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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는 '서울 연극지원체계의 변화와 향방'이라는 주제로, 민간극단에 대한 지원과 공공극장의 역할을 비롯해 올 상반기 뜨거운 감자였던 서울연극제의 방향성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극연출가, 연극평론가, 기관 관계자 등을 포함해 약 100여 명이 참석해 토론을 이어나갔다.
▲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는 '서울 연극지원체계의 변화와 향방'이라는 주제로, 민간극단에 대한 지원과 공공극장의 역할을 비롯해 올 상반기 뜨거운 감자였던 서울연극제의 방향성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극연출가, 연극평론가, 기관 관계자 등을 포함해 약 100여 명이 참석해 토론을 이어나갔다.
ⓒ 이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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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월) 오후 3시부터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연극센터에서 '서울 연극 지원정책과 서울연극제의 방향'에 대하여 연극인들의 의견을 나누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가 의미 있는 이유는 서울연극제를 주최했던 서울연극협회가 그동안 연극 평론가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첫 번째 공식적인 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극인, 평론가, 기관 관계자 등을 비롯해 약 100여 명이 모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연극 종사자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 원이며, 100만 원 이하의 연극인이 전체의 43%에 달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대체로 상업성은 높아졌으나, 다양성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학로에 관한 부정적 요인으로는 뮤지컬의 성장과 소극장의 위기를 예로 들 수 있다."

'2013년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로 연극이 처한 위기를 이처럼 밝혔다. 실제로 재작년에 학전그린을 시작으로 상상 아트홀, 김동수 플레이하우스, 대학로극장, 아리랑소극장을 비롯해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삼일로 창고극장에 이르기까지 하나둘씩 폐관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극장의 위기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대학로에서는 비교적 상업 성향이 강하거나 자본력이 있는 중극장, 학교시설, 대관업 극장의 비중이 많이 늘어난 반면, 임대료 상승으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극단의 수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대학로 창작기반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는 자의 반 타의 반 사실로 받아들일 정도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학로 연극이 이렇게 쟁점이 된 적이 있을까. 지난 5월 중순,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린 제36회 서울연극제와 최근의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한 대대적인 공연 취소는 한국 연극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국고 지원사업의 폐지와 사업 지연은 마지막 남은 한 줄기의 희망을 더 힘들게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

이런 배경에 지난 20일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는 여러 가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 연극 지원체계의 변화와 향방'이라는 내용으로 발제를 맡은 웹진 <연극in> 최윤우 편집장이 연극이 처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 번째, 무대(극장)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이 연극이라고 대변되고, 무대 밖을 벗어난 예술은 실험적 행위로만 여겨지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탈 대학로' 바람이 불고 있다. 두 번째,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정책 방향이 지속적이지 않고 단발적인 '수시지원'의 성격을 갖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예술지원 정책의 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세 번째, 직접지원에서 사후지원과 간접지원으로 변모하는 시대에 맞춰 공간과 창작을 통합하는 '제작극장'의 의미와 역할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어지는 발제는 '서울연극제의 현재 그리고 새로운 방향성 모색'에 관한 주제로 충북대학교 조만수 교수가 이어갔다. 애초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대관 심의 탈락에서 시작된 서울연극제 파행은 한국 연극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이날 조 교수는 "서울연극제 사태가 발생한 계기는 준비서류 미비가 발단됐지만, 연극제의 위상하락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토론자로 참여한 연극평론가 김소연씨는 "지난 서울연극제는 극장마다 관객들이 많았다, 여러 사건이 흥행에 도움을 준 듯하다, 이것은 뜻을 같이하는 관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즉 쟁점은 잘 정돈됐으나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극제가 나아갈 방향, '대표성 회복'

지난 20일(월) 오후 3시부터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좌로부터 최윤우(웹진 '연극in' 편집장), 임선빈(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 조만수(연극평론가, 충북대학교 교수), 김미도(연극평론가), 김소연(연극평론가), 송형종(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최원종(극단 명작옥수수밭 대표)가 참석했다.
▲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 지난 20일(월) 오후 3시부터 서울연극센터에서 열린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가 열렸다. 좌로부터 최윤우(웹진 '연극in' 편집장), 임선빈(서울연극협회 사무국장), 조만수(연극평론가, 충북대학교 교수), 김미도(연극평론가), 김소연(연극평론가), 송형종(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최원종(극단 명작옥수수밭 대표)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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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협회는 서울연극제를 연극생태계 보호라는 시선 속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울연극제는 일종의 협회 차원에서의 축제가 되어갔다. 서울연극제는 다수의 협회원들 참여를 가능하게 했으나, 연극축제로서 대표성, 인지도, 권위를 상실해 갔다. 관객들에게 서울연극제는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연극 이벤트가 전혀 아니다. 연극의 사회적 존재감을 가장 잘 드러낼 기회를 연극인 자신들을 위한 격려와 다짐의 자리로 축소해 버리고 말았다."

조 교수는 서울연극제를 자성의 목소리로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가 제시하는 서울연극제가 나아갈 방향성을 '대표성 회복'으로 지목했다. 그는 "서울연극제 참가작의 선정은 공정성의 원칙보다 참가작이 연극계를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이 더 중요한 요소"라며, "공정하게 심사해 훌륭한 작품을 선정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서울연극제로 끌어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이전에 공연된 작품 중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들로 축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공공극장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달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공공극장과 서울연극제가 윈윈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X(엑스) 포럼에서 서울연극협회는 현 집행부에서 서울연극제를 예술감독제로 전환하고, 연극제를 협회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새로운 집행부 선출 이후에 서울연극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내년에도 다시 한 번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다. 예술감독이 선임된다면 협회장, 집행부의 변동, 변경된 집행부의 개별적 비전과 관계없이 연극계가 합의한 일관된 방향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조 교수는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경연제'의 실행에 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미 동아연극상, 베스트3, 베스트7, 대한민국연극상 등 동일한 모집단을 가지고 많은 상을 수여하고 있으므로 서울연극제의 수상내용은 관객들에게 새삼 흥미로울 것이 없다"며, "실제로 격려가 필요한 것은 '미래야 솟아라'에 참여하는 젊은 연극인들이다"라고 덧붙였다.

공식적인 발제를 마치고 토론과 자유발언에서는 다양한 연극평론가와 극단의 대표, 기관 관계자의 참여가 이어졌다. 여기에서는 단순한 직접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간접지원과 사후지원 등의 지원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연극계에서 지원하는 바람직한 방법으로 사전지원을 최소화하고 사후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원기관에서 현장 평가시스템을 강화해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남산 예술센터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는 <햇빛샤워>와 같은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낭독 공연에서 출발해 실제 무대 공연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연극평론가 김미도)


태그:#서울연극센터, #서울연극협회, #연극발전, #서울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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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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