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주 금요일 "2015부해 0000 주식회사 '신우'(가칭) 사건은 기각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휴대폰에 울렸다. 바로 조사관에게 전화를 해 번호를 물어 김호균(가명, 48세)씨에게 전화를 했다. 지노위 심판회의에서 노무사까지 대동하고 줄줄이 나와 앉아있는 사측에 비해 혼자 덩그러니 앉아 회의 내 흥분된 어조로 변론하던 그가 맘에 걸려서였다.

"저는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인데요, 혹시 선생님께서 중노위 가실 생각이 있으시면 무료 법률지원을 해드리고 싶어서"라고 전화를 건 이유를 이야기했다.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노무사에게 상담을 받고 스스로 심판회의를 준비했다는 그는 "지노위라는 곳이 이런 곳인 줄 몰랐다"며 "행정소송, 민사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금요일 심판회의에서 최후변론을 하라는 위원장을 향해 회사가 작성한 직무능력 평가서를 흔들며 "이런 이유로 해고하는 것이 정당하면 여기 계신 위원장님도 해고 당하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대한민국 그 누가 해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라며 호통을 쳤다.

수습 기간에 직무능력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본채용을 취소당한 사건이었다. 김호균씨는 입사 시 근로계약서를 쓰지도 않았고, 취업규칙을 보지도 못하여 수습 기간이 6개월인지 알지도 못했고, 4개월만에 해고당한 이유가 된 그 '직무능력 평가' 결과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회사가 제출한 근무성적 평가표는 다음과 같았다.

-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 기술의 활동능력 및 지속적인 자기계발의 자세는?
- 자기 업무 및 결과에 대하여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는 정도는?
- 방침 또는 지시를 정확히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신속,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은?
- 조직 내의 인화단결 및 원만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정도는?
- 제반 규율을 준수하고, 지시, 방침에 순응하는 태도는?

그는 1차에서는 45점, 2차에서는 100점 만점에서 38점의 낮은 평점을 받았고, 회사는 이를 이유로 그를 해고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낮은 점수를 준 이유는 사실 회의 내에서의 언쟁, 상사와의 다툼이나 외부컨설턴트와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의 소소한 다툼이 전부였다.

회사도 심판회의 과정에서 "김호균씨를 해고한 주요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업무능력이 이유는 아니었다. 자기 의견을 너무 고집하는 태도가 회사 생활에 부적합하다"고 답했다.

그가 최후변론에서 평가서를 흔들며 "고작 이런 이유 때문에 해고됐다는 것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울음을 참으며 말하는 모습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가 이미 현장에서는 통용되고 있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3개월이면 되는 수습 기간이 6개월이라는 사실', '본인이 수습 기간을 인지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생각한 시점에 해고(채용취소)되었다는 사실', '해고에 이르기까지 감봉, 정직 등 사용자의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는 사실'은 노동위원회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그것이 업무능력이든, 인성의 문제이든 채용의 주체인 사용자가 근로자의 원만한 노동을 위해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어떠한 교육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위원회가 그의 해고를 인정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회사의 '근무성적평가표'. 관리자 단 2명이 매긴 점수 하나로 그는 입사 4개월 만에 해고자가 되었다.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일반해고', '저성과자 해고'의 민낯이었다.


태그:#노동위원회, #해고구제신청, #일반해고, #저성과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