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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의 노을. 아직 달이 뜨지 않았습니다.
 해질녘의 노을. 아직 달이 뜨지 않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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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음력 정월 초닷새. 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동지 지나 노루 꼬리만큼 길어진 해 덕분에 오후 6시가 다 되어야 어둑어둑합니다. 나는 해가 넘어가자 카메라를 들고 마당에 서성입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밤하늘 우주현상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리 좋은 구경도 혼자 보기는 아깝습니다.

"여보, 여보 빨리빨리! 하늘 한번 쳐다보자고!"
"이 추위에 무슨 하늘이야! 당신, 또 달 보자는 거지?"
"아냐, 오늘은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초승달 말고 오늘은 무슨 별이야?"
"달, 화성, 금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대."
"그래요? 금성은 아는데, 화성은 어디서 뜨는지 모르는데."
"오늘 밤은 달, 화성, 금성이 가까이 늘어서 우주쇼를 펼치는 날이래."

저녁 6시 30분경. 밖은 엄청 춥습니다. 나는 아내와 함께 두툼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우선 서쪽 하늘에서 초승달을 찾습니다. 초롱초롱 빛나는 초승달은 약간 살이 붙었습니다.

아내가 의아해 내게 묻습니다.

처음에는 초승달과 금성만 보였습니다. 초승달 아래 금성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초승달과 금성만 보였습니다. 초승달 아래 금성이 보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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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과 금성. 화성이 얼굴을 내밀지 않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초승달과 금성. 화성이 얼굴을 내밀지 않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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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초승달과 금성으로 보이는 별만 보이네!"
"글쎄, 화성이 보여야 하는데..."
"화성은 망원경으로 봐야 되는 건가?"
"아냐,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어."
"날이 흐려서 그런가 봐?"
"그럼 좀 있다 다시 나오자!"

예상대로라면 초승달 아래 화성이 보이고 그 아래 금성이 보여야 하는데, 화성은 좀처럼 볼 수가 없습니다.

다시 10여 분 뒤, 우리는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좀 전보다 겨울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총총 빛납니다. 우리는 초승달이 보이는 서쪽 하늘을 뚫어져라 봅니다.

시력이 좋은 아내가 먼저 환호성을 지릅니다.

"여보, 여보 보인다, 보여! 초승달과 금성 사이에 희미한 별 하나 보이지? 저게 화성 맞지?"
"그래, 나도 보여! 화성이 분명해."

한참 뒤 달과 금성 사이에 점 하나가 보였습니다. 화성입니다.
 한참 뒤 달과 금성 사이에 점 하나가 보였습니다. 화성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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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줌을 당겨 화성을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 줌을 당겨 화성을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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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좀 전까지도 보이지 않던 화성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밝기는 금성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초승달과 금성 사이에서 점 하나가 반짝거립니다. 우리는 화성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망원경이 달린 카메라가 없는 게 아쉽습니다. 나는 휴대폰 카메라 줌을 당겨봅니다. 화성의 모습이 좀 더 크게 보입니다.

밤하늘에서 서너 개의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 직렬 현상은 2년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오늘 밤과 같은 달, 화성, 금성의 행성직렬은 13년 만에 일어난 것입니다.

예로부터 일부 점성학자들은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멸망한다는 예언을 내놓았습니다. 특히, 16세기 프랑스의 예언가였던 노스트라다무스는 '태양계 천체가 특정 모형으로 배치되는 순간 종말이 온다'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점성가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행성이 직렬로 늘어설 때 행성 상호 간 인력이 작용하여 서로 충돌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행성 간의 인력은 태양이 99%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행성 사이에는 인력이 미미해 충돌이 일어날 수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점성가들이 주장하는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행성 직렬이 여러 번 있었는데도 여태껏 아무 일이 없었으니 점성가들의 예언은 허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되레 행성 직렬은 지구인들에게 영원한 우주의 신비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요?

현관으로 들어서며 우리는 대화를 나눕니다.

"여보, 우주여행 어땠어?"
"맨눈으로 즐긴 우주쇼가 신비스럽네요!"

아내와 나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영원하니까,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다짐을 합니다.


태그:#초승달, #화성, #금성, #행성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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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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