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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한강뱃길 28일 새벽 4시에 연평도에서 출발한 어선이 오후 2시 10분 무렵 한강 성수대교를 지나 뚝도나루터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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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연평도에서 수산물을 가득 싣고 새벽 4시에 출발한 어선 4척이 오후 2시 15분께 한강 뚝섬(=뚝도) 나루에 도착했다. 무려 10시간이 넘는 항해였다. 연평도 어선이 한강에 도착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지난 4월 20일 서해5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한 피해보상과 지원대책,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 섬 정주 여건 개선, 수산물 판로 확대'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기 위해, 서해인천뱃길과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해 여의나루에 왔다.

서해5도는 남북 간 국지전 위협, 중국어선 불법조업, 1년 넘게 지속하는 가뭄, 제주행 저가항공사보다 비싼 뱃삯 등으로 점점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서해5도 어민들이 잡는 수산물이 제값에 팔리면 좋으련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연평도 수산물, 한강뱃길로 뚝도시장에 도착

이번에 이들이 다시 한강에 온 것은 서울 성동구(정원오 구청장)가 뚝도에 서해5도 수산물 직판장을 개설키로 했기 때문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지난 4월 서해5도 어민들이 여의나루에 왔을 때, 한강 뚝도에 '서해5도수산물판매장'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어민들에게 전했다.

그 뒤 성동구는 연평도를 직접 방문해 현지 조사를 하고, 어민들과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성동구는 또 뚝도시장번영회와 공동으로 상인들이 참여하는 '뚝도기획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서울시와 인천시 옹진군, 서해아라뱃길정책추진단 등이 힘을 보탰다.

성동구는 우선 연평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연평도어촌계가 물건을 싣고 오면, 이를 뚝도시장번영회가 수산물을 매입해서 서울시민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성동구는 판매시설과 수사물 운반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운반선 확보에 맞춰 대청도와 백령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연평도에서 출발한 어선 3척은 활어 300㎏(농어·우럭·광어), 꽃게 200㎏, 생굴 40㎏ 등을 싣고 왔다. 어민들이 싣고 온 수산물은 이날 오후 열리는 '뚝도 활어시장 축제'에 사용됐다.

성동구는 뚝도시장 활성화와 서해5도 어민 지원을 위해 내년 4월까지 뚝도나루에 판매시설을 정비하고, 주 1회 7일장 형태로 정기적인 '선상활어시장'을 개장할 계획이다. 이번 뚝도 활어시장 축제는 마중물 사업이다.

성동구와 뚝도시장번영회는 서해5도 수산물 입항을 기념해 입항식과 풍어제를 개최했다. 이어 활어요리 경연, 활어 복면 가요 무대, 활어길 페인트 퍼포먼스, 활어 깜짝 경매 등의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모처럼 한강변 뚝도나루터를 찾은 시민들도 서해5도에서 어민들이 직접 가져온 활어와 꽃게 등 수산물을 사면서 흡족했고, 또 뚝도시장번영회가 뚝도시장 내 마련한 공동판매장에서 회와 매운탕 맛을 만끽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뚝도나루시장은 조선 시대 때 서해에서 수산물이, 여주와 이천에서 쌀을 비롯한 곡물이, 정선에서 목재가 모이던 곳이었다"라며 "오늘 서해5도 어민들이 직접 잡은 활어와 수산물을 한강 뱃길로 가져왔다, 뚝도활어시장은 서해5도를 위한 일이자, 우리 뚝도시장을 살리는 프로젝트다"고 말했다. 그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내년 4월부터 7일장을 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전통시장도 살리고, 서해5도도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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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구 정원오 성동구청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안경 쓴 얼굴)이 뚝도나루에 도착한 연평도 어민들을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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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도전통시장은 지난 1962년 개장했다. 한 때 점포 수가 400여 개를 웃돌며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반경 200m 이내에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 4개가 들어서면서 공실률이 약 30%에 이를 정도로 쇠락했다.

정원오 구청장은 뚝도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서해5도 수산물 활어시장을 뚝도 나루에 정기적으로 열자고, 뚝도시장번영회에 제안했다. 번영회 또한 정 구청자의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서울시 또한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국방부와 국토부, 한국수자원공사도 성동구에 협조했다.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 전통시장상인회 등이 마음을 모았다. 장사는 이득을 보고 하는 것이지만, 남북 간 국지전 발발위협과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생명과 생존을 위협 받는 서해5도 어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의로운 일'이라는 명분까지 뒤따랐다.

성동구는 내년 4월께 뚝도 나루에 주 1회 7일장 형태로 '서해5도 직송 선상 활어시장'을 열어, 한강 뚝도나루터부터 뚝도시장까지 250m 구간에 음식점을 포함해 청년창업과 연계한 다양한 특색점포 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성동구는 올해 두 차례 더 활어어시장축제를 열 계획이다. 그리고 겨울 동안 개장 준비를 하고, 내년 봄에 정기 장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내년 뚝도나루에 '서해5도 직송 선상 활어시장'이 생기면, 현재 경인아라뱃길 검암역 인근에 조성 중인 '서해5도 수산물 복합문화센터'와 더불어 2개가 생기게 돼 서해5도 어민들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전망이다.

수산물 운반선 조달비용과 운영비는 과제

'서해5도 수산물 복합문화센터'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서해5도 가계소득이 심각하게 감소하자,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62억5000만 원(정부 50억 원)을 반영해 경인아라뱃길 검암역 인근에 인조성하고 있다. 개장 목표 시점은 내년 9월이다.

이 사업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사업본부가 지난해 서해아라뱃길정책추진단을 발족해 시작했다. 정책추진단은 인천지역 여야 국회의원을 설득했고, 올해 해양수산부에 예산이 반영됐다.

이날 배를 몰고 온 연평도 어촌계 박태원 계장은 "내년 4월부터 정기적으로 장터를 개설하려면 준비할 게 많다"라며 "서울 뚝도활어시장과 인천 검암역 수산물복합센터 모두 우선 활어운반선 투입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뚝도시장의 경우 성동구와, 인천 수산물복합센터의 경우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서해아라뱃길정책추진단 최혜자 사무국장은 "서해5도 수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토대를 서울시 한복판에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 수산물 전용 운반선 운영 문제, 집하장 확보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민들과 상인회, 각 지자체 등과 협력으로 서해5도 수산물 직판 사업이 인천과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 윤보훈 본부장은 "검암역 수산물복합센터의 경우 소유권은 한국수자원공사 자회사에 있지만, 운영은 자회사인 워터에이플러스와 옹진수협이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라며 "운반선의 경우 정부 예산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인천시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해~한강뱃길, 남북 잇는 뱃길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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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어촌계 연평도 어촌계 박태원 계장이 '서해5도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펼침막을 배에 달고 뚝도 나루에 입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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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해5도 수산물 직판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허선규 대표는 "서해5도와 한강을 잇는 뱃길은 평화와 안보를 잇는 뱃길이다"라며 "서해5도 어민들은 남북대치 국면의 최전선에 있는 안보 지킴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들의 생명과 생존은 정말 평화롭지 못하다"라며 "서해5도 수산물 직판사업은 서해와 한강, 평화와 안보를 잇는 뱃길 사업이다"라고 설명했다.

허선규 대표는 또 "수산물 판매에만 머물면 안 된다"라며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어장마저 모조리 파괴되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을 위해 우선 남북이 공동으로 불법조업에 대응하고, NLL 어장을 공동으로 관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우리 어구가 좋아 더 잡을 수 있어 이득이다, 북한 어획량을 우리가 매입하면 우리한테도 이득이다"라며 "향후 정부차원에서 남북을 잇는 뱃길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