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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습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웠습니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들길을 걸으며 도란도란 밤이슬 맞도록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저 바라만봐도 좋은 여인이었습니다.
가슴 가득 하늘가득 아뜩하게 하던 여인이었습니다.
멀리 살고 있어서 쉬이 만날 수가 없었지요.
인터넷을 통해 처음 그녀를 봤고, 제 닉네임은 리처드(Richard), 그녀는 테레사(Teresa)로 불렸습니다.
그녀가 언젠가 낸 책 헌사에 씌인 글귀는 마치 저를 위해 쓴 것처럼 가슴을 온통 달구었습니다.

(Richard) 내가 만일 성자가 된다면 나는 분명 어둠의 성자가 될 거예요. 나는 지상에서 어둠 가운데 있는 '그들의 빛'을 비추기 위하여 영원히 천국에 없을 거예요.

그후로 사람들은 그녀를 Mother 라고 불렀습니다. 여러분은 그녀를 잘 모르실 겁니다.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라고.(^^)

프로이드를 능가한 칼 융도, 현대 심리 상담의 거목 칼 로저스도 가히 범접할 수 없는 몇 안되는 초절정 고수 중에 유일한 여성입니다. 숭고함이 무엇인지, 마더 테레사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저 한마디,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그녀 나이 37세에 저 두 칼씨가 가장 원숙했을 때 도달한 영역을 이미 넘나들었습니다.

저 글귀 중 '그들의 빛'이 눈에 화악 들어옵니다. 오직 인간인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들이 지금 어떠한 비천한 삶 속에 있을지언정 그녀와 동일한 빛을 그들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명확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에게 있는 그들의 빛을 그녀를 통해 거울처럼 되비쳐 보며 깨달았다고 합니다.

초절정 고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절대신공의 필살기를 그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은장도가 아닌 장검을 휘두릅니다. 한번 휘두르면 이성이 멎고 혼이 깨어난다지요. 그 장검은 인간 존재에 대한 '긍휼'입니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지요. 희망이라고는 한줄기도 찾아볼 수 없는 캘커타의 처참한 지경에 놓인 주민들에게 그녀의 장검은 막강 파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긍휼은 아무 조건없는 사랑을 부릅니다. 그래서 혼이 깨어나지요.

친절의 은장도도 버거운데 웬 장검일까요. 물론 은장도를 쓸줄 알아야 나중에 장검도 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둘째 녀석이 막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되서 감기가 걸렸습니다. 큰녀석에게 옮은 거지요. 없던 것이 생겨났으니 신기했던지 감기 걸린 얼굴로 부벼댔나봅니다. 그런데 신생아는 약을 줄 수가 없지요. 큰일납니다. 감기로 코가 막혀서 숨을 쉬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신생아는 입으로 숨을 쉬는 법을 아직 모르지요. 그러니 입은 다물고 막힌 코로 숨을 쉬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온통 가습기를 틀어놓고 밤새 아이를 지켜보는 아내의 그 마음. 어린 것에 대한 애처롭고 한없는 측은함이지요.

자식에 대한 가여움과 측은함이 모든 부모에게 있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일지언정, 혹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타인에게 미움이 아닌 존재에 대한 긍휼이 솟아날 때 절정의 파워가 생깁니다.

그녀의 장검 역시 우리 모두의 저 깊은 곳에 분명히 있습니다.

절망에 놓인 캘커타의 빈민들에게 그녀는 거울과도 같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녀를 통해 자신들에게도 거룩한 빛이 있다는 것을 되비쳐 보아 알수 있었다지요. 이를 위해 그녀는 천국에 있지 않고 어둠 가운데 거할 것이라고....
▲ 캘커타의 성녀 절망에 놓인 캘커타의 빈민들에게 그녀는 거울과도 같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녀를 통해 자신들에게도 거룩한 빛이 있다는 것을 되비쳐 보아 알수 있었다지요. 이를 위해 그녀는 천국에 있지 않고 어둠 가운데 거할 것이라고....
ⓒ 전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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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검, #긍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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