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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동장군이 화가 났나 보다. 겨울 한파에 아침부터 맥이 풀리는 듯하다. 수도관 동파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것이 정말 심상치 않은 날씨다. 눈 대신 겨울비가 계속 내리면서 겨울 한파가 없을 듯했던 날씨가 급변하여 –1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대전의 3대하천(대전천, 유등천, 갑천)도 꽁꽁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날씨에도 하천에서 동장군의 위세와 맞서는 녀석들이 있다. 바로 겨울철새들이다. 오리들은 그나마 털이 많아 버틸 힘이 있어 보인다. 이런 오리털의 보온력을 알기 때문 덕다운을 선호하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해서 오리들이 추위를 아주 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추위에 열량소모를 막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바람을 피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드름이 달려있어 더 추워보인다.
▲ 부리에 고드름이 달린 쇠백로 고드름이 달려있어 더 추워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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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새가 텃새화 된 백로들보다는 조금 견딜힘이 있어 보인다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대전에는 이렇게 여름철새들이 텃새가 되어 겨울을 나는 백로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2014~2015년 벌목으로 여름철 보금자리를 잃었지만 3대 하천을 떠나지 못하고 백로들이 하천에 남아있다. (참고 기사 : 백로 쫓아내려고 대규모 벌목? 그만두시라)

동장군의 위세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25일 대전천의 백로를 찾아갔다. 대전천에서 만난 쇠백로는 부리와 깃에 고드름이 달려 있었다. 사람의 몸에 고드름이 생겼다면 아마 차가움에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고드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있는 쇠백로가 처량해 보였다. 올 여름 다시 둥지를 틀 곳이 벌목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벌목으로 둥지를 틀 곳 자체를 없앤 것이 네 번째이다. 이제 더 버티지 못하고 대전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이를 환영하는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로가 살지 못하는 땅에는 사람도 살 수 없다. 종의 멸종은 결국 사람의 멸종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에는 집단번식지에 대한 피해가 사라져 좋을 수 있지만 결국 그 여파는 나비효과처럼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에너지 사용으로 변한 현재의 이상한 기후로 동남아 등지에도 겨울한파를 만들어 낸 것과 같은 이치다.

다행히 대전시는 백로와 공생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이런 연구를 토대로 인적이 없는 숲을 선정하여 백로를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을 시행중에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해온 연구 결과로 백로와 둥지모형(데코이, Decoy)을 설치했다. 지난 21일 대전의 월평공원에 왜가리, 쇠백로 등 백로 20마리와 둥지 5개, 백로의 울음소리를 재현하는 음향시설을 설치하였다. 봄철 백로가 둥지를 틀게 될 때 먼저 도착하여 둥지를 튼 지역에 같이 번식하는 습성을 고려한 시도이다.

월평공원에 모형 왜가리를 설치중이다.
▲ 데코이 설치중인 모습 월평공원에 모형 왜가리를 설치중이다.
ⓒ 대전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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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가 드문 곳으로  모형을 설치해 유도할 계획이다.
▲ 모형이 설치된 지역 인가가 드문 곳으로 모형을 설치해 유도할 계획이다.
ⓒ 대전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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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다시 백로들은 둥지를 찾아 이동할 것이다. 그곳이 꼭 월평공원이기를 바래본다. 사람들의 벌목으로 4번의 괴롭힘을 당한 백로가 안정적인 서식지를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모형설치로 백로가 꼭 이곳을 찾을지는 미지수이다.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혹 실패하더라도 벌목이 아닌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벌목은 지속가능한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파와 고드름을 견뎌가며 대전을 사수했는데, 사람들의 이기심에 쫓겨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이전에 모형설치가 꼭 효과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통해 대전시가 생태도시가 되고, 이런 집단번식지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벌목이 아닌 다른 해법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쇠백로들이 월동중인 모습
▲ 대전천에서 월동하고 있는 백로무리 쇠백로들이 월동중인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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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선공원, #내동, #백로서식지, #데코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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