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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상여 점점 보기 힘들어진 꽃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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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허례라 손가락질하고, 누구는 허식이라 욕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만큼은 알록달록한 꽃송이 너울대는 꽃상여로 모시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쯤 연세를 사신 분들 인생이 다들 비슷비슷 하겠지만 형님 역시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지 못하고, 입고 싶은 것 맘껏 입지 못하며 산 인생입니다. 없는 살림에 살림 일구고, 자식들 키우고, 자식들 가르치느라 동전 한 푼 아껴가며 아둥바둥 사셨습니다.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러 가는 시간이 아까워 침을 삼키고, 배가 고프면 허리띠를 졸라대며 사셨을 겁니다. 질기디 질긴 삼베옷, 등판이 다 드러나게 헤지도록 지게질을 하고 또 했습니다. 열두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배도록 풀과, 돌과, 삽과, 괭이와 씨름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나중에는 먹고 살만큼 살림이 늘어도 당신의 삶은 항상 그런 거라는 듯 그냥 그렇게 사셨습니다. 쓸 줄도 모르고, 놀 줄도 모르고, 먹을 줄도 모른 채 오로지 일만 할 줄 아는 서글픈 인생을 사셨습니다. 

인생팔고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애별이고(愛別離苦)라고 하지만 형제와의 사별은 가슴 먹먹하게 하는 아픔입니다. 일가친척들이 모이고, 이웃사촌들이 모여 살아생전에 맺었던 추억담 하나씩 꺼내 물며 가시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울컥울컥 메이는 목소리 가다듬고, 요령소리 딸랑딸랑 흔들며 앞장섰습니다. 상여를 둘러멘 12군정이 좌우로 몸을 일렁이며 자박자박 걸으니 꽃송이는 너울대고 꽃상여는 호사롭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복(冥福)을 빌었습니다. 이승에서 다 누리지 못한 이런 복 저런 복, 저승에서는 두루두루 다 누리시라고 명복(冥福)을 빌었습니다. 형님께서 타고 가신 꽃상여, 그 앞에서 요령을 흔들며 선소리를 해야 하는 동생. 인생은 생자필멸(生者必滅), 돌고 도는 굴레입니다. 


태그:#꽃상여, #선소리, #요령, #명복, #애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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