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혜원이란 이름은 특히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2003년부터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 때로는 따뜻하게 또 때로는 예리하게 자신과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점점 그 시선은 장애인, 외로운 노인, 결혼 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로 확장됐습니다. 그의 기사는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6년 <타임>은 올해의 인물 중 한 명으로 그를 지목하기도 했죠.

8일, 상암동 사옥에서 <오마이뉴스> 수습기자들이 김혜원 시민기자를 만났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란 철학에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수습기자들 눈에 김혜원 기자는 어떻게 비쳤을까요. 또 그들에게 오랫동안 활동한 이 시민기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까요. 그 '소감'을 수습기자들이 기사로 풀어냈습니다. 김성욱·배지현·신민정·신지수, 이상 수습기자 4명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편집자말]
매년 겨울만 되면 나오는 뉴스가 있다. 독거노인에 관한 리포트다. 방송사를 막론하고 가난한 독거 노인들이 추운 겨울을 얼마나 힘겹게 나고 있는지 다룬다. 노인, 쪽방, 허름한 살림, 기자가 온도계로 방 안의 온도를 확인하는 모습. 뉴스에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장애인, 이주노동자와 관련해서도 매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많은 언론이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다루는데, 왜 해결되지 않는 걸까.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라고 리포트를 끝맺는 기자는 이후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김혜원(56) 시민기자를 만났다. 그는 2003년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소외계층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독거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아프리카에 사는 빈곤층까지. 세간의 눈에서 멀어지기 쉬운 이들의 이야기가 기사의 주된 소재였다.

12명의 독거노인을 인터뷰한 '어르신에게 인생을 듣다' 시리즈와 장애인 가족을 취재한 '장애아 부모로 산다는 것' 시리즈는 각각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란 책으로 나왔다. 이쯤 되면 '소외계층 전문기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오랜 시간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전한 김 기자는 한국 언론의 소외계층 보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소외계층을 동정의 대상으로... 책임감 가져야"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 김혜원

관련사진보기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많은 언론 보도를 김 기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소외계층의 이야기가 기사 하나, 방송 한 꼭지를 위한 일회성 소재 정도로 취급되는 것 같다는 뜻이다.

"취재를 했으면 취재원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소외계층을 방송에 내보내는 목적은 제도 개선이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관심만 끌어내고 끝이 아니라, 이를 통해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가 목적이 돼야 하죠. 방송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김 기자는 기사가 나간 후에도 취재원이었던 이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05년 김 기자는 유방암에 걸린 필리핀인 아멜리아씨의 사연을 다뤘다. 기사를 본 이들의 성금이 쏟아졌고, 이렇게 모은 '좋은 기사 원고료' 약 1700만 원으로 아멜리아씨의 항암 치료를 도울 수 있었다 (관련 기사: "나무꾼과 선녀처럼 살고 싶었어요").

이후 독거노인들의 고단한 삶을 생생하게 전한 기사로 상당한 후원을 이끌어내기도 했으며,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인세의 일부는 장애아동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지난해엔 저시력(low vision) 청소년들의 여름 캠프를 위해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다. 소외계층을 가볍게 다루는 듯한 언론의 태도에 그가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유다. 김 기자는 소외계층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요즘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기자라고 찾아가니 이분들 입장에선 스스로가 소비되는 것 같다고 느껴요. 심지어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까지도 그런 얘기를 하세요. '방송엔 안 나가. 그 사람들이 뭘 해줄 건데?'라고요.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도 한두 번씩 방송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방송 내용이 이들의 자존감을 올려주고 격려하기보다는 동정의 대상으로 삼아서 더 비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죠."

취재원의 마음을 여는 건 '진정성'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 김혜원

관련사진보기


인터뷰하는 내내 소외계층이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에 김 기자가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이들의 좌절감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장애아동이 가진 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기자가 취재하러 온다면, 그 부모는 이 장애가 어떤 것인지 기자에게 설명해야 해요. 그건 기자로서 굉장히 무례한 일이고 부모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죠. 저의 경우엔 장애인 봉사를 15년 정도 해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돼 있습니다."

실제로 김 기자는 소외계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그는 장애인 봉사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2주일에 한 번씩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소외계층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 기자는 독거노인을 인터뷰할 때도 어르신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기자가 아니라 딸처럼, 며느리처럼 다가가려고 했어요. 오랜 시간을 같이 있어 드려야 할 땐 그렇게 있었고요. 어르신들과 같이 두세 시간씩 앉아있으면 결국엔 이분들께서 제게 말을 하세요. 외로우니까, 누군가 자기 얘기를 들어줬던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요. 사회복지사나 공무원 말고는 당신 얘기를 애정 어린 눈길로 들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겠죠. 인터뷰할 때도 그분들이 상처 입지 않게 잘 돌려서 얘기하려고 했고요."

괴롭고 슬퍼도 내가 쓰는 이유

어느 날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김 기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처연하고 초라해서 취재 후 한동안 회복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왜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계속하려는 걸까.

"말을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 소리를 내긴 내는데 바깥까지 들리게 하진 못하는 이들이 많아요. 이들이 세상에 소리를 낼 수 있기란 쉽지 않죠. 얘기하지 못하는 이들의 얘기를 대신 들어서 전달해줘야겠다는 욕구가 있어요. 그게 시민기자인 나의 정체성입니다."


태그:#김혜원, #시민기자, #나 같은 늙인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아멜리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