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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검색되는 광고.
 구글에서 검색되는 광고.
ⓒ 구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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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 ㄱ씨는 지적장애여성의 성폭력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 도중 한 로펌의 광고를 발견했다. 이 로펌은 구글에 '여성장애인성폭력전문 법무법인ㅇㅇ-무혐의 입증 전문'이라는 문구로 광고 중이었다. ㄱ씨가 12일 트위터에 이 광고 문구를 캡처해서 올리자, 3일 만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7000번이 넘게 인용이 되고, 비판 여론이 일어났다.

이 광고는 일명 '검색어 광고'로 업체가 정한 키워드를 검색하면, 검색어가 들어간 업체 광고가 자동으로 노출되는 형태다. 즉 구글에 '여성장애인성폭력'이라고 치는 순간 해당 단어를 키워드로 정해놓은 회사의 광고가 노출될 수 있도록 설정된 것이다. 이 로펌의 경우 '여성장애인성폭력'이란 단어 이외에도 '여성 성폭력', '장애인여성 성폭력', '장애인 성폭력' 등을 입력하면 '(검색어) 전문 법무법인ㅇㅇ-무혐의 입증전문'이라고 나온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해당 로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강간, 추행, 몰카범죄 등의 성범죄를 저질렀으나 변호사들의 능력으로 무혐의 혹은 무죄를 받거나, 형량을 줄였다는 성공사례 글이 올라와 있다.

올라온 성공사례의 내용은 노골적이다. 지하철 몰카를 찍고 기소유예처분 받은 재판에서는 "상당히 많은 양의 사진을 찍고 피해자와의 합의 없이도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13세 미만의 장애인 성매수 범죄에서 혐의없음을 받아낸 재판에서는 "피의자가 피해자의 장애여부(를 몰랐고) 강압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토대로 유인에 해당하지 않고 당시 13세 미만이었음을 인지하지 못하였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쳤다고 말한다. 또한 성범죄를 다룬다고 밝힌 로펌 다수의 사이트에 이 같은 성공 사례가 게시되어 있음을 찾아볼 수 있었다.

성공사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①
 성공사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①
ⓒ A로펌 게시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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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로펌의 '성공사례 게시판' 캡처
 A로펌의 '성공사례 게시판' 캡처
ⓒ A로펌 게시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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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받지 않고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 A로펌 "불쾌감 드렸다면 고치겠다"

성범죄 피해자를 특정하고 '무혐의 입증 전문'이라고 홍보하는 광고와 구체적인 성공사례를 게시한 것에 법적·도덕적 문제는 없을까?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전문' 표시는 대한변협에서 전문분야 변호사를 등록해야만 사용 가능하다"며 "조세법, 가사법, 손해배상법, 부동산관련법 등의 전문분야가 존재하지만 '여성장애인성폭력 전문'이라는 것은 없다. 변호사전문분야 등록에 관한 규정 위반 광고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해자의 변호 성공 사례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에 대해서는 "윤리적으로 따지기에는 애매한 부분이지만,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A로펌의 광고와 성공사례 게시에 대해 "'어떤 사람'을 성폭행하면 처벌받지 않고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성범죄'가 정의롭게 재판되고 있지 않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성범죄는 목격자가 없어서 입증 책임이 어려우므로 진술에 의존한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엔 수사 과정에서 진술이 불일치할 가능성이 높고, 겁주면 진술을 철회하기도 한다"며 "법조인들이 피해자 진술을 집중 공략해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지적했다.

A로펌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키워드 광고의 경우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해 오늘(15일) 중에라도 회의를 거쳐서 수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 사례' 게시물에 관해서도 "변호가 필요한 분들이 자신의 사건과 '유사성' 판단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개별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선에서 올려놓은 것인데, 혹시 독자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불쾌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태그:#로펌, #성폭력, #성폭행,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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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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