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륙 최초 '이달의 선수상' 수상자 손흥민.

아시아 대륙 최초 '이달의 선수상' 수상자 손흥민. ⓒ 토트넘 홋스퍼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Player of the month)은 1994년 8월부터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 총 207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한편 손흥민이 아시아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9월의 선수상'을 수상하면서 화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는 팬 투표와 심사위원 투표로 이달의 선수를 선정한다. 손흥민은 팬 투표에서 39%의 지지를 받으며 아담 랄라나와 동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심사위원 투표에서 랄라나와 손흥민의 운명이 갈렸다. 저메인 제나스와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등은 평소 손흥민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손흥민이 9월의 선수상을 수상하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손흥민이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것이 더욱 화제로 떠오른 이유는 그의 수상이 아시아 최초이기 때문이다. 22년간 총 207명의 수상자 중 아시아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던 박지성도, 레스터 시티에 헌신하며 리그 우승에 성공한 오카자키 신지도, 이 상을 수상한 적이 없었으나 손흥민은 해냈다. 그렇다면 다른 대륙에서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 그 선수들의 임팩트는 어떠했을까?

[유럽] 데뷔 시즌부터 강한 인상 남긴 위르겐 클린스만(1994년 08월)

 유럽의 첫 수상자였던 클리스만

유럽의 첫 수상자였던 클리스만 ⓒ 위키피디아


클린스만은 AS 모나코에서 순탄하지 못한 플레이들을 보여주며 조기에 팀을 떠났다. 그런 그가 합류한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였다. 사실 잉글랜드의 클린스만을 향한 시선은 곱지 못했다. <가디언>지의 한 기자는 "왜 내가 클린스만을 싫어하는가"라는 기사를 작성했을 정도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토트넘의 클린스만은 부정적인 시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내 <가디언>의 기자는 두 달 만에 "왜 내가 클린스만을 좋아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잉글랜드의 축구팬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그들은 독일의 클린스만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데뷔 전에서 헤딩으로 득점하였고 '전매특허'인 다이빙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어 득점 행진이 계속되면서 클린스만을 향한 시선이 변화했다. 당시 한 시즌 동안 클린스만의 유니폼이 150,000장이나 팔렸을 정도로 인기 스타가 되었다.

위르겐 클린스만은 리그에서는 41경기 21득점을 올렸고 FA컵에서는 6경기 5득점을 넣었다. 이어 리그컵에서는 3경기 4득점을 넣어 총합 50경기 30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축구 작가 협회가 선정한 1995년의 선수로도 선정되었다. 타이밍이 좋았다. 토트넘으로의 이적을 결심한 후, 스펙터클한 데뷔를 보여줬던 그에게 이달의 선수상은 적격이었다. 타고난 운동 신경과 저돌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잉글랜드를 강타했고, 그의 유머 감각은 그의 인기를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위르겐 클린스만에 이어 9월에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롭 리가 수상했다. 이후 1995년 2월까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선수들이 수상하며 '이달의 선수상'은 유럽의 독차지였다.

[아프리카] 토니 예보아,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되어 활약(1995년 03월)

FC 자르브뤼켄과 프랑크부르크를 거친 토니 예보아가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1995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프랑크부르트로부터 £3.4 million에 영입했다. 첫 시즌에는 후반기만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18경기 12득점을 터뜨리며 데뷔했다.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주면서 1994-1995 시즌 '3월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시즌에는 22경기 12득점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 후보까지 올랐다. 토니 예보아는 프리미어리그보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223경기 96득점을 올리며 외국인 득점 랭킹 7위에 올라있는 선수다.

그는 매우 돌파력 있고 박진감 있는 선수다. 상대를 헤집고 돌파하면서도 공에 발을 가져다 대며, 수비보다 반 박자 빠른 슈팅을 가져가면서 수많은 득점을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중거리 슈팅과 강한 빨랫줄 슈팅까지 다양한 스킬을 지닌 선수다. 토니 예보아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머물렀던 2년간 66경기 32득점을 올렸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거둔 성과다. 하지만 팀에 빠르게 적응했던 만큼 팀과 빠르게 헤어졌다. 마지막 시즌을 부상으로 날려 보냈고 7경기 무득점에 그치면서 계약 해지를 선택했다.

토니 예보아는 1995년 3월뿐만 아니라 9월에도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이후 제이제이 오코차가 2003년 11월에 수상하기까지 어떤 아프리카 선수도 이달의 선수상에 손을 가져다 대지 못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 선수가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횟수는 7회다. 피터 오뎀윙기가 두 번을 수상하며 최다 수상자로 자리매김했고 다른 선수들은 한 번씩 수상했다. 이외에는 제이제이 오코차와 오디온 이갈로, 뎀바 바 등이 아프리카 소속으로 수상한 바가 있다.

[아메리카] 로비 얼과 주니뉴 파울리스타, 아메리카를 웃게 하다(1997년 02월)

로비 얼은 포트 베일에서 294경기 77득점을, 윔블던에서 284경기 59득점을 올린 레전드다. 동시에 자메이카 국가대표팀이었으며 현재는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91/92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기 직전 시즌부터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14득점 2도움을 기록했다. 이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래로 244경기를 소화하며 팀에 기여했다. 사실 그가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던 1997년 2월은 스탯적으로 뛰어난 달은 아니었다. 하지만 팀에 대한 기여와 활약을 인정받아 수상할 수 있었다. 그는 자메이카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을 뿐더러, 아메리카 대륙 최초로 수상한 선수가 되었다.

로비 얼에 이어 1997년 3월에도 이달의 선수상은 아메리카 대륙의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주니뉴 파울리스타다. 주니뉴는 1993년 상파울루에서 데뷔하여 미들즈브러로 이적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빠른 스피드와 킥력을 이용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더 높은 커리어를 위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으나 다시 미들즈브러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기도 했고 스코틀랜드의 셀틱으로 이적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이탈리아나 호주 리그에서 뛰며 커리어를 마감했다.

다시 미들즈브러 시절로 돌아와, 1996-1997 시즌의 그는 36경기 10득점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또한, FA컵에서 6경기 2득점을 넣으면서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는 미들즈브러 역사상 가장 좋았던 FA컵 성적이다. 그러나 리그에서는 19위를 기록했고 강등을 면치 못했다. 이에 주니뉴 파울리스타도 팀을 떠났다. 놀랍게도 당시 리그의 순위표에 따르면, 19위부터 9위까지의 승점 차이는 8점이었다. 매우 근소한 차이로 순위 변동이 심했었으며 미들즈브러는 아쉽게 강등당했다.

로비 얼과 주니뉴 파울리스타를 뒤이어 13번의 아메리카 출신 이달의 선수상 수상자가 나왔다. 파울루 완초페와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이 2000년대 들어 수상했으며 2010년대에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나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루이스 수아레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크게 활약했다. 두 선수는 각각 4번과 2번씩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한편 가장 많은 수상 횟수를 배출한 국가는 아르헨티나다. 베론과 테베즈, 아구에로가 총합 6번의 수상을 일궈낸 바가 있다.

[아시아] 손흥민, 아시아 최초로 이 달의 선수상(2016년 9월)

 EPL 9월의 선수. 손흥민

EPL 9월의 선수. 손흥민 ⓒ 토트넘 홋스퍼


드디어 아시아에도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선수가 배출되었다. 토트넘에서 한 달 내내 꾸준히 활약한 그가 일궈낸 성과다. 사실 손흥민은 지난해까지 토트넘에서 쉽지 않은 생활을 보내왔고,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볼프스부르크 이적설까지 돌았다. 그런데도 포체티노의 만류에 팀에 잔류했다. 포체티노의 믿음은 이유 있던 믿음일까, 손흥민은 완벽히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지난 4라운드에서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올 시즌 첫 경기를 소화했다.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며 프리시즌을 소화하진 못한 그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컸지만 손흥민은 우려를 뛰어넘었다.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감아 차기를 보여줬고, 케인의 골까지 도우면서 2득점 1도움을 기록했다.

6라운드에서는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멀티 골을 넣었다. 상대 수비진 사이에서 공을 탈취해 감아 차기로 발데스를 무너뜨렸고, 얀센의 패스를 받아 집어넣으며 시즌 4호 골을 기록했다. 모스크바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 골을 넣기도 했다. 7라운드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전방에서 활약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나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델레 알리의 득점을 도우면서 공격포인트를 적립했다. 그는 '9월의 선수상' 수상 후 인터뷰에서 "EPL에는 좋은 선수가 많다. 박지성 선수도 엄청난 활약을 펼쳤는데, 제가 이 상을 먼저 받다니 놀랍다. 뛰어난 선수들 사이에서 이 상을 수상하니 더욱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웃음을 숨기지 않았고 한국의 팬들을 향해 "매번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있었지만 꾸준하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물론 손흥민 이전에도 AFC (아시아 축구 연맹)에 소속된 호주에서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선수가 나오기도 했다. 2010년 2월, 마크 슈워처 골키퍼가 풀럼 소속으로 고공행진을 보여주며 수상했다. 하지만 지리학적으로 호주는 아시아가 아닌 오세아니아의 국가다. 이로 인해 아시아 최초 수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한편으로는 마크 슈워처의 수상이 오세아니아 최초 수상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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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주니뉴 클리스만 이 달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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