으로 일컬어졌으며 그 중에 삼각산(북한산)은 중악으로 꼽힌 산이다.

구파발역에서 시작한 길은 하천변을 따라 걷다가 산길로 접어든다. 이 구간은 국립공원 북한산 둘레길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었다. 북한산 남쪽자락을 따라 펼쳐진 둘레길은 하천변과 마을 안길, 그리고 산자락을 휘감거나 고개를 넘으며 아기자기하게 이어진다. 탕춘대 암문에서는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백운대와 만경대 인수봉을 바라보며 걸을 때는 민족의 웅지를 품어보기도 한다.

곱고 화려하게 물든 단풍
 곱고 화려하게 물든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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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많이 내려간 때문인지 단풍색은 더욱 짙어져 있었다. 마을 안길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민 감나무 가지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도 먹음직스럽다. 어느 집 옥상에 심어 가꾼 들국화 무리가 곱고 향기롭다. 4·19묘지와 독립선열들의 무덤이 있는 지역을 지날 때는 숙연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몄다.

북한산 서울 둘레길은 시작점이었던 도봉산역까지 이어졌다. 16개의 높고 낮은 산과 10여 개의 하천 등에 수많은 전설과 역사, 그리고 우리 민족의 애환이 녹아 있다. 이렇게 서울을 한 바퀴 돌아보는 둘레길은 거리가 총 157km, 50여 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거리다.

이 길은 지난 2009년 5월에 계획이 세워져 6년 여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됐다. 강인호 서울시 자연생태과 팀장에 의하면 공사비도 계획초기에는 450억 원이 예상됐으나 태풍 때 쓰러져 죽은 나무들을 재활용하는 등의 절약으로 120여억 원으로 절감해 완공했다고 한다.

특기할 것은 앞에서 답사한 기록처럼 출발점과 도착지점이 대부분 지하철역이어서 접근성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앞으로 시민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서울둘레길, #100인원정대, #북한산 , #내사산, #외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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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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