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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낭은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안내자 말에 의하면 하루에 한국에서 다낭으로 오는 비행기가 무려 22편이나 되고, 매일 약 1000여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찾아든다고 한다. 주말을 이용한 해외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인 여행자들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저가 항공권 판매 서비스 업체인 스카이스캐너(Skyscanner)의 데이터에 의하면 2017년 1월~9월 사이 한국인 여행객이 구매한 다낭행 왕복 항공권은 2015년 기간보다 51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낭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처럼 다낭이 한국인의 주말 여행지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선 다낭이 한국에서 비행 시간이 그리 멀지가 않아 주말을 이용하여 저가항공으로 짧은 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다낭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휴양소로 이용되었던 미케 비치, 박미안 비치 등 아름다운 해변에 현대적 시설을 갖춘 고급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 있어 허니문 등 젊은 여행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인들로 붐비는 바나산 국립공원(1487m) 테마파크
 한국인들로 붐비는 바나산 국립공원(1487m) 테마파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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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다낭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 후에, 미선 등 고대 도시들의 유적지가 인접해 베트남의 문화유산을 돌아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다낭 시에는 참 박물관(Cham Museum)이 있는데, 이곳에는 약 1500년 동안 존재했던 참파 왕국의 유물 3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고대왕국의 찬란했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인근의 바나산 국립공원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올라가면 1487m 정상에 건설한 유럽풍의 테마파크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서늘한 기온 속에서 놀이기구, 레스토랑, 카페, 사원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산 중턱에 위치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길 수도 있다.  

즉, 다낭은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레저 타운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다낭 인근 어느 관광지를 가나 주로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현지인들은 간단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호객 행위를 하기도 한다.

다낭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의 청룡부대가 6년간이나(1965~1971) 주둔한 지역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는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에 대하여 비교적 익숙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투본강 바구니배에서 한국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
 투본강 바구니배에서 한국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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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 근처 투본 강에서는 소위 바구니배란 보트를 타고 코코넛 정글을 누비는 '투옌퉁(Thuyen Thung) 투어를 할 수 있는데, 작은 바구니배 여기저기에서 한국 유행가를 틀어 놓고, 바구니배를 운전하는 현지인들과 한국인 여행자들이 춤을 추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서울에도 한강이 있지만 베트남 다낭에도 한강이 있다. 다낭(Da Nang)이란 이름은 참어(Cham 語)의 'Da Nak'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큰 강의 입구'라는 뜻이다. 다낭 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큰 강의 이름이 서울의 한강과 똑 같은 이름인 송한(Song Han, 한강)이다.

다낭에서의 마지막 날 밤 한강에서 유람선을 탔는데, 여기서도 한국인 일색이었다. 약 1시간가량 유람선을 타고 다낭의 야경을 즐기는 코스인데, 화려한 조명을 받아 용이 꿈틀거리듯 빛나는 드래건브리지(용교)를 비롯하여 다낭의 아름다운 야경을 한눈에 즐길 수 있었다.

다낭 한강의 밤야경을 즐기는 유람선에서는 한국가요를 틀어주는 노래방이 있는데, 각 배마다 한국인 여행자들은 큰 소리로 고성방가를 부르며 노래를 불렀다.
 다낭 한강의 밤야경을 즐기는 유람선에서는 한국가요를 틀어주는 노래방이 있는데, 각 배마다 한국인 여행자들은 큰 소리로 고성방가를 부르며 노래를 불렀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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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각 유람선 마다 노래방을 설치하고 한국인들이 큰 소리로 한국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는 점이다. 조용히 야경을 즐겨야 제 맛이 날텐데 유람선 여기저기서 아닌 밤중에 한국노래를 고성방가로 부르다니! 이건 정말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유람선에는 서양인들을 단 한 사람도 발견할 수 없었다.

지금 다낭에선 여기가 한국인가 베트남인가를 의심케 할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쇼핑센터에도 한국인 단체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어느 한국 음식점에서는 테이블마다 삼겹살에 소주파티를 벌이며 "00을 위하여!", "000 파이팅!" 등 깜짝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등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다.

모처럼 해외로 휴식을 취하러 와서 꼭 이래야만 직성이 풀릴까? 이는 고대도시 호이안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조용히 담소를 하면서 야경을 감상하는 서양인 여행자들과는 퍽 대조적인 풍경이다. 한 번 쯤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이런 모습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의 관광문화가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아직 너무나 멀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하기만 하다.


태그:#다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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