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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이라고 누구나 자연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닙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제주토박이 부부가 제주 안에서 또다른 삶을 꿈꿉니다. 직접 집을 짓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나가며 새로운 삶을 위해 꿈꾸고 도전해갑니다. [편집자말]
요즘 핫한 제주도의 카페들을 찾아가보면, 참 의외의 장소에 자리를 잡고 있어 놀라는 경우들이 많다. "아니, 이런 곳에 어떻게 카페가?" "아니, 사람 드문 이곳에서 어떻게 용감하게 장사란 걸 할 생각을 하지?" 보통 찾아갔을 때 들게 되는 생각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 의외의 장소를 다들 어떻게 해서 알고 찾아갔느냐는 것이다. 더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는 건, 그런 의외의 장소에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많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페를 좋아하는 난 사실 이런 경험은 오래전부터 해왔던지라, 이제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제주도의 유명 카페들을 찾아가보면, 의외로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곳이 많았으니 말이다.

커피로 4차까지 갈 정도로 카페를 좋아하던 여자

7년 전쯤으로 시계를 돌려보니, 한 카페가 보이고, 그 안에 한 여자가 있다. 카페를 좋아하는 여자! 커피로 1,2차는 기본에 심지어 4차까지 갈 정도로 카페족이었던 나. 카페를 찾아 원고를 쓰는 일이 많았고, 그 안에서의 시간에 행복감을 가졌던 사람.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바로 그때부터 나만의 카페를 하나 갖고 싶다는 막연한 듯하지만, 간절한 나만의 꿈꾸기가 시작되었던 듯싶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하하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자신 또한 비슷한 꿈을 갖고 있다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남들은 허황된 꿈이라 말하는 것들을 우린 서로 같이 꿈꾸며 격려했으며, 이렇듯 서로 비슷한 꿈을 가진 두 사람은 어느 순간 함께 한 길을 걷고 살아가게 되었다.

어쩌면 그렇게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만의 치밀한 꿈꾸기 계획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호황기를 누리며 아무 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던 남편의 사업. 그런데, 남편이 돌연 선언을 하는 것이다.

"여보. 나 지금 일 그만두고 우리 결혼 전에 말했던 그 꿈을 꿔 보는 건 어떨까?"

매일 쉬는 날 없이 일했던 남편. 아침 7시가 되면 늘 일찍 집을 나서고 집으로 들어오는 시간도 밤 10시가 넘는 시간은 기본이었다. 남들 쉬는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늘 바쁘게 지내는 남편이다 보니, 부부가 서로 얼굴 맞대고 이야기 나눌 시간은 정말 꿈도 꿀 수가 없었다.

특히 초보엄마로서 혼자 감당해야 할 육아는 그야말로 힘듦 그 자체였으며 남편이 매일 육체노동에 시달리며 지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너무 안쓰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꿈꿨던 결혼생활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는 삶을 걷는 듯해 이건 아닌데 하며 결혼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으며 무엇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중에 내게 건넨 남편의 제안이였기에 그저 반갑게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힘든 날이 더 많을 수도 있어. 사업이라는 게 자리잡기까지는 힘든 날의 연속이거든. 힘들고 험난한 과정들이 더 많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난 괜찮다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막연했던 우리들의 꿈이 서서히 그 윤곽이 잡혀나가는 순간이었다.

밭과 창고밖에 없는 이곳, 사람들이 올까?

사업하면서 늘 임대료 문제로 시달려온 남편이였기에, 이번 만큼은 우리 땅 안에서 우리 집도 짓고 우리 가게도 만들어 행복한 삶을 꾸려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첫 시작이 우리땅 찾기!

우리땅 구입후 이어져 온 풍경만들기 작업들
▲ 풍경만들기 우리땅 구입후 이어져 온 풍경만들기 작업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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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을 알아보는 그 시기가 제주도 땅값 열풍이 불어닥치기 전, 그 과도기 때였다. 당시 가수 이효리가 제주도로 오고, 중국인들의 투자도 이어지면서 서서히 땅값이 오름세를 보여 나가기 시작하는 그 시점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평수 또한 괜찮다 싶은 어떤 곳의 경우는 한번 보러 가겠다 말하는 찰나에 이미 거래가 성사될 정도로, 제주도 땅의 인기는 높았다. 이러다가 높아진 땅값에 우리 꿈은 온데간데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 불안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가진 경제적 여건상, 땅도 사고 집도 지어야 했기에, 땅값에 올인 할 수가 없는 상황인지라, 당연히 저렴한 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아닌 땅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 그렇게 불을 켜고 우리 여건에 맞는 적당한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딱 적당한 땅을 만나게 됐다.

제주시내와 30~40분 거리의 한림읍, 그리고  240평수의 땅, 적당한 가격, 위치상 한림시내와도 가깝고, 조금만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협재해수욕장,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여보... 여기 발전소랑 옆에 농작물 창고들은..."

이같은 나의 물음에 남편이 다음과 같이 명쾌히 정리를 해주었다.

"당신이 좋아하던 카페들... 그 장소들 기억 안 나?"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저마다 주인장만의 분위기 있는 개성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았던 카페들. 그 카페들을 떠올리니 흐릿했던 우리 가족의 꿈이 조금은 선명하게 보여갔다.

"온통 밭밖에 없고 창고밖에 안 보이는 이곳에서... 장사란 게 가능할까?"
"우리가 이 안에 풍경을 만들면 되지~"

아들 지상과 함께 우리집 구석구석 풍경만들기
▲ 풍경만들기 아들 지상과 함께 우리집 구석구석 풍경만들기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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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편은 여유 있을 때 하나둘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 텐트도 갖다 놓고 그렇게 예쁘게 우리 집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나가자고 나를 설득했다.

정말 그랬다. 처음에는 아주 초라해 보였던 땅이었거늘 꽃도 심고 나무도 심고, 하나 하나 가꾸고 만들다 보니, 정말 우리가 꿈꿨던, 우리집만의 그림같은 멋진 풍경이 완성되었다.

가진 건 쥐뿔도 없으면서, 꿈과 열정 하나만으로 참 쿵짝이 잘 맞았던 우리 부부. 물론 힘겨운 순간이라고 없었던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린 이 안에서 오늘도 여러 과정 과정들을 겪고 이겨내며, 멋진 우리집만의 풍경 만들기에 여전히 집중해 가고 있다.

남편이 만든 풍경
▲ 풍경만들기 남편이 만든 풍경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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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도, #땅, #제주도땅,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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