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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2018년 2학기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업을 통해 언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실제 언론보도 및 뉴스를 확인하고 비교하며 고민한 나름의 결과를 담았습니다.[편집자말]
언론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또한 정파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중요한지, 어떤 식으로 정파성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아예 모른다고 해도 무방하다. 전공을 '미디어'로 택하긴 했지만 미디어를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관심이 있을 뿐.

'편견 없이 바라보자'가 나의 좌우명이다. 그런데 정파성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도 모르면서 특정 신문사를 보수다, 진보다 나누는 것은 편견 아닌가? 단순히 기사에는 정파성이 있다 결론짓고 넘어가기에는 무언가 찝찝하다.

내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당시(2010년),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신문스크랩을 선생님 지도하에 했었다. 그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신문은 한겨레가 좋아요' 집에 돌아와 한겨레신문을 찾아보니 없었다. 왜 없었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9년 전 던지지 못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 집에는 한겨레신문이 없었을까? 왜 선생님은 한겨레신문이 좋다고 말씀을 하셨을까?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고자 신문기사에 정파성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확인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글에서 다룰 키워드는 '감귤답례'이다.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송이버섯 2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였다. 이에 대하여 보답의 의미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1월 11일~12일, 총 이틀간 북한으로 감귤을 보냈다. 2018년의 남북의 관계는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시점에서의 '감귤답례'에 대한 기사를 5대 일간지는 어떻게 보도하였을지 궁금했다. 먼저 날짜별, 전체 보도 건수를 살펴보았다.(<표 1> 참고)

전체 보도 건수는 중앙일보가 13건을 보도하면서 가장 많았다. 감귤 답례를 보냈던 11일에 경향신문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도하였지만 날이 지날수록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꾸준히 보도하는 것에 비해 눈에 띄게 보도 건수가 줄어들었다. 한겨레는 감귤답례에 대해 이 중 유일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표 1> 날짜별 보도건수
 <표 1> 날짜별 보도건수
ⓒ 조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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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헤드라인의 차이

4개의 신문사 모두 공통적으로 인용형 헤드라인을 주로 활용했다. 정치인의 말을 인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떤 인물'의 말을 '어떻게 인용했느냐' 같은 선택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인용 차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언론사별 헤드라인을 3개씩 나열하였다(<표 2> 참고).

구체적으로 조선일보의 경우 '설전' '의혹' '반응 없어' '귤 답례?' 등과 같은 언어들을 사용하여 구독자들에게 귤 답례에 관하여 의혹과 불편한 점이 있다 말했고, 중앙일보는 '비난', '박정희를 이길 수 없다', '독촉'등의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는 귤 답례에 관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특히 '박정희' 언급은 이번 귤 답례를 비롯하여 과거 '귤 답례'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의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또한 동아일보 역시 자극적인 제목과 보수 세력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었다. 추가적으로 소제목을 통해 '귤 보내기, 나라를 이벤트 회사 만들 작정'같은 서술은 자극적인 것을 넘어서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12일에 보도된 기사의 헤드라인은 감성적으로 다가가 감귤 답례에 대한 부정보다는 감정적인 측면으로 기사를 보도하고 있어 감귤 답례에 대한 긍정적 측면도 유발하고 있다.

경향신문의 기사들 중 2건은 감귤 답례에 대한 의혹을 알려주고 있다. '감귤답례'에 관한 정치인들의 설전을 인용을 통한 헤드라인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홍준표 의원의 질문에 이정미 의원이 마치 대답하는 것처럼 해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정미 의원을 말을 통하여 보수 측 주장에 대한 반박과 동시에 한국당이 과거 과일상자에 엉뚱한 물건을 담았다는 것을 전달해주고 있다. 과일상자에 담긴 엉뚱한 물건이란 과거, 한나라당이(자유한국당의 전신)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대기업으로부터 사과상자에 넣은 거액의 현금을 받았던 일명 '차떼기 사건'을 뜻한다. 나머지 한 건을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인용의 형태를 사용하였는데 감귤답례가 가져오는 긍정적 결과를 헤드라인으로 제시하였다.
 
<표 2> 4개 신문사의 ‘감귤답례’ 헤드라인
 <표 2> 4개 신문사의 ‘감귤답례’ 헤드라인
ⓒ 조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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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4개의 신문사 모두 감귤답례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고 있었다. 언제, 어디로, 어떻게 북한 측에 감귤이 전달되었는지 등을 비롯해 감귤의 시가를 측정하여 남북 정상회담 이후 선물로 받은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품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었다.

'업무추진비'로 감귤 답례 비용을 사용하였고 천안함 사건 이후 처음 이루어진 대규모 물자 제공이라는 것 또한 언론사 별로 차이 없이 명시하였다. 감귤 답례에 대한 홍준표 의원의 sns 글에 관하여 보수, 진보 구별 없이 인용의 형태로 보도하였다. 하지만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차이점을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인용 차이, 감귤 답례 보낸 시기, 북한의 반응, 사후 보고, 과거 관련사건, 사설 기사, 기사내용의 반박 등의 주제로 분석해보았다.

같은 인용, 다른 서술

똑같은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도 서술하는 방식이 달랐다. 감귤답례에 대한 홍준표 의원의 sns 글을 인용하였을 때 단어 선택이 차이가 났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홍준표가 '~~라고 지적하였다', '~라고 의혹 제기를 하였다'라고 하였고 경향신문은 홍준표가 '~라고 주장하였다''~라고 지적하였다', '~라고 비난하였다'라고 하였다. 모든 신문사가 공통적으로 홍준표의 말을 인용했기 때문에 기사별 차이가 두드러지지는 않았으나 '의혹제기', '비난' 같이 단어를 중심으로 보면 같은 사람의 말을 인용해도 서술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후 보고에 대한 내용 전달

11월 11일, 아침 8시에 감귤을 싣고 평양으로 향하는 공군 수송기가 출발한 이후에야 국민에게 '감귤답례' 사실이 알려졌다. 즉 감귤답례를 사전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에 관하여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기사 보도에는 '사후 보고'라는 점을 언급하였고 경향신문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감귤답례를 보낸 시기와 평가 그리고 북한의 반응

감귤 답례를 보낸 시기를 논하는 것에서도 차이점을 보인다. 조, 중, 동, 경 모두 이 시기의 감귤 답례는 단순한 답례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일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이후라는 점과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을 두고 북과 교류하는 도중에 감귤답례를 보냈다며 정상회담이 끝난 뒤 남과 북의 대화 동력이 떨어진 점,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간접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조선).

경향신문 또한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가 발표된 직후에 답례가 이루어졌다며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의지라며 마무리 짓는다.

그 중 감귤 답례를 받은 후 북한이 16일 이전까지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였다. 조선일보 이외에 북한이 감귤을 받은 뒤 보인 '무반응'을 기사 헤드라인으로 작성한 신문사는 없었다.

과거사건 언급 여부

남한이 북한에 감귤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10년간 북으로 보낸 감귤에 대하여 중앙일보가 보도하면서 그동안 북에 보냈던 감귤은 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빼돌려졌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반해 경향신문은 답례로 선물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부시절 천안함 사건 이후로 대북지원이 중단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감귤 답례를 보도했다. 이와 다르게 경향신문은 중앙일보가 언급한 '이명박', '대북중단'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보도했다. '이번 귤 선물은 5·24조치(대북중단)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정부는 판단'하였다며 이번 감귤 답례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의혹과 궁금증을 먼저 제시한 뒤 바로 일단락 지었다.

오피니언 비교

보도 형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오피니언 형식의 기사에서 차이가 있었다. 동아일보의 '[횡설수설/이철희]北에 간 제주도 귤'과 경향신문의 '[여적] 북녘으로 가는 제주 감귤'을 비교하면 초점의 차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동아일보의 기사는 북한으로 귤을 보내는 것에 대해 정치적 접근을 나열하였고 경향신문의 기사는 하나의 이야기같이, 과거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북한과의 교류를 나열하고 있다. 이 두 기사를 비교해봄으로써 두 신문사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과거 자사와의 보도비교

언론사들이 과거, 북한에 보낸 감귤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지 확인해보았다. 그 결과 '조선일보'의 과거 자사(조선)보도와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도 날짜는 2010년 2월 17일, 이명박 정부 시기였다. '[제주] 12년째 이어지는 제주감귤 북한 보내기'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되었다. 헤드라인만 보아도 벌써 이번 조선일보의 헤드라인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12년째 이어진다는 것은 순탄한 대북정책으로 연관 지어진다. 

기사 내용은 비타민c 외교를 언급하면서 이번에도 북한으로 12년째 감귤을 보내고 있다며 제주감귤 보내기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비타민c 외교'라는 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현재 조·중·동의 감귤답례 기사를 보면 천안함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물자 지원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비타민 c외교'가 한 번쯤은 언급되어 보도될 법 하다. 하지만 조선을 비롯한 4대 일간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내용, 서로 반박이 가능할까?

분석대상의 기사들 중 내용을 서로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찾고자 하였다. 하지만 4대 일간지 내에서는 발견하지 못하였고 '노컷뉴스'에 반박 뉴스가 나왔다.
 
2018년 11월 23일자 중앙일보 보도
 2018년 11월 23일자 중앙일보 보도
ⓒ 조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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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북한으로 귤을 보내게 되면 시장에 영향(부정적인)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래는 이에 반박하는 노컷뉴스의 기사다.
 
2018년 11월 12일자 노컷뉴스 보도
 2018년 11월 12일자 노컷뉴스 보도
ⓒ 조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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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기사는 감귤 농사하는 사람의 말을 인용해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언론과 뉴스는 달랐다

종합적으로 감귤 답례를 살펴본 결과 가장 큰 차이는 인용이었다. 이런 차이는 헤드라인 구성과 기사 내용에 반영하는 단어의 차이로 이어졌고, 해당 언론의 감귤답례에 대한 긍/부정적인 반응 등을 느끼게 해주었다. 결국 언론은 같은 사안, 동일한 내용도 다르게 선택하고 해석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 분석을 하기 전까지 특정 주제를 선택하여 신문사 별로 기사를 접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하였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그저 기사를 읽고 댓글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한 마디로 소극적인 독자였다.

복수전공을 하면서 언론 전공 수업을 듣게 되었고 정파성을 배우게 되었다. 기사에 담긴 정파성을 찾아내기 위해 애를 써보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했다. 같이 수업 듣는 다른 학우들과 정파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내 능력이 부족한 걸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하나의 주제를 두고 폭넓은 접근을 통해 '사건, 헤드라인, 인용, 단어' 등의 신문사별 차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니 찾을 수 있었다. 한 개 신문을 읽을 때와 4개 신문 모두를 읽을 때의 내 생각이 다르듯 다각적으로 사건을 살핀다면 전혀 다른 인식이 생길 수 있구나를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또한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찾을 수 없었는데 어떠한 이유로 '감귤 답례'를 보도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주요 언론에서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보도했음에도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따라서 한국 언론의 정파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특정 언론을 중심으로, 특정 성향을 바탕으로 뉴스를 이용할 경우 한 쪽에 쏠린 편협한 인식과 생각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은 가장 큰 부분은 독자가 어떻게 언론과 뉴스를 보는가에 따라서 정파성 극복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결국 독자의 뉴스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뉴스 리터러시란 뉴스를 보았을 때 능동적인 독자가 되어 객관적/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의 정파성과 정치 성향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뉴스 환경에서 우리 독자들은 더 현명해져야 한다. 그러한 뉴스 리터러시와 현명함을 갖기 위한 시작은 같은 사건, 다른 뉴스 보기인 것이다.

뉴스를 한 번 클릭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 기사 하나를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내외다.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새로운 인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시작은 결국 5분에서 출발한다. 하루 5분이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태그:#언론을 배우다, #감귤답례, #언론 보도, #뉴스 비교, #언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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