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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광주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아래 공익센터). 공익센터는 지난 10월 광산구의회 앞에 천막사무소를 차리는 등 예산 삭감에 항의했지만, 광산구의회는 3차 추경예산에서도 예산 3000만원 중 인건비 2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운영비·사업비 각 500만원만 승인). 이후 공익센터 위탁 운영 기관이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내년 예산 편성 가능성 또한 불투명하다. 윤난실 공익센터장이 그 동안의 소회를 담아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말]
'싸움'이 끝났다. 활동가들은 싸운 이유를 되돌아봤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월 한 달,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이하 공익센터)는 광주 광산구의회 마당에 천막을 쳤다. 광산구의회가 공익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운영비가 바닥났다. 공익센터 문을 닫으라는 것 말고는 다른 해석이 불가능했다. 사무실이 있던 주민참여플랫폼 '원당숲 어울마루'를 폐관하기로 결정했다. 구의회의 '명분 없는 부당함'에 항의했다. 광산구는 한 달 동안 온통 이 문제로 들썩거렸다(관련기사 : 갑자기 문 닫은 공익센터, 왜 길바닥 신세 됐나).

올 3월 <공공성>의 저자 하승우는 이 지역에 '풀뿌리 자치'를 주제로 강연하러 왔다가, 공익센터 활동을 접하고 한 주간지에 센터를 소개했다.

"6명의 적은 인원이 2014년에만 138회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313회의 마을공동체 및 사회적 경제 컨설팅을 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늘 논란이던 광산구의회 예산승인 문제도 짚었다. 구의회 회의록을 직접 살펴봤단다. "혈압이 오르는 걸 조심하시길"이라며 회의록을 뒤질 독자를 '걱정'했다. 그는 광산구의회의 '처지'를 분석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난 뒤에 지역의 토호들이 재빨리 장악한 곳도 바로 지방의회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만들어지는 걸 두려워한다. 주민의 자치 역량이 강화되고 공공성이 확대될수록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지리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두려워하는 바로 그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 그래야 마을이 대안일 수 있다."

주민자치활동 전액 삭감, 광산구의회는 왜?

광주 광산구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잠정 폐관을 선언한 공익활동지원센터 측이 지난 10월 1일 오전 광산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 편성 및 폐관 사태의 해결을 위한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광주 광산구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잠정 폐관을 선언한 공익활동지원센터 측이 지난 10월 1일 오전 광산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 편성 및 폐관 사태의 해결을 위한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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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센터 활동가들은 왜 광산구의회와 싸움을 시작했나? 당시 활동가들은 ▲ 광산구의회의 이유 없는 몽니 ▲ 주민활동에 뺏지(배지) 갑질 ▲ 주민활동 발목 잡는 광산구의회 등을 이유로 내걸었다. 광산구의회의 공익센터 예산 미승인에는 정치적 해석도 없지 않았다.

즉 민형배 광산구청장의 핵심 사업에 구의회가 줄곧 딴죽을 걸고 있다는 것. 센터 운영 예산은 개인적 감정이나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주민들의 입장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했던 이유다.

한 활동가는 "부당했기 때문"에 싸웠다고 했다. 근거없는 예산 삭감이었고, 주민자치 발목잡기의 더도 덜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 활동가는 "공익활동 본연의 일이었다"고 한다. 비정상적인 의정활동에, 예산심의라는 '의회 의결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는 당연한 주민자치활동이라는 것이다. 의회에 예산 반영을 위한 노력, 반대로 항의하는 행동, 모두가 주민자치활동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공익센터 운영에 예산이 투입되는 것 자체에 대한 지역사회 안에서의 인식 차이도 논의됐다. 자체 수익사업, 모금운동 등을 통해 센터가 운영돼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활동가는 "주민 공동체 활동에 주민예산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익과 복지를 생각하는 예산이 오히려 더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센터는 지방조례를 통해 설립된 기관이다. 구의회가 인건비는 세우고 운영·사업비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월급 받고 일은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예산낭비'다. 주민을 상대로 하는 수익사업은 이중과세다.

지난 10월 2일 광산구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구의회에 낸 의견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광산구 예산은 광산구의 성장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 쓰여야한다. 광산구 풀뿌리 자치 및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지속사업을 위한 구의회의 예산승인 등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구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폐관 위기에 몰려 있는 것은 광산주민들에게 큰 손실을 끼치는 것이며 예산의 합리성, 효율성 측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의회 앞 천막사무실, 10일 만에 6228명 주민 서명

공익센터 활동가들의 '투쟁'에 주민들을 비롯해 많은 마을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10월 1일, 광산구의회 앞에 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피켓을 든 주민들이 구의회 계단을 가득 메웠다. 주민자치, 마을공동체활동을 외쳤다.

한국마을지원센터협의회, 광주NGO시민재단, 살기좋은광주만들기네트워크 등 9곳 시민사회단체가 센터 정상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광주민중의집 식구들은 매일 거리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주민참여플랫폼에서 모임을 갖던 마을동아리 회원들, 센터 교육참여자, 협동조합 사람들 등 그동안 센터와 인연을 맺은 주민들이 격려를 위해 구의회 앞 천막사무실을 방문했다. 센터 사무실이 있던 '원당숲 어울마루' 플랫폼 운영위원들은 구의회 앞에서 거리문화제를 열었다. 공익센터 활동가들은 천막사무실에서 교육모임, 상담 등 일상 업무를 이어갔다.

광산구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센터 정상화 서명운동'이었다. 많은 주민들이 공익센터문제를 알고 있었고 공감하고 있었다. 언론보도가 컸다. 지역 시사프로그램에서 집중 보도하고 지역 언론은 구의원들의 발언과 입장을 문제 삼았다. 서명운동 동안 주민들은 '입'으로 의견을 쏟아냈다.

"센터가 지역사람(활동가)을 키우잖아, 의원들이 자기 자리 없어질까 그러는 거다."
"구의원들이 구(舊)의원들이다. 주민이 요구하는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10여 일 동안 6228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광주 광산구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공익활동지원센터 측이 10월 1일 잠정 폐관을 결정할 당시, 센터 사무실인 원당숲 어울마루 입구에 붙은 폐관 안내문.
 광주 광산구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공익활동지원센터 측이 10월 1일 잠정 폐관을 결정할 당시, 센터 사무실인 원당숲 어울마루 입구에 붙은 폐관 안내문.
ⓒ 윤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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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모범사례'인데, 국회의원들 모르쇠

주민들과 마을활동가들은 구의회 예결위, 본회의도 함께 방청했다. 광산구의회의 현황을 확인하는 자리, 지켜보던 주민들은 답답함에 소리를 내질렀다. 퇴장 당했다. 구의회에 이 정도 주민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주민 방청으로 구의원들도 전보다 훨씬 신중했다고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학생회도 이렇게 안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하이라이트는 10월 22일 예결위였다. 의원들이 회의 규정도 모르고 '땅, 땅, 땅' 잘못 의결했다. 예산 삭감의 내용이 담긴 '예산안' 표결 결과 4:4 동수가 나왔는데, 최순이 예결위원장이 '동수일 경우 위원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통과시켜버린 것이다. 광산구의회 회의규칙에는 "가부동수 일때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고 나와 있다.

이래놓고 광산구의원들은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의회사무국은 난감해했다. 밤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잘못된 점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다음 날, 의원들을 소집해 다시 예결위를 열었다. 공익센터는 아프리카TV로 생중계했다.

공익센터 활동가들은 새정치민주연합 광산갑·을지역위원장 김동철, 권은희 의원에게도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신문고에 접수했다. 광산구의회 80%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었다.

2015년, 공익센터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엑스포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은 기관이었다. 이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 이 지역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에게 사태해결을 위한 의견을 물은 것이다. 국회의원의 책무 가운데 하나는 지역 주민의 민의를 수렴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지역 발전을 구현하는 기능. 그러나 김동철, 권은희 의원은 중심에 있는 지역 현안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공개질의서에 대한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이 또한 '빼지 갑질'로 보면 무리일까.

광산구의회에 주민들 '출동'

센터 활동가들도 주민들도 10월 한 달 동안 배웠다. 공익활동, 마을공동체운동에 많은 고민을 던져 주었다. 구의원들의 발언에서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 공익, 공공성은 여전히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 '관제용어'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있었다. 또한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주민, 마을은 너무나 쉽게 배제돼 있었다. 역으로 마을공동체운동 또한 '주민자치', '민주주의'까지 그 방향성을 넓히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공익 활동가들은 그동안의 활동을 다시 점검했다.

그럼에도 광산구의 2015년 10월은 주민들이 움직인, 주민자치활동의 살아있는 현장이었다. 주민대책위가 꾸려지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나서고 많은 주민들이 광산구의회로 '출동'했다. 옳고, 그르고, 열띤 논쟁의 장이었고 신명나는 주민회의였다.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던, 많은 주민들이 참여한 의사결정의 장이었다.

내년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예산은 불투명하다. 광산구의회와의 관계설정 또한 협의든, 항의든 주민자치활동의 하나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주민들과 더욱 밀착해 주민의 마을공동체의 의제들이 행정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또한 계속해서 해야 될 일이다. 주민자치의 역량으로 공익활동의 폭을 넓혀갈 것이다. 주민의 힘을 키우는 공익센터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전국 벤치마킹' 공익센터, "구의회 발목잡기, 참 희한한 일"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운영한 '공구마루'는 주민들이 공구를 공유하며 목공을 배우고 교류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공익활동지원센터가 운영한 '공구마루'는 주민들이 공구를 공유하며 목공을 배우고 교류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
ⓒ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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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는 2013년 4월 문을 열었다. 광산구(구청장 민형배)가 설립하고 민간 법인이 운영하는 민․관 협력기관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을만들기 사업과 협동조합 지원사업을 하나로 통합한 모델이기도 하다. 행정은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겨 현재 풀뿌리마을지원팀, 사회적경제지원팀, 플랫폼운영지원팀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공익센터와 같은 조직을 흔히 '중간지원조직'이라 한다.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엮어낸다. 행정에 정책제안을 하고 마을주민들과 만난다. 마을활동을 만들고, 돕고, 마을활동가를 키운다. 마을과 마을, 주민과 주민을 잇는 역할을 한다(관련기사 : '콘크리트 베드타운' 이렇게 바꿀 수 있다).

2년 반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의 활동은 어땠을까? '전국 벤치마킹 모델', '전국 자치단체의 따라 배우기 본보기', '주민참여 모델' 등이 언론에서 공익센터를 소개한 제목이다. 공익센터의 빠른 성장에는 행정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민간전문가에게 운영을 맡기고,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은 것이 공익센터의 기본 운영 방식이다.

공익센터는 다양한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컨설팅하는 일도 진행한다. 올해 중앙·시·구 공모사업으로 따낸 사업예산만 총 185억 원이 넘는다. 주민과 공익센터 활동가, 공무원들이 합심해서 확보한 예산이다. 하지만 공익센터는 광산구의회의 '발목 잡기'로 존폐위기에 빠졌다. 경기도 안양시 한 시의원이 한 언론에서 밝힌 것처럼 "참 희한한 일"이 광산구에서 벌어졌다.

광산구의회의는 지난해 12월 공익센터 예산 3억6900만원 가운데 8천만원 삭감, 지난 7월 추경에서 예산 1천만원만 편성, 9월 운영비 5천만원 전액 삭감했다. 10월 공익센터 활동가들과 주민의 요구에도 구의회는 인건비 2천만 원 전액을 삭감하고 운영·사업비 1천만 원만 승인했다.

덧붙이는 글 | 윤난실 시민기자는 광주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장입니다.



태그:#광주, #광산구, #광산구의회, #공익활동지원센터,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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