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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30일,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사람에게 대통령선거 기탁금의 100분의 20인 6000만 원을 기탁금으로 납부하도록 정한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2012헌마402)을 선고했다.

경제적 약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3명의 헌법재판관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에도, 자치구 시·군의 장 선거 예비후보자로 하여금 기탁금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탁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2010헌마79)을 내린 사례가 있다.

"선거 희화화 및 혼탁 방지 위한 것"

사례를 살펴보면, 청구인은 2012년 12월 19일에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예비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었다. 그는 예비후보자 등록 첫 날인 2012년 4월 23일 등록 신청을 하려고 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제60조의 제2항 후문에서 정한 바와 같이, 대통령선거 기탁금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탁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그는 같은 날 위 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피선거권에 관한 증명서류와 같은 간단한 서류의 구비만으로 가능하게 되자, 선거에서 후보자가 되려는 진정성 없는 사람들이 예비후보자로 다수 등록하게 되어 선거의 희화화 및 혼탁을 가져오는 한편, 이들을 감시·감독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폐해가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고 책임성과 성실성을 담보하고자 예비후보자 기탁금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번 결정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3명의 이유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경제력이나 조직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6000만 원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실질적인 억제 효과가 없고, 경제력이 약한 사람의 예비후보자 등록만 억제할 뿐이다. 경제력이 없고 경제적 후원자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진지하게 선거에 참여하여 공무담임권을 행사하려고 하여도 심판대상조항으로 말미암아 예비후보자로 나서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헌재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상 원칙인 선거공영제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젠 기탁금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공직선거의 후보자 등록요건으로서 기탁금의 납부를 요구하고 선거결과 유효투표의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에 기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하도록 하는 것은 기탁금을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국민의 후보자 등록을 어렵게 한다. 기탁금제도는 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거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는 공직선거에서 후보자가 가급적 많이 등록하도록 유도함이 마땅하다.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을 위법행위가 있기도 전에 기탁금을 예납하게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미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국가는 기탁금 규정이 없다. 영국, 호주, 캐나다는 입후보에 따른 소액의 수수료 수준이어서 기탁금제도의 존재의미를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기탁금제도도 그 금액을 외국 수준으로 줄이거나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경수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hunlaw.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기탁금, #선거공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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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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