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차장은 공공장소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이유는 건물 내부에 주차장이 설치된 곳은 주로 아파트를 포함한 대형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대형 건축물에는 쇼핑몰, 대형마트 그 밖에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도 포함된다. 이러한 장소는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장소로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여성이 납치돼 발생한 '트렁크 살인사건'만 보더라도, 공공장소라 여겨졌던 주차장이, 위험 잠재요소를 가지고 있는 안전시각지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직관적 해결방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인 '안전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주차장 벽면 색상 바꾸기, 조도 개선이 절실

어두운 주차장
 어두운 주차장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주차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이 폐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인간은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공포를 느낀다. 이는 극도의 심리적 불안함을 가져오는데, 특히 넓어서 시야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서의 공포는 더욱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주차장은 위치의 특성상 다른 공간에 비해 동떨어져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사용자는 더 큰 위기감을 느낀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주차장의 벽면 색상을 화사한 색상으로 바꾸거나 인테리어디자인(실내 장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사용자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범죄자에게는 주차장이 관리받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강조하여 범죄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이 조명의 연출이다. 조명의 밝기를 조도라 하는데, '주차장에 관한 법률'에 나온 조도 기준은 주차구획과 차로는 최소 10럭스 이상, 주차장 출입구는 최소 300럭스 이상, 사람이 이용하는 통로는 최소 50럭스 이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조도 차이가 많이 나면 상대적으로 어두운 공간이 더욱 어둡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와서, 어두운 공간에서의 범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터널을 지날 때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오면 더욱 안 보이고,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을 보면 더욱 잘 보이는 현상과 흡사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간 전체에 빛이 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조명계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간을 향해 빛을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벽면으로 빛을 떨어뜨리는 것도 공간을 밝게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조명의 색상도 많은 역할을 차지한다. 현재는 백색 형광등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LED를 활용해 적합한 안전색채를 활용하면 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이용한 범죄예방은 이미 일본을 비롯한 각국에서 확인된 바가 있다.

일본의 나라현에서는 2005년 푸른색 가로등을 도입한 후, 2002년 3만 2017건이던 범죄 수가 2007년 1만 8229건으로 감소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한국색채연구소가 실시한 실험에서도 나타난다. 5분간 빨간색을 본 여성의 맥박수가 87이었는데, 파란색을 본 후 68로 떨어졌고, 7세 남아의 경우는 빨간색을 보았을 때 맥박수가 111이었다가 파란색을 보았을 때 91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조명의 색상과 흥분지수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공간 전체에 푸른빛을 활용하는 것은 이용자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부분적으로 주차구획 등에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주차장이 '위험 공간'이라는 인식 필요해

주차장의 또 다른 범죄요인으로는 차량과 기둥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들 수 있다. 주차장이라는 공간은 하나의 공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조명과 사용성에 의해 구획되어 있다. 그리고 차량이 주차해 있는 주차구획은 공공공간이지만 사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차량이 있으면 보행자가 차량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뒤쪽의 공간은 더욱 보이지 않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량과 차량 간의 공간확보를 통해 자연적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차량이 밀집되어 일을 경우, 차량으로 만들어진 벽이 형성되어 차량과 차량 사이, 차량과 벽 사이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주차간격을 확보한다 해도 차량의 크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각지대가 발생하므로, CCTV나 안전거울을 설치해, 혹시 모를 이상징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가 주차장을 위험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차장은 공간이 통합되어 있을 뿐, 역할이 다른 구획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므로 공공장소라고 하더라도 범죄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는 차에 타면 안전벨트부터 채우는 것을 교육받았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맨 후, 옆자리에 따라서 탑승한 괴한에 맞서거나 탈출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승·하차 후에는 바로 문을 잠그는 범죄예방교육을 적절한 사인시스템(홍보나 안내를 위한 표지 콘셉트)을 구축하여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주차장에서의 각종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간디자인, 조명, 사인계획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안전디자인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주차장, #범죄예방, #안전디자인, #CPTED, #안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