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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와 심에스더 시민기자.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와 심에스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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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5세 여아의 엄마 혹은 아빠라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아이가 성교육 동화책에서 남자의 성기 그림을 보고 "이게 뭐야?"라고 묻는다. 당신의 볼이 조금 붉어졌지만 침착하게 '고추'라고, 대체로 남자에게 있다고 알려준다. "아빠도 있어?"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했지만 티 내지 않고 차분하게 답한다. "그럼!"

아이는 새롭게 얻은 지식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진다. 일상에서 남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일 때마다 질문을 던진다. 마침 친구의 아빠를 만난다. "아저씨 고추 있어요?" 부모님을 모시고 밥을 먹는데 아이가 아빠 말고 또 다른 남자를 발견한다. "할아버지도 고추 있어?" 아이의 무해한 질문에 습격당한 어른 남자들은 하나같이 동공에 초점이 사라지고 말을 잠시 잊는다. 이럴 때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혹시 낯부끄러워서 식은땀만 흘리고 있는가.

'성알못' 엄마가 성교육 전문가를 만나기까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성(sex)'이라는 낱말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어른들을 위한 교양서다. '고추 있냐'는 질문뿐만 아니라 아이가 '임신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을 때, 또는 자녀가 야한 영상을 본 걸 알았을 때 용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정보와 노하우들이 담겼다.

성을 다루지만 수위가 높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성을 말하고 배우기가 쑥스러운 성인뿐만 아니라 성이 아직 낯설고 어려운 청소년들이 읽어도 알맞은 눈높이다. 동시에 성과 관련해 정확하고 입체적인 정보와 관점을 제시하며 어른과 아이 모두 솔직하고 유쾌하게 성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온라인 교보문고에서는 지난 15일 '오늘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저자는 최은경 <오마이뉴스> 기자와 성교육 전문가인 심에스더씨. 두 딸의 엄마인 최은경 기자가 아이들을 키우며 맞닥뜨린 성과 관련된 궁금증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심에스더씨가 학부모의 고민을 상담해주듯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심에스더, 최은경 지음, 오마이북(2019)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심에스더, 최은경 지음, 오마이북(2019)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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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지난해 5월부터 <오마이뉴스>에서 총 23회 연재한 기사들을 다듬어 만들었다. 각자 일터가 다른 두 사람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1년여간 글을 써나갔다. 최은경 기자가 구체적인 질문들을 보내면 심에스더씨가 답장을 쓰며 문답 형식으로 원고를 완성했다.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들은 "독자가 두 사람의 대화에 참여한 듯 느낄 수 있도록 읽는 재미를 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성 이야기를 함께 써보자고 제안한 건 '성알못'(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인 최은경 기자다. "성은 궁금해도 안 되고 생각해도 안 되는, 심지어 나쁜 행동이라고 여기며" 자란 그는 어느 날 가족들과 TV 드라마를 보다가 첫째 딸에게 '성매매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성은 영어로 하면 섹스, sex...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면서 그는 알았다. 성이라는 기초적인 개념조차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말해주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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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부터 성을 정확히 알고 싶었어요. 포털사이트나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유익한 내용도 있겠지만 왜곡되거나 편견을 심어줄 정보가 훨씬 더 넘쳐나는 게 현실이에요. 내가 성에 대해 완벽히 알지는 못해도,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준의 내용을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이야기해주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걸 기사로 쓴 거죠." (최은경)

전문가를 수소문한 끝에,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만나며 성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심에스더씨를 소개받았다. 그 역시 두 딸의 엄마였다. 첫 통화부터 대화가 멈추질 않았다. 두 사람이 성을 주제로 이야기하고픈 가치관과 문제의식이 절묘하게 통했기 때문이다. 서툴고 부족해도 누구나 자기다운 성의 취향과 지향을 생각할 수 있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세상. 그들이 성 이야기로 만들어가고픈 그림이었다.

최은경 기자는 전화를 끊자마자 이메일로 첫 번째 고민을 보냈다. "'섹스'라는 말, 해도 될까요?"를 시작으로 책 속 스무 가지 질문이 그렇게 완성됐다. 몸, 연애, 섹스, 생리, 임신 등 성과 관련된 지식부터 노브라, 화장, 피임(임신중단), 동성애 등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와 관점까지 망라했다. 데이트 폭력, 불법촬영, 온라인·그루밍 성범죄처럼 최근 논란이 된 사회 문제도 친절하면서도 날카롭게 다뤘다.

섹스는 사랑을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한 애정표현

다양한 테마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관계'다. 성은 나 혼자만의 욕망이 아닌 너와 내가 호흡하는 문제라는 것. 저자들은 특히 섹스를 '성기 삽입'으로만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서로를 안고 키스를 하거나 몸을 만지는 것도 성행위"에 속한다. 섹스는 즐겁기 위해, 사랑하는 감정을 온몸으로 감각하기 위해 서로 나누는 애정표현이므로, "다양한 몸을 이해하고, 고정된 성역할에 갇히지 않고,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거두고,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성을 자연스러우면서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찍부터 부모가 제대로 말해주면 아이들이 "왜곡된 성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먼저 물어오면 두루뭉술하게 넘기지 말고 '고추', '잠지', '음경', '대음순'이라는 용어를 쓰며 설명하라고 부연한다.

그러나 남녀가 나란히 누워 자면 아기가 저절로 생기는 줄 알고 자란 세대에게 '엄마의 잠지 안에 아빠의 고추가 들어가는 거야'라고 말하라는 건 5세 아이에게 미적분 문제를 풀어보라는 것만큼 어려울지도 모른다. 섹스의 'ㅅ'자만 발음하려 해도 안면근육이 굳는 어른들은 무엇부터 시도해보면 좋을까.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심에스더 시민기자.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심에스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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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으시고요(웃음). 되도록 아이가 어릴 때 성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편견이 없을수록 어떤 용어든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주워들은 게 많아져서 괜히 서로 민망해져요.

두 번째, 아이에게 '선빵'(선제공격)을 날리세요. '너 어떻게 태어난 줄 알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도권을 쥐는 거죠. 부모들이 난감할 때는 준비가 안 됐는데 아이들이 훅 치고 들어올 때잖아요. 내가 먼저 이야기하면 상대적으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세 번째, 성 관련 용어들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많은 성인들이 질이라는 단어조차도 말하지 못해요. 그게 안 되면 집에서 혼자 말해보거나,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하겠으면 종이에 써보세요. 우리 사회의 일부 성인들이 성 용어들을 음란하게 쓰면서 비속어처럼 오염된 측면이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일상에서 정확하게 사용해 성을 표현하는 언어들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에스더)

이론과 현실의 수위 차이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을 테다. 이를테면 아이가 집에서 배운 성 용어를 밖에서 적나라하게 사용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 같은 것. 기사 서두에서 언급한 사례는 기자의 실제 경험담이기도 하다. 남자만 보이면 신체의 특정 부위를 확인하려는 아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심에스더씨는 "그럴 땐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을 먼저 칭찬해주되, 누군가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안 돼 있어서 불편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라"면서 "대신 '누가 물으면 당당하게 대답해도 된다'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가 엉뚱하고 대담하게 질문할 때 무조건 막기보다는 지지를 먼저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놀란 마음에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을 때는 "언제든 다시 이야기하면 된다, 이미 틀렸다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아이가 성 이야기를 부끄러워하거나 어려워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에스더씨는 "일상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 이슈를 꺼내고, 동시에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은경 기자 역시 "성교육은 특별한 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수시로 읽어주려 노력하는 일 같다"고 부연했다.

간섭보다는 관심, 그리고 책임

아이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성을 접할 경우에는 원천 봉쇄보다 그것이 왜 나쁜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유튜브에서 여성의 가슴이 드러난 장면을 봤을 때는 "우리의 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냐"라고 지적해주고, '패드립(패륜적인 농담)'처럼 특정 성별을 조롱하는 말을 쓰면 단어의 맥락을 알려주며 "누군가 기분 나쁠 수 있다면 그 말을 안 쓸 수도 있는 거야"라고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모가 없을 때도 스스로 생각하며 행동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알려준다고 해도 아이가 야한 영상을 보거나 패드립을 쓸 수도 있어요. 대신 근본적인 문제를 듣고 나면 찝찝함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스스로 생각하며 자기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그에 맞게 절제할 수도 있어요. 어른들이 무조건 나빠, 범죄야 하고 겁을 주기 전에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는 기준과 방법부터 가르쳐주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심에스더)

최은경 기자 역시 심에스더씨의 조언대로 "'간섭보다는 관심'을 보이려" 애를 썼다.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부모 마음에 안 드는 영상을 보고 있으면 "당장 꺼!" 하기보다는 "그게 왜 재밌어?"라고 묻거나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내용은 아니야"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아이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전보다 소통이 자연스러워"졌다. 자신 또한 성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 책을 내기 전보다 편해졌다고 한다.

심에스더씨는 아이들이 제대로 성을 배우려면 공교육 안에서 성교육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고 여력이 되는 부모들만이 따로 기회를 마련해 성교육을 하면서 또 다른 소외를 낳고 있다는 우려다. 그는 "제도권 안에서 성교육이 제대로 정착하면 '패드립'이나 여성 혐오 표현의 문제점들도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바로잡아주며 교양을 길러줄 수 있다"면서 "모든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누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세상을 위해 두 사람은 최대한 많은 어른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와 심에스더 시민기자.
 미디어나 일상 속 궁금한 성 이야기를 담은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의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와 심에스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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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성추행 당하는 청소년 지영을 위해 중년 여자가 나서는 장면이 나와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여자는 타고 가던 버스에서 일부러 내려 지영을 돕는데요, 그걸 보며 지금 시대에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이 책이 부모들만을 위한 성교육 서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라도, 도움이 될 만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보통의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공부하면 좋겠어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일찍 교육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이 책임져줘야 할 것 또한 많으니까요." (최은경)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 용감하게 성교육,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심에스더, 최은경 (지은이), 오마이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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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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