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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된 지난 2월 2일은 충남지역의 진보적인 시민사회에도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인권활동가인 이진숙 부뜰(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대표도 이에 대해 유감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대표는 충남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충남인권조례와 관련해 "설령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되더라도 또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우리 사회가 성적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4일 이 대표가 살고 있는 아산시 공세리를 찾았다. 아래는 이 대표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지난 4일 이진숙 대표가 살고 있는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 4일 이진숙 대표가 살고 있는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에서 그를 만났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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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교육 활동가 모임 부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어떤 단체인지, 그간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도 궁금하다.
"2016년 3월에 예산에서 제2회 한국 인권회의가 열렸다. 인권교육에 공감하고 노력하고 있는 지역 활동가들을 처음 만났다. 충남 지역에 인권교육단체가 없어서 아쉬워하다가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해 6월 29일 워크숍을 열었다. 그렇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이 탄생했다. '부뜰'은 인권을, 권리를, 존엄성을 '꼭' '붙들고' 가자는 뜻이다.

'부뜰'은 결성 이후 매월 모임을 통해 인권교육활동가들을 위한 학습과 토론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역사회의 주요 인권 이슈에 대해 지원하는 활동도 펼쳐왔다. 2016년 갑을오토텍 노동조합 조합원 인권교육과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동 인권, 학생·청소년 인권 지원과 연대활동을 해오고 있다."

- 충남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인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인권이다. 개인적으로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라고 말하고 싶다. 인권위원이라고 하면 시민들은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 예컨대 부당한 인권침해를 해결해 줄 수 있거나, 인권증진 시책이나 행정을 이끌어내는 힘 있는 자리가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지자체 인권조례에 따른 지역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와 다르다. 인권위 활동을 뒷받침할 실무집행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심의자문기구'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 인권침해를 구제하거나 의결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행정의 인권 관련 정책이나 법규를 자문하는 역할로 제한되어 있다.

어쨌든 '인권'은 존중, 자유, 평등의 가치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인권보장이 실현되도록 하기 위한 저항, 투쟁, 연대를 포괄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인권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인 것 같다."        

- 일부 개신교계와 보수단체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일부 개신교계는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질병'이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의학적으로 이미 오류임이 입증된 것으로 일반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리 사회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제인권기구들이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존중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와 정당은 '진실'이 아니라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기득권을 함께 누리던 세력들이 즐겨 사용했던 '종북 좌파' 프레임이 시민사회에서 힘을 잃어가자 새롭게 동성애 찬반 검증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이다."

- 안희정 충남 지사가 충남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연히 환영의 입장일 것 같다. 향후 전망을 말해 달라. 
"부뜰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인권 가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지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환영 논평을 낸 바 있다. 공이 의회로 넘어갔는데, 충남도의회가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의 의원 분포로 볼 때 (인권조례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충남도의회가 안 지사의 재의요구를 받아들이고, 표결 결과 인권조례가 지켜지면 좋겠다. 만에 하나 그렇지 않더라도, 도민인권조례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 기대한다."

- 지금의 충남인권조례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인권조례는 좋은 뜻을 가진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민의 인권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하는 '실효성을 가진 법'이다. 충남인권조례가 도민의 삶 속에 인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충남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고 해서 도민들이 체감하는 인권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노인자살, 아동학대, 노동 인권침해, 학생 인권침해, 이주민 인권침해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충남인권조례에 따라 인권위원회와 인권센터도 설치되었고, 공무원 인권교육 등 인권교육과 인권실태조사도 이루어졌다. 타 지자체에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훌륭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인권에 기반한 충남도정'이 전면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일부 인권 행정의 영역으로 추진되고 있다.

충남인권조례에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인권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권위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인권기구는 행정의 바깥에서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인권행정을 집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따라서 철저하게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인권을 자연스러운 문화로 누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참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에서 표준안을 주고 제정하도록 해서 만들어진 인권조례에 시민의 참여는 없었다.

이제는 시민들의 적극적으로 바라는 인권 실현의 요구와 방법을 광범위하게 토론하고 모아가는 과정으로, 아래로부터의 시민들의 힘으로 인권조례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새로운 인권조례는 지역사회에서 도민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고 가꿔가는 나침반이자 지렛대가 될 것이다. 시민이 참여해서 만든 조례는 누구도 폐지시킬 수 없다." 

- 끝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논리를 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인들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믿는 분들 아닌가. 사랑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최소한 이웃을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민주시민의 의무다." 


태그:#이진숙 , #충남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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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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