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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제주에만 있는 거 아니야?"

필자가 다큐멘터리 기획 활동 중 만난 한 청년의 말이다. 부산 영도 끝으로 가면 암석과 숲이 조화를 이루는 태종대가 있다. 태종대 입구를 지나 조금 걸어 들어가면 자갈 해수욕장이 보인다. 그곳에 영도 해녀들을 만날 수 있는 태안자갈마당이 있다.

자갈 해수욕장에 있는 영도 해녀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들의 삶을 촬영하며 영도해녀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했다. 어르신들은 1년에 90일을 물질한다고 하셨다. 바다와 인간이 만나는 과정에서 해녀 특유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동료들과 함께 해산물을 나누는 공동체문화. 생산과 소멸을 순환하는 바다 생태계와의 공존을 추구하는 문화. 해녀문화는 자연과의 상생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기록 되고 보존되어야 할 인류의 문화적 자산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도 해녀 문화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영도 해녀 한 분이 어로활동을 마치고 나오고 계시는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 영도 해녀의 일상 영도 해녀 한 분이 어로활동을 마치고 나오고 계시는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 콘미디어 이예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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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학교 안미정 교수님의 특별 강의를 듣고 영도 해녀 문화 전승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영도 해녀와는 대조적으로 2016년 제주해녀는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 되었는데, 사실 육지의 해녀들은 제주도에서 파생된 해녀라고 한다.

부산 해녀의 산실도 제주 해녀이다. 많은 제주 해녀들을 육지로 몰았던 4.3사건 이전부터 부산 해녀는 동리 어촌계, 하리 어촌계, 송정 어촌계 등 해안선을 따라 촌을 형성했다. 그 중에서도 영도 동삼동 태촌 자리는 낚시 바늘과 같은 신석기 시대 어로행위의 흔적이 많이 발견됐다.

선사인류가 가장 적극적으로 어로 행위를 행한 것으로 추정된 장소가 영도이다. 그만큼 과거부터 식량의 보고와 같은 곳이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과거 제주에 태풍이나 자연재해가 왔을 때, 왕성한 어로 활동을 위해 해녀들이 영도로 모여들었다. 지금까지 그 후손들이 남아 물질을 이어갔고 영도해녀가 되었다. 이처럼 영도 해녀는 해녀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태안 자갈마당에서 해녀분들이 해산물을 손질하시고 계신 모습입니다.
▲ 멍게 좀 묵고 가이소 태안 자갈마당에서 해녀분들이 해산물을 손질하시고 계신 모습입니다.
ⓒ 콘미디어 이예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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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은 이렇게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충분한 영도해녀를 보호하지 못한다. 현재의 법은 영업허가증이 없는 영도해녀들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문객들은 그들의 먹거리에 대한 신뢰를 잃고 문화적 가치를 인지하지 못한다. 해산물을 팔지 못한 해녀들의 생계는 어려워졌다. 결국 부산 바다를 가꾸고 지켜온 해녀들은 매해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도 해녀는 2012년 21명 2016년 19명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또한 콘미디어 이예진 대표에 따르면 부산관광공사가 현행법상 지자체가 영도해녀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18년 여름 문화기획사 청춘연구소가 기획한 자갈마당으로 가는 지도 배포 사업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해녀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안내판조차 없다. 제대로 된 위생 시설조차 없다.

우리 젊은 세대는 영도 해녀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급속한 제도 변경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냉소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방구석에서 '나 이런 얘기 할 수 있어!'라며 가치만 추구할게 아니라 실현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해야 한다. 해녀를 홍보하고 생계를 돕기 위해 행동해야한다. SNS의 방대한 네트워크망을 이용해 영도해녀를 알린다면 해녀문화를 하나의 관광콘텐츠로 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미디어 월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수십억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의 사용자 중 약 70%가 2030세대이다. 2030세대가 자발적으로 해녀문화를 지역 문화콘텐츠로 활성화 시키려 노력한다면 해녀문화의 보존과 전승이 조금은 쉬워질 수 있다.

태그:#해녀, #부산해녀, #영도해녀, #영도, #태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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