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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에서 100여년을 이어온 별미 수구레선지국밥이다.
 한 가정에서 100여년을 이어온 별미 수구레선지국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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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누군가 그립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5일마다 장이 열리는 시골 재래시장이다. '오늘은 어느 곳의 장날일까' 찾아보니 약초와 산나물이 풍부한 구례장(3, 8일)이다. 장맛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 빗길을 달려 구례 5일장을 찾았다. 지난 3일이다. 장옥 현대화로 시설이 개선돼 대부분의 가게가 비를 피할 수 있어서 장보는 데 별 불편함이 없다.

약초를 파는 아저씨가 산삼주를 착한 가격이라고 소개한다. 채소를 파는 할머니는 카메라를 보더니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장터 난장과 상가에는 강낭콩·호박잎·옥수수·오이·고추 등의 농산물과 토종닭·소고기·생선 등 수많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진열되어 있다. 없는 게 없다.

장맛비가 내리는 지난 3일 구례 5일장 풍경이다.
 장맛비가 내리는 지난 3일 구례 5일장 풍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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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획량 감소와 중국 상인의 가세로 몸값이 부쩍 치솟은 병어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최근 어획량 감소와 중국 상인의 가세로 몸값이 부쩍 치솟은 병어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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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획량 감소와 중국 상인의 가세로 몸값이 부쩍 치솟은 병어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산골마을 구례장에서 이런 생선들을 마주하고 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장날이 아니어도 문 여는 이곳... 아무 때나 불쑥 찾아가도 좋아

때마침 점심 무렵이다. 할머니팥죽집과 짜장면집 앞을 그냥 지나쳤다. 꽈배기와 튀김도 오늘따라 그다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평소에 자주 가는 단골집을 찾았다. 현수막에 인쇄된 최불암 아저씨 사진이 인자한 미소로 지켜보고 있는 '수구레선지국밥'집이다. 그러고 보니 이집 한국인의 밥상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구례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기자가 즐겨 찾는 전통 맛집이다. 이곳은 장날이 아니어도 문을 연다. 원래 장날 다음날이 쉬는 날인데 주말일 경우에는 그와 상관없이 영업을 한다. 아무때나 불쑥 찾아가도 좋은 곳이다. 인정 많은 주인아주머니가 늘 반겨준다.

소 목덜미와 비계사이 층인 수구레는 그 이름만큼이나 식감도 독특하다.
 소 목덜미와 비계사이 층인 수구레는 그 이름만큼이나 식감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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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선지국밥은 제피를 넣어야 그 맛이 비로소 완성된다.
 수구레선지국밥은 제피를 넣어야 그 맛이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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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메뉴는 단 하나, 수구레선지국밥이다. 소의 특수부위인 수구레와 선지가 한데 어우러져 맛이 유별나다. 채소 육수를 사용해 국물맛이 깔끔하다. 소 목덜미와 비계 사이 층인 수구레는 그 이름만큼이나 식감도 독특하다. 기름진 듯하지만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배어난다. 메뉴에 별도 술국이 있으나 이것 또한 해장에 아주 그만이다.

큼지막한 수구레를 한입 깨물면 물컹하면서 쫄깃한 식감에 흠칫한다. 그러나 이내 그 묘한 맛의 세계로 빠져든다. 수구레선지국밥은 제피를 넣어야 그 맛이 비로소 완성된다. 제피 특유의 향 때문에 수구레국밥의 풍미가 되살아난다.

"이만한 곳 없어요, 제 입에는 이곳이 최고"

소의 특수부위인 수구레와 선지가 한데 어우러져 맛이 유별나다.
 소의 특수부위인 수구레와 선지가 한데 어우러져 맛이 유별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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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목덜미와 배부위의 수구레만 식용으로 사용한다. 다른 부위는 공업용으로 활용한다. 반찬도 주인아주머니(박경화씨)가 직접 담가 맛의 깊이가 남다르다.

"고추지도 담고, 김치깍두기도 다 내가 해요. 다 무쳐~"

이집의 수구레국밥은 친정 할머니 때부터 이어진다. 이어 어머니가 그 비법을 전수받아 큰딸인 박경화씨에게 전해줬다. 3대에 걸쳐 100여 년 세월을 이어온 맛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장사는 안하셨다. 부모님은 경북 청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셨다.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늘 수구레국밥을 끓여주곤 했다.

주인아주머니가 수구레선지국밥을 정성스레 끓이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수구레선지국밥을 정성스레 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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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인 박씨가 5년 전 이곳에 가게를 열어 수구레선지국밥을 세상에 내놨다. 이제는 구례시장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구례에서 꼭 먹어봐야할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수구레국밥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지인(유근철씨)은 수구레국밥집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이집만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맛을 묻는 기자에게 엄지 척하며 환하게 웃는다. 이어 구례에 오면 이집을 꼭 들린다며 자신의 참새방앗간이란다.

"수구레국밥 잘한다는 경상도 식당들 여러 곳 가봤지만 이만한 곳 없어요. 제 입에는 이곳이 최고에요."

수구레국밥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지인은 수구레국밥집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이집만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수구레국밥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지인은 수구레국밥집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이집만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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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례 5일장, #수구레국밥, #수구레선지국밥, #맛돌이, #구례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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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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