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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가 시민들과 청년층을 결집해 창당한 '5성운동'이 2013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3당으로 부상했다. 당시 5성운동이 차지한 의석은 상·하원에서 각각 25%에 달했다.

5성운동의 주요 공약을 보면 1) 모든 국민에게 인터넷 무료 제공 2) 모든 청년에게 태블릿 PC 제공 3) 모든 국민에게 월 1,000유로(약 12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으로 빈부 격차에 따른 정보 격차를 없애고,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 정책을 폈다. 특히 청년들을 위한 과감한 정책을 펴 20∼30대 청년층 지지자들이 많다.

베페 그릴로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비판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현실정치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모든 이탈리아 언론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장악된 상황에서 베페 그릴로의 블로그는 유일하게 총리를 비판하는 미디어였다. 베페 그릴로는 자신의 블로그가 유명해지자 독자들에게 각 지역에서 모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자고 제안했고, 그 결과 온라인 모임 플랫폼인 밋업을 통해 2년 만에 전국 각지에서 650여 개의 모임이 조직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단기간에 전국적인 조직이라고 할 만큼 규모가 커진 것이다.

이들은 기존 엘리트층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구조에 반기를 들고 진보와 보수가 통합된 정치이념의 연합정당으로써 직접민주주의, 환경보호, 유럽통합회의론의 정책을 내세웠다. 처음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되었지만, 실제 정당이 탄생하고 온라인 투표로 선출된 후보가 선거에 출마까지 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정책도 당원들이 직접 5성운동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논의와 표결을 통해 직접 만들었다.

5성운동의 돌풍은 베페 그릴로의 인기와 더불어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모으고 알리면서 사람들을 결집한 전략 덕분이었다. 하지만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낀 수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심각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언론을 장악하면서 이탈리아 정치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5성운동이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탄생하는 동기를 제공했고, 결국 5성운동은 새로운 정치의 바람을 일으키며 주류 정당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반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반대하던 진보 성향의 야당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관심도 끌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로 전락했다.

15일 부산을 방문한 안철수 의원이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15일 부산을 방문한 안철수 의원이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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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들은 한국과 닮은 점이 무척 많다. 한국판 베페 그릴로가 등장하여 아래에서 위로 이슈를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나아가 정책까지 도출하는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든다면 이 새로운 바람은 급속하게 퍼져 기존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국 유권자의 1/3은 지지 정당이 없을만큼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이 크다.

그리고 이미 안철수는 정치권 밖에서 등장해서 빠르게 정치적 영향력을 미쳤고, 특유의 신선함과 기존 질서와 대비되는 차별성으로 청년층을 비롯한 수백만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안철수도 기존의 탑다운 방식의 정치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들도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전파하는 하향식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안철수가 시민들이 모여 토론모임을 열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플랫폼이 등장하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면, 그리고 이 새로운 움직임이 국가적인 무브먼트로 발전할 수 있다면 한국에 맞는 진정한 정치혁명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참고자료
-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다니엘튜더, 문학동네
- 클래시 오브 클랜'이 핀란드서 나온 이유, 이상배 기자


태그:#안철수, #5성운동, #오성운동, #베페그릴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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