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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만원, 449만원, 270만원, 95만원…

어느 직장인 한 달 봉급이 아닙니다. 돈 없고 시간에 쫓기는 대학생이 한 달 동안 졸린 잠 참아가며 아르바이트를 해 벌어들인 수입액이 아닙니다. 1인당 한 끼 식사비입니다. 95만 원짜리 식사는 132명, 270만 원짜리는 무려 270명이 먹었습니다. 1인당 440여만 원짜리 다과 행사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부인의, 영부인에 의한, 영부인을 위한 일들이 돼버린 '한식의 세계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출된 예산입니다. 한마디로 '억!' 소리 나는 예산에 '헐~'소리 나는 결과입니다.

매년 추석이나 설이 되면 제사상 말고 차려지는 게 또 있습니다. 모처럼 만난 사람들이 두루두루 둘러앉아 차리는 '관심상'입니다. 관심상에 차려지는 메뉴는 정치이야기 일수도 있고 가까운 시일에 있었던 어떤 사건이나 사고 이야기 일수도 있습니다. 

단식에서 가배까지 <음식이 정치다>

<음식이 정치다>(지은이 송영애 / 펴낸곳 채륜 / 2016년 3월 10일 / 값 15,000)
 <음식이 정치다>(지은이 송영애 / 펴낸곳 채륜 / 2016년 3월 10일 / 값 15,000)
ⓒ 채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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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정치다>(지은이 송영애, 펴낸곳 채륜)는 정치사에 얽혀있는 음식, 정치인들과 버무려져 있는 음식 이야기를 22첩 반상을 차리듯 진수성찬, 산해진미로 꾸린 내용입니다.

반찬 가짓수가 다섯 가지로 차려지는 밥상을 '오첩반상'이라고 하니 22꼭지의 글이 보글보글 끓는 찌개 맛으로 실리고, 조물조물 무친 나물처럼 차려지고, 사각사각 씹히는 마른반찬과 같은 식감으로 실렸다는 이야기 입니다.

김치 맛을 내는 이야기는 기본이고, 구이나 조림, 탕이나 전 같은 이야기는 물론 평소에는 쉬 접할 수 없는 맛들을 연상시키는 맛깔스런 내용들이 수북합니다.

정치인도 사람입니다. 잠도 자야하고, 옷도 입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먹고 싶은 걸 참고, 먹기 싫은 걸 억지로 먹어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 중에는 손질하지 않는 '개불'을 먹고, 제대로 씻지 않아 흙이 씹히는 오이를 먹은 사람도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나경원 후보가 그랬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이회창 후보가 그랬습니다. 국민을 책임져야 하고, 지도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정치인들과 음식은 또 다른 관계입니다.

보릿고개로 대변될 만큼 식량난이 심각했던 시절이이서 정부 차원의 엄청난 홍보 덕택에 라면 소비량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드는데, 우리 국민들의 배고픔을 면하게 해준 공로는 삼양라면 전증윤 회장이 더 컸던 건 아닐까 싶다. -<음식이 정치다> 53쪽-

저자가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정치인과 음식과 관련한 일화를 들려주고자 했던 건 아닐 겁니다. 정치사에 깃들어 있는 음식, 음식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정치인 개개인의 민낯 참모습일 거라 생각됩니다.

정치와 음식, 닮은 꼴 공통점

지역 색, 연대, 자극, 부패… 언뜻 정치인들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이지만 정치와 음식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기도합니다. 정치와 음식 모두 '지역 색이 뚜렷하다.', '연대가 필수적이다.', '자극적이어야 살아남는다.', '고유의 맛과 향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말한 '배신의 정치'는 부하의 충성심을 믿었던 권력자의 불편한 기분을 대변한 말이었다. 그런데 '배신의 정치'보다 심각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정치의 배신'이다. -<음식이 정치다> 182쪽-

오래 묵은 쌀로 지은 밥은 '밥맛'이듯 정치판에 오래 머물며 권력의 단맛을 본 정치인들 또한 제 밥그릇 챙기는 밥맛 같은 일을 벌이기 일쑤다. 그런 정치인들은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기 일쑤다. -<음식이 정치다> 146쪽-

몇 번 우물우물 씹다 꿀꺽 삼키는 음식은 맛이 덜합니다. 음식이 갖고 있는 영양분도 제대로 섭취되지 않습니다. 음식은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고, 몸에도 좋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치도 그렇습니다.

우물우물 씹듯 무관심하고, 꿀꺽 삼키듯 방관하는 정치는 우리 자신은 물론 정치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되새김질을 하듯 살피고, 되씹기를 하듯 참여하는데서 주권자로서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바야흐로 투표권을 행사할 총선이 머지않은 코앞입니다. <음식이 정치다>를 통해 그동안 정치인들이 차렸던 밥상을 어림해 보고, 어느 후보자가 차리겠다는 정치적 밥상이 맛과 건강, 경제와 가치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가늠해 본다면 앞으로 우리 앞에 차려진 음식은 더 풍족해 질 것입니다.

면암 최익현이 하였던 '단식'을 애피타이저를 맛보듯 읽고, 자장면과 짜장면에 얽힌 일화를 후식을 먹듯 새길 즈음이면 음식을 통해 들여다 보는 정치적 미각 또한 날카롭게 벼려져 있을 겁니다.  저자가 빗어낸 글맛은 달착지근한 감칠맛이고, 저자가 버무려낸 정치는 짭쪼롬하면서도 톡 쏘는 쌉쌀한 간 보기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음식이 정치다>(지은이 송영애 / 펴낸곳 채륜 / 2016년 3월 10일 / 값 15,000)



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지음, 채륜서(2016)


태그:#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채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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