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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호 민중연합당 광주 북구을 후보
 윤민호 민중연합당 광주 북구을 후보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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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13 총선은 윤민호(45) 후보가 광주에서 진보정당 후보로 치르는 세 번째 선거다. 2012년 19대 총선에 민주노동당 광주 북구을 후보로 첫 선거를 치렀고, 2014년 지방선거에선 통합진보당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나섰다. 이번에 총선에는 민중연합당 후보로 광주 북구을에 다시 출마했다.

세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그가 몸담았던 정당들은 세간의 평가가 어떻든 간에 한국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윤 후보가 생애 처음으로 몸을 담았던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다른 정당과의 합당으로 그 역사적 소명을 끝내고 사라졌다. 두 번째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에서 그는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을 역임하며 '정당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아야 했다. 이제 지금 그가 몸담고 있는 민중연합당은 창당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신생정당이다.

세 정당의 공통점은 '진보정당'이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 한국에서 '진보정당'은 함부로 운운해서는 안 되는, '금기의 실체'가 된 듯하다. 분명히 세력으로서 존재하는데 타 정치세력은 물론 언론까지 선뜻 다가서지 않는. '진보'를 대놓고 말하는 것조차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인가.

"영구집권의 전략 중엔 차별과 배제가 있다. 박근혜 정권은 종북 논란과 공무원노조, 전교조를 들쑤시며 한국 진보세력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여든 야든 앞다퉈 왼쪽으로 오면서 경제민주화로 경쟁했는데, 이제는 깜빡이도 안 켜고 전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선명야당 진보야당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자주와 평화담론으로 정책경쟁을 하고 싶다. 특히 평화는 우리 생명의 문제이다, 6.15선언을 한반도 평화담론으로 만들려고 한다."

"직접 정치를 목표로, 진보진영과 연합정당 만들 것"

14일 현재 민중연합당의 당원은 약 2만3천명, 이 가운데 광주광역시당원은 5300명이다.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많은 수다. 그는 "진보정치의 토양이 처음엔 영남의 노동벨트에서 시작했는데 호남으로 점점 옮겨오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우리 민중연합당은 직접 정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1%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99%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99%인 우리가 직접정치를 해서 바꿔보자는 것이다. 한국 정당 사상 최초의 실험인데 당내의 당을 만드는 것이다. 청년을 대표하는 흙수저당, 누리과정 예산삭감에 분노하는 엄마들이 만든 엄마당, 자영업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킬 자영업당, 보건의료인들은 보건의료당 등 이런 형태가 될 것이다.

지난 진보정당의 역사를 돌아볼 때 정치과정에서 의견조율을 하지만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수결의 원리로 하다 보니 결국 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오더라.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들 하는데 다양한 색깔과 가치가 있었는데 한 당 내에서 그동안에 있었던 정당 운영의 방식으로 하나의 틀로 묶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패권주의를 거둬내기 위해서는 정당 내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보장해야 한다. 여러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사전 의견 조율과정을 빛의 속도로 이루고, 모바일을 통한 일상적 소통을 형성하고, 평범한 다수가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논의의 방식을 찾고 있다. 스페인의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의 실험도 참조하고 있다. 당내에 당을 만들고 흩어져있는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진영과 연합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윤민호 민중연합당 광주 북구을 후보.
 윤민호 민중연합당 광주 북구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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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연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에서 3%이상의  정당투표율을 얻어서 비례 1석 이상을 얻어내고, 윤 후보가 출마한 호남지역에서는 지역정치의 토대를 다지는 담대한 도전과 효력 있는 득표율을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그가 지역정치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선 기존 야당이 갈리며 서로 '호남정치 복원의 적자'임을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그 틈새를 파고들기는 쉽진 않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호남정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박삼김(박정희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의 정치'는 끝났다고 본다. 물론 일박의 자제분이 대통령을 하고 있고, 일부 정치인들이 호남에선 지금도 'DJ 팔이'를 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파괴력은 없다. 일박삼김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호남정치 복원'이다.

지역에 근거한 양당체계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였다. 이걸로는 시대의 흐름을 담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호남 야권이 분화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시대 변화를 갈망하는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영남에서도 이른바 '진박 마케팅'이 통용되지 않고 있질 않나. 이제 호남정치는 지역주의 정치가 아니라 계급과 계층을 대표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진보정당이 보수양당체계를 깨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보수정당 중심의 양당체제를 극복하는 것엔 동의하면서도 선뜻 진보정당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은 진보정당은 보수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력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선거들을 돌이켜 보자. 보수정당들은 선거 때마다 장관 출신, 판검사 출신 등 이력이 화려한 사람들로 매번 인물 교체 안 한 적이 없다. 광주에서는 매 선거 평균 40-50%가 바뀌었다. 그런데 정치가 바뀌었나, 경제가 바뀌었나? 성공한 사람 위주의 인물수혈론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평범한 사람, 그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절박하게 찾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바뀐다. 작년에 흙수저, 금수저 논쟁이 있었다. 지금 보수 양당 중에 실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는 인재를 영입한 당이 있는가, 없다. 실력과 능력은 그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할 줄 아는 데 있다.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인재가 아니라 이런 사람이 인재다."

그래서 민중연합당은 청년과 일자리 문제, 최저임금제를 핵심 이슈로 제기하려고 한다고. 이른바 '흙수저 방지법'을 제안하며 정책논쟁을 촉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중연합당은 '재벌세'를 부과해 재원을 확보해서 2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검토까지 마친 상태다.

"우리의 가장 큰 차별성이자 모토는 '정성'"

윤민호 후보에게 손으로 뜬 어깨띠를 매어주고 있는 부인 곽근영씨.
 윤민호 후보에게 손으로 뜬 어깨띠를 매어주고 있는 부인 곽근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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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니 윤 후보의 어깨띠가 색다르다. 보통 후보자들은 인쇄된 어깨띠를 두르는데 윤 후보가 걸친 어깨띠는 한 땀 한 땀 손으로 뜬 것이다. 누가 만들어줬냐고 물었다.

"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부인(곽근영씨)이 처음엔 이런저런 염려를 많이 했다. 그러다가 '기왕 할 것이면 차별성 있게 해야지 않나, 우리의 가장 큰 차별성이자 모토는 정성'이라면서 사흘에 걸쳐 뜨개질을 해 만들어주었다."

윤 후보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도초도가 고향이다. "섬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연조건이 안 좋은 곳에 살다보니 뭔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꾸준히 가려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광주 북구 일곡사거리에서 삼각동 초고압 송전선로 지중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287일 동안 진행해왔다.

진보정당 후보로 광주에서 세 번째 도전이다. 그는 "백분 중에 한 분 정도만 나를 찍어주겠다고 대놓고 말씀하신다"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 웃음은 이젠 어느 정도 현실정치의 구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갈 길 머니 서두를 일 없다. '정성'이 모토인 사람에게는 특히나.


태그:#윤민호, #민중연합당, #광주 북구을, #4.13,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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