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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에 소재한 정자 육괴정
▲ 육괴정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에 소재한 정자 육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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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벌써 며칠째 국민안전처에서 경기도 일대에 폭염특보가 내렸다는 문자가 들어온다. 아침 일찍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로 향했다.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는 '산수유축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산수유축제를 열 때 찾아갔던 이천시 향토유적 제13호인 육괴정은 백사면 도립리 735번지에 소재하고 있다. 한 여름 녹음이 짙은 육괴정의 모습이 궁금해 그곳으로 향했다.

육괴정은 500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육괴정 주변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이 나무들이 바로 처음 육괴정에 모였던 명현들이 뜻을 모아 심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육괴정'이라는 정자의 명칭 또한 이 나무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앞에 작은 연못은 새로 조성한 것이지만, 연못 안에 가득자란 각종 풀들로 인해 볼썽사납다. 장마가 그치고 난 뒤 이렇게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제거했으면 좋았으련만.

조선조 중종 14년인 1519년 기묘사화 때 염용순이 낙향 해 지었다고 한다
▲ 육괴정 조선조 중종 14년인 1519년 기묘사화 때 염용순이 낙향 해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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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곳에 모인 6명이 심었다고 전하는 느티나무와 육괴정
▲ 육괴정 당시 이곳에 모인 6명이 심었다고 전하는 느티나무와 육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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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들이 육괴정에 모인 뜻은?

지난 4월 27일 찾았던 육괴정이다. 산수유축제를 시작하기 전에 찾아갔던 육괴정 앞. 보호수들은 가지만 앙상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당시 이곳을 찾았던 것도 바로 육괴정을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몇 달 전 보았던 육괴정과 지금의 육괴정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무성한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육괴정은 처음에 초당으로 지은 정자였다고 한다. 조선조 중종 14년인 1519년 기묘사화로 인해 조광조를 중심으로 한 이상정치를 추구하던 세력이 크게 몰락하면서, 난을 피해 엄용순이 이곳 도립리로 낙향해 육괴정을 지었다고 전한다.

500여 년 전 엄용순이 육괴정을 지었을 때는 초가였으나, 그 후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당대의 명현인 모재 김안국, 규정 가은, 계산 오경, 퇴휴 임내신, 성두문, 남당 엄용순 등 여섯 선비가 우의를 기리기 위해 정자 앞에 못을 파고 주변에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영당이라고 부르는 연못에는 잡풀이 무성해 볼썽사납다
▲ 영당 영당이라고 부르는 연못에는 잡풀이 무성해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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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순절한 엄용순의 손(孫)인 엄유윤의 충신정려
▲ 정려 임진왜란 때 순절한 엄용순의 손(孫)인 엄유윤의 충신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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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초당으로 지었으니 후에 기와로 고쳐지었다
▲ 육괴정 처음에는 초당으로 지었으니 후에 기와로 고쳐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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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도 그 뜻은 느티나무들과 함께 남아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날 찾아간 육괴정. 이렇게 더운 날 누가 이곳을 찾아올 것인가? 이곳에는 연인길이라고 하는 산책로가 있지만 그곳을 걸어 볼 엄두도 나지 않는 찜통더위다. 매미소리마저 끊긴 육괴정을 돌아본다. 주변에 당대의 명현들이 심었다는 보호수들이 그나마 그늘을 만들었다.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준 커다란 느티나무들. 엄용순은 기묘사화를 피해 선친의 묘가 있는 이곳 도립리로 낙향한 후, 이곳을 찾아 온 선비들과 함께 학문을 연마하고 시를 짓기도 했단다. 이 느티나무들은 엄용순을 비롯한 6명의 선비가 우의를 다지기 위해 정자 주변에 각각 한 그루씩 심었는데, 그 중 세 그루가 남아 보호수로 지정됐다.

현재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들의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니, 엄용순이 정자를 짓고 느티나무를 심었다고 전하는 시기와 같다. 돌로 기단을 쌓은 위에 마련한 육괴정은 지금은 팔작지붕으로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의 사당형 정자다. 가운에 두 칸은 누마루를 깔고 양편으로는 온돌방을 들였다.

육괴정을 지을 당시 심었다는 느티나무들은 수령이 570년이다
▲ 느티나무 육괴정을 지을 당시 심었다는 느티나무들은 수령이 57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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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길 안내판 뒤로 영당 안내판을 비뚤어져 있다
▲ 안내판 연인의 길 안내판 뒤로 영당 안내판을 비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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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꾸민 집이다. 계단을 오르면 대문 위에 임진왜란 때 순절한 엄용순의 손(孫)인 엄유윤의 충신정려가 걸려있다. 단출하니 지어진 육괴정, 그리고 수고가 15m나 되는 당대의 이곳에 머물었던 명현들이 심었다고 하는 느티나무. 세월은 흘렀어도 그들이 마음은 이렇게 남아있다.

느티나무 곁에 마련한 쉼터에서 잠시 다리를 쉰다. 무더위에 지쳐 울음소리도 내지 않던 매미 한 마리가 시원하게 소리를 낸다. 아마 500년 전 이곳에 모였던 여섯 분의 선인들도 이런 여름철을 즐기지 않았을까? 또 다른 육괴정의 모습을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육괴정, #이천시, #도립리, #향토유적, #엄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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