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수갯가길 3코스에는 재능 기부한 벽화와 설치물이 있습니다. 그래 설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듯합니다.
 여수갯가길 3코스에는 재능 기부한 벽화와 설치물이 있습니다. 그래 설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듯합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바위가 입을 열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동화 같은 소감입니다. 서울에서 온 박선희(생명회의)씨는 "여수 갯가길을 걷다 보니 오랜 세월 살아온 바위들이 자신이 아는 아름다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재미있게 이야기해줄 것 같은 느낌이다"라면서 "이런 풍경은 여수만의 독특한 자연 유산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엉뚱한 상상을 보탰습니다.

"여수 갯가길은 평범한 중년 남자를 '꽃중년'으로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하하하하~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중년들이 엄청 몰리겠지요. 그렇습니다. 서울의 복잡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청정 자연에 섰으니 무슨 말이든 못하겠습니까. 그녀의 감성은 여수 갯가길 3코스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현상입니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이 탐욕에 찬 인간을 고스란히 받아주며 품는데, 누군들 감동하지 않을까. 김용호 시인의 시 한 수 읊지요.

여수갯가길 3코스에는 만남과 반가움이 있습니다.
 여수갯가길 3코스에는 만남과 반가움이 있습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 갯가길
- 김용호

진즉에 이리 좋은 길
가슴에 하나 닦아두고 살았다면
밤새 태운 시커먼 청춘의 가슴도
아마도 어여쁜 꽃비되어
난분분 휘날렸을 것이다

흔들리는 인파에 쳐지지 않으려
내쳐 걷다가
돌아오는 홀로의 슬픈 발걸음도
오히려 월광에 반짝이는 은파로
파르라니 번져났을 것이다

바다의 전설이 거북이로 오르고
어머니 그 어머니의 갯가의 삶
낱낱이 질경이로 이어져
이제 후박나무 그늘 되어 쉬고 있다

진즉에 이리 좋은 길
가슴에 곱게 심어두고 살았다면
우리 어찌 안타깝기만 하였으랴

여수 갯가길 개장

여수갯가길 3코스 안내표지판입니다.
 여수갯가길 3코스 안내표지판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에 살면서도 이렇게 멋진 길이 있는 줄 몰랐네."

지난 9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 갯가길 3코스'가 개장식이 돌산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열렸습니다. 개장식 후 같이 걸으며 길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수 토박이들도 깜짝 깜짝 놀랍니다. 우리나라 대표 힐링길인 여수갯가길의 제3코스는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출발해 백포, 기포, 대율, 소율을 거쳐 향일암이 있는 임포에서 끝나는 총 5개 구간입니다. 약 8Km 거리에 완주 시간은 3시간 정도입니다. 3코스는 완주 시간에 비해 경사가 심한 힘든 코스이니 몹시 조심해야 합니다.

여수갯가길에 서면 마음은 언제나 청춘!!!
 여수갯가길에 서면 마음은 언제나 청춘!!!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 갯가길 3코스는 아찔한 비렁길, 돌 구르는 소리 가득한 몽돌밭길, 한가로운 어촌 마을과 방파제 등을 끼고 있습니다. 또 적송 군락지 숲속 오솔길도 만납니다. 게다가 건너편에는 남해 상주, 거제 욕지도까지 보입니다. 특히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등 2개의 국립공원이 겹치는 우리나라 유일한 곳입니다.

"자~ 점프, 뛰어 보세요."
"다 늙어 점프하라고?"
"왜 싫어요? 어서 하세요. 하나 둘 셋…."

중년 남자들, 뛰어나 봤을까? 하지 않겠다고 투정이던 중년들, 옆에서 젊은이들이 팔짝팔짝 뛰어오르니 못 이긴 척 뜁니다. 얼굴에 웃음기 가득 넣고선. 그렇지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이처럼 여수 갯가길은 힘 빠진 중년 남자를 회춘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중년 남녀를 '꽃중년'으로 돋보이게 하지요. 이게 바로 자연의 위대함입니다.

여수갯가길에 서면 평범한 중년을 꽃중년으로 만듭니다.
 여수갯가길에 서면 평범한 중년을 꽃중년으로 만듭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땀 흘린 후 먹는 막걸리 맛, 최고

방파제에는 물고기 등 재밌는 그림의 돌 조형물이 놓였습니다. 꿈이 담긴 조형물과 섬 등이 어울리니 동화가 되었습니다. 걷기 힘든 곳에는 다리가 들어섰습니다. 풍경 좋은 지점에는 의자도 마련되었습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히며 쉬는 동안 자신을 톺아보기 '딱'입니다. 걷는 건 돈 안들이고 먹는 보약이며, 행복을 짓는 일입니다.

도롯가에서 이 지역 농수산물인 미역, 홍합, 오징어, 굴, 돌산 갓김치, 고들빼기 등을 팝니다. 농어민을 위해 물건 하나씩 사주는 미덕도 참 좋지요. 참새와 방앗간이라 했던가요? 술꾼들은 보리 오징어와 돌산 갓김치 안주에 막걸리로 목을 축입니다. 캬~ 역시 땀 흘린 후에 마시는 막걸리 맛은 최고지요.

여수갯가길을 걷다 흘린 땀방울에게 돌산 갓김치와 보리 오징어에 막걸리를 선물했습니다.
 여수갯가길을 걷다 흘린 땀방울에게 돌산 갓김치와 보리 오징어에 막걸리를 선물했습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남편과 같이 걸으며 대화하니 좋습니다."

보기에 요즘 말로 하면 '썸' 타는 사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부부였습니다. 여수갯가길은 이처럼 보통 부부도 연인처럼 사랑을 속삭이는 잉꼬 부부로 만들었습니다. 헉 이를 어째? "부부, 뽀뽀 한 번 하세요"라고 주문했더니 "부부라도 공공 장소에서 그럴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그런데 웃음 가득한 얼굴에는 수줍음이 묻어 있습니다.

여수갯가길 3코스에서 만난 이 부부 '뽀뽀' 요구했더니, 수줍어 하대요. 가족끼리...
 여수갯가길 3코스에서 만난 이 부부 '뽀뽀' 요구했더니, 수줍어 하대요. 가족끼리...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쓰레기가 많아요."

3코스를 완주한 갯가꾼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해안가는 어디나 마찬가지.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생활 쓰레기, 바다 쓰레기 등으로 몸살입니다. 육지 해안선 범위가 워낙 넓어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버리지 않기를 호소해도 쉽지 않습니다. 어찌 할까?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이사에게 그 대안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권리만 누렸습니다. 이젠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해 물려 줄 의무가 생겼습니다. 바로 자연과 '동행 기금'입니다. 동행 기금은 미래 세대 주인공인 아이들이 살아야 하는 세상은 사람과 깨끗한 자연 환경, 행복한 동물과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하는 복지세상을 물려주자는 의미입니다."

이 소리에 깜작 놀랐습니다. 깨끗한 물 사 먹고, 맑은 공기 사서 호흡하는 때에 걸맞게 대안이지 싶었습니다. 사람이 찾음으로써 훼손되는 자연을 지켜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거죠. 인간에게 드디어 자연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의무까지 지워진 오늘날입니다. 지구에서 함께 사는 모든 생명에게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여수갯가길 제3코스를 걸은 후 버스 타기 전, 땀을 식히는 갯가꾼입니다.
 여수갯가길 제3코스를 걸은 후 버스 타기 전, 땀을 식히는 갯가꾼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갯가길 제3코스 마지막은 관음기도처 '향일암'이 자리한 돌산 임포입니다.
 여수갯가길 제3코스 마지막은 관음기도처 '향일암'이 자리한 돌산 임포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여수갯가길, #향일암, #국립공원, #꽃중년, #재능기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