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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윤 학생이 자신이 그린  '자작나무' 작품 베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서윤 학생이 자신이 그린 '자작나무' 작품 베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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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12시, 서울 장충동 소재 G호텔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호텔아트페어를 참관했다.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블랑블루 호텔아트페어는 (주)대한전람이 주최하고 G호텔이 주관하는 행사다. 아트페어에는 대표작가 왕열(단대 교수)을 비롯해 2015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장안순 작가와 10여년 동안 창문을 통해 바라본 풍경 작업을 하는 주홍미 작가 등 120여 명의 작품이 출품됐다.

결혼식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시장으로 갔다. 5, 6, 7층 90개 객실에서 판매된 작품의 판매수익금은 '플렌 코리아'에 기부돼 세계 어린이들의 빈곤퇴치와 권리보장에 쓰이게 된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안내데스크 옆방으로 들어가니 '2015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상을 수상했다'는 장안순 작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환영해줬다. 그림에 관한 안목이 별로 없어도 쉽게 이해 가능한 그의 그림 속 소재는 갈대와 두루미들이다. 그의 고향은 순천이다.

순천이 고향으로 순천만 갈대를 주로 그린다는 장안순 화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순천이 고향으로 순천만 갈대를 주로 그린다는 장안순 화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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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상을 수상한 장안순씨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15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상을 수상한 장안순씨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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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그림의 주요한 소재는 순천만 갈대입니다. 갈대를 주로 그리면서 느낀 게 갈대는 민물과 짠물의 교차 지점에서 자라면서 인간이 버린 노폐물을 연꽃처럼 정화시키는 식물입니다. 사람들이 갈대 작품을 보면서 아픈 마음이 치유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그려요."

바로 옆방으로 들어가니 강원도 영월에서 천연염색을 한다는 유재순씨가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반겼다. 유씨의 염색 재료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초목, 소나무, 쑥, 황토, 적송과 잡석들이다.

노후를 대비해 염색을 시작한 지 10년 됐다는 유씨의 전공은 수학이다. "수학과 염색이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묻자 "물 속에서 가수분해 원리를 잘 알면 염색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답한 그녀에게 애로사항과 보람에 대해 물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천연염색을 하는  유재순씨의 작품들
 강원도 영월에서 천연염색을 하는 유재순씨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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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오른쪽) 작가와 지인이 유씨가 염색한 원단으로 옷을 해입었다
 유재순(오른쪽) 작가와 지인이 유씨가 염색한 원단으로 옷을 해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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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을 한다고 하니까 돈이 안 된다며 가족들도 외면하고...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데 원단 살 돈이 없을 때 눈물 났죠. 보람이요? 요새는 그래도 자연주의가 어필하고 지금의 자연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소가 됐습니다. 대중들도 마음을 열고 호흡을 같이 합니다. 대중과 공감하는 대중성 있는 작품 활동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방으로 가니 키가 큰 여고생처럼 생긴 작가가 어색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한다. 알고 보니 예원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이은서 학생이다. 침대와 테이블에는 노트와 필기도구 등이 그려져 있어 추상화인 줄 알았다. 은서 학생의 주제는 '보는 자'이다.

'보는자'란 주제로 전시회에 참가한 이은서(예원중1)양
 '보는자'란 주제로 전시회에 참가한 이은서(예원중1)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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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선을 달리해서 그렸잖아요? 사물은 보는 자에 따라 달리 보입니다. 저는 공간이 있는 걸 좋아하는 데 노트를 들어보니까 스프링과 노트 사이에 빈 공간이 있는 거예요. 그런걸 그림으로 그려 상품화 해 친구들한테 팔기도 했어요."

또 다른 방이다. 초등학생처럼 앳된 모습이라 물으니 이매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정서윤 학생이다. 서윤 학생의 주제는 '자작나무'다. 방에 들어서자 자작나무 무늬 사이에 눈을 그린 작품이 나를 감탄케 했다.

침대 옆에는 서윤 학생이 그린 자작나무 무늬를 이용한 베개가 놓여있었고 상품을 만들어 친구들한테 팔기도 했다고 한다. 서윤 학생이 자작나무에 흠뻑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자작나무를 관찰하다 보니까 무늬가 눈처럼 생겼어요. 흰 바탕에 무늬가 있는 게 되게 인상 깊었어요."

시간이 부족해 학생들만 있는 방으로 갔다. 들어가는 입구에 학생들(중1)이 붙여놓은 스티커에는 '끝말잇기이요'라는 말과 함께 주제가 소개되어 있었다. '보는자-자작나무-무릎관절-절단-단추-추억-억만장자-자동차'다. 조유나 학생이 그린 '억만장자' 그림에는 요즘에 회자되는 금수저, 은수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권유진 학생에게  '무릎관절' 작품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권유진 학생과  그녀의  '무릎관절' 작품으로 교실에서 상처난 의자를 그렸다
 권유진 학생과 그녀의 '무릎관절' 작품으로 교실에서 상처난 의자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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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된 방에는 '끝말잇기이어요'라는 스티커가 붙어 작품주제를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된 방에는 '끝말잇기이어요'라는 스티커가 붙어 작품주제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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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의자는 교실에 있는 의자입니다. 학생들이  몇 년 동안 막 쓰잖아요. 그래서 닳고 상처가 나있어요."

외국인들 작품도 포함해 많은 작품이 전시됐다는데 시간이 없어 다 구경하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게임에 빠지고 엔터테인먼트에만 빠진 줄 알았던 학생들의 관찰력과 상상력을 보며 희망을 보았다.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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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아트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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