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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의 굴구이. 겨울날 바닷가 마을에서 굴을 구워먹는 맛이 정겹다. 겨울낭만도 깊어간다.
 남포마을의 굴구이. 겨울날 바닷가 마을에서 굴을 구워먹는 맛이 정겹다. 겨울낭만도 깊어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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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도 음식처럼 제철이 있다. 겨울은 눈꽃이나 온천여행, 음식여행이 제격이다. 음식은 꼬막이나 매생이, 굴이 더 맛있을 때다. 미각을 북돋아주고, 겨울바다의 낭만까지 더해주는 굴을 찾아간다. 자연산 굴이 많이 나고, 작은 포구 풍경도 다소곳한 장흥 남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굴구이를 생각하니, 군침이 먼저 넘어간다. 굴은 바다의 우유로 통한다. 바다가 주는 고기로도 불린다. 미식가들이 겨울에 굴을 반드시 챙기는 이유다. 
 
남포마을 주민이 마을 앞 바닷가에서 손으로 직접 깐 굴을 바닷물에 씻고 있다.
 남포마을 주민이 마을 앞 바닷가에서 손으로 직접 깐 굴을 바닷물에 씻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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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 앞바다에서 건진 자연산 굴. 마을주민들이 조새를 이용해 손으로 하나씩 다 깐 것이다.
 남포마을 앞바다에서 건진 자연산 굴. 마을주민들이 조새를 이용해 손으로 하나씩 다 깐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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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어머니들은 굴을 '꿀'이라고 부른다. 진짜 꿀처럼 달고 맛있는 게 굴이다. 맛과 영양이 탁월하다. 굴에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이 듬뿍 들어있다.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보약이 따로 없다.

굴은 예부터 남성들한테 좋은 자연 강장제로 통했다. 스태미나 음식이다. 여성들도 굴을 좋아한다. 살결을 하얗게, 피부를 부드럽게 해준다.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속담도 있다. 미용에 좋다. 자연 화장품으로 통한다. 
 
겨울은 굴구이가 맛있을 때다. 우리의 미각을 북돋아주고, 겨울바다의 낭만까지 더해준다.
 겨울은 굴구이가 맛있을 때다. 우리의 미각을 북돋아주고, 겨울바다의 낭만까지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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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구이를 먹고, 후식으로 먹는 굴떡국. 겨울철 입맛을 북돋아주는 제철 음식이다.
 굴구이를 먹고, 후식으로 먹는 굴떡국. 겨울철 입맛을 북돋아주는 제철 음식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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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을 먹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구워 먹고, 찜으로 먹는다. 생굴로 먹어도 별미다. 무쳐먹기도 한다. 국이나 떡국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운치는 구워먹는 게 으뜸이다.

그것도 바닷가에서 먹을 때 더 맛있다. 한 손에 면장갑을 끼고, 숯불에 익어서 벌어진 굴을 하나씩 꺼내 먹는다. 바다의 짭조름한 갯내음까지 입안에 가득 퍼진다. 겨울 바닷가 마을에서의 정취도 무르익는다. 겨울날의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는 낭만적인 여정이다. 
 
소등섬을 배경으로 남포마을에 세워져 있는 정남진 표지석. 영화 '축제' 촬영무대 안내판과 함께 나란히 서 있다.
 소등섬을 배경으로 남포마을에 세워져 있는 정남진 표지석. 영화 "축제" 촬영무대 안내판과 함께 나란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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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 앞 바닷가에 지천인 굴. 남포마을 앞바다는 자연산 굴이 지천인, 굴밭이 펼쳐진다.
 남포마을 앞 바닷가에 지천인 굴. 남포마을 앞바다는 자연산 굴이 지천인, 굴밭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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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의 주산지 남포마을은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의 바닷가에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남쪽에 있다고, 장흥을 '정남진'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지도를 펴놓고 자를 반듯하게 대보면, 정확히 남포에 이른다. 바닷가에 '대한민국 正南津'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용산면 소재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정남진' 남포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다. 앞바다에 자연산 굴이 지천이고, 굴밭이 펼쳐져 있다. 오래 전부터 겨울이면 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찾았던 마을이다.

1990년대 중반 임권택 감독이 여기서 영화 <축제>를 촬영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해안의 수려한 풍광에다 영화의 서정까지 버무려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굴구이와 함께, 손에 꼽히는 겨울철 여행지가 됐다.

영화 <축제>는 안성기·오정해씨가 주연으로 나왔다. 우리나라의 상장례 문화를 그렸다. 노모의 죽음에 이은 장례식을 둘러싸고 가족 간의 갈등을, 축제라는 제목으로 풀어냈다. 장흥 출신의 작가 고 이청준이 쓴 소설 <축제>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1996년에 개봉됐다.
  
남포마을 주민들이 바닷가 비닐하우스에 모여서 굴을 까고 있다. 그 앞 바닷가에도 작업해야 할 굴이 줄지어 있다.
 남포마을 주민들이 바닷가 비닐하우스에 모여서 굴을 까고 있다. 그 앞 바닷가에도 작업해야 할 굴이 줄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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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마을에서 소등섬을 연결하는 신비의 바닷길이 다시 닫히고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뭍과 연결됐던 섬이다.
 남포마을에서 소등섬을 연결하는 신비의 바닷길이 다시 닫히고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뭍과 연결됐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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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촬영무대가 남포마을이었다. 영화를 찍었다고 하면, 배경으로 몇 장면만 나와도 영화 촬영지라고 한다. 하지만 남포는 그런 차원의 무대가 아니다. 영화의 대부분을 마을에서 찍었다. 마을과 앞바다가 고스란히 영화의 배경 무대였다.

영화 속 무대가 지금도 그대로다. 마을 앞에 작은 무인도가 하나 있다.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운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섬에도 직접 들어갈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간조 때 가능하다. 이 섬이 영화의 단골 배경으로 등장했다. 주인공 안성기와 오정해가 거닐었던 마을 앞 해변도 그대로다.

소등섬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도 황홀하다. 새해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남포마을의 해는 고흥 거금도와 소록도, 완도 금당도를 뒷배경 삼아 떠오른다. 해돋이를 마을에서 볼 수 있다.
  
남포마을 주민이 소등섬을 배경으로 앉아서 굴을 손질하고 있다. 바닷가에는 굴구이 집이 줄지어 있다.
 남포마을 주민이 소등섬을 배경으로 앉아서 굴을 손질하고 있다. 바닷가에는 굴구이 집이 줄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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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신비의 바닷길. 간조가 되면 소등섬이 뭍과 연결돼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신비의 바닷길. 간조가 되면 소등섬이 뭍과 연결돼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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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섬은 지형이 소의 등을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한자로 작을 小, 등잔 燈을 쓴다. 작은 등, 작은 불빛이다. 옛날에 쓰던 남폿불의 의미도 있다. 먼 바다에 고기잡이 나간 가족을 위해 호롱불을 켜놓고, 그 불빛을 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 뱃사람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했다.

500년 전부터 마을주민들은 이 섬을 신성시 여겼다.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이면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당할머니 제사를 지냈다. 제사는 마을에 전해지는 전설하고 엮인다.

마을주민의 꿈에 나타난 한 백발의 노파가 '소등섬에서 제사를 지내면 마을이 평안하고 고기잡이도 잘될 것'이라고 했다. 당할머니 제사의 출발이다. 지금도 지내고 있다. 5년 전엔 여기에다 당할머니 상까지 세웠다.
  
소등섬에 들어서 있는 당할머니 상.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고 고기잡이까지도 잘 되게 해주는 당할머니다.
 소등섬에 들어서 있는 당할머니 상.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고 고기잡이까지도 잘 되게 해주는 당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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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축제'의 원작자인 고 이청준 선생의 생가. 남포마을에서 멀지 않는, 장흥군 회진면 진목마을에 있다.
 소설 "축제"의 원작자인 고 이청준 선생의 생가. 남포마을에서 멀지 않는, 장흥군 회진면 진목마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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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할머니 상 옆에는 소등할머니 행운우체통을 설치했다. 엽서와 볼펜까지 비치해 둬 편지를 써서 부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년 뒤에 배달해주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느림우체통이다. 소등섬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등불과 희망·소원을 상징하는 천지인 조형물도 세워져 있다.

소등섬에서 멀지 않는, 회진으로 가면 영화 <축제>의 원작 소설을 썼던 고 이청준 선생의 생가가 있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인수받은 회진, 옛 회령포엔 역사공원도 조성돼 있다. 정남진 전망대와 해양낚시공원도 가깝다. 천관산 자락에 문학공원과 문학관도 있다. 
 
장흥군 회진포구의 회령진성 역사공원. 회진은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인수받은 곳이다.
 장흥군 회진포구의 회령진성 역사공원. 회진은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인수받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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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굴구이, #소등섬, #남포마을, #정남진,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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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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