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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홍택 작가
 임홍택 작가
ⓒ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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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생 A는 네 달새 직장을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꼰대 같은 분위기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약속에도 없던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됐다. 몸을 갈아내 일하는 기분이었다. A는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성급하고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비춰져도 괜찮다면서 말이다.

다만 "내버려만 달라"고 덧붙였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유보해 달라고.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린 이렇습니다. 이해는 바라지 않겠습니다. 내버려만 두세요. 우리도 그러하겠습니다. 모두의 행동엔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방임의 방식으로 각자를 존중합시다.'

"빨간 차 타기만 하면 뭐라 하는 거예요. 여자 같다느니 튀지 말라느니. 그게 싫어서 탔죠. 진짜 동호회가 있냐고요? 네 있죠. 네이버 카페도 만들었어요. 차종에 무관하게 누구든 가입할 수 있어요. 빨간차이기만 하면요."

명함을 받았을 때, 전빨연(전국 빨간차 연합회) 회장이라는 직함이 눈에 들어왔다. 타고난 반골 기질이 있달까. 남다른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랄까. 뭐가 됐든 그만이 가진 기질이 있었다. 바로 <90년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 작가다. 그가 쓴 <90년생이 온다>는 2018년 12월 출판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으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임홍택 작가는 2007년 CJ그룹에 입사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직무를 열 번도 넘게 바꿨다. 육아휴직도 해 봤다. CJ인재원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맡았으며 소비자팀 고객의견(VOC) 분석, 브랜드 마케팅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지금은 퇴사 후 육아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수더분하지만 언뜻언뜻 확고한 면이 있었다. 여유롭지만 한가롭지 않았다.

"누군가만을 위한 문화라는 건 그 자체로 편견"
     
- 신입사원 교육을 맡으면서 90년대생들에게 관심 가지게 되셨다고요.
"저와는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교육이라는 게 그 대상에 맞춰야 하는 거잖아요. 기성세대의 눈으로 가르치면 어긋나 버릴 것 같은 거예요. 그들에 대해 하나하나 궁금한 것을 공부했어요. 책 읽어 보시면 처음 부분이 논문 형식이잖아요. 제가 보려고 쓴 책이라서 그래요. 아무도 안 볼 줄 알았어요. 특히 90년대생들은 안 봤으면 했고요.

제가 아무리 공부한다 해도 어떻게 그들보다 잘 알겠어요. 저는 외부자일 수밖에 없어요. 모두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대를 바라보지만, 그게 정확하진 않죠. 각자가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경험의 차이가 있는데 미디어는 90년대생을 밀레니얼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둬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들을 일원화할 수 없다면, 책을 통해 어떤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까.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하게도 세대론에 '답'은 없어요. 90년대생에 대한 해법도 없습니다. 80년대생에 대한 해법이 없듯이요. 우리도 없었는데 뭐가 있겠어요. 어려워요. 어려운데 그래도 해외에선 그들에 대한 논의는 되고 있단 말이죠.

반면, 한국은 논의 자체가 없는 거예요. 신입사원 교육하는 쪽도 그렇죠. 해외사례를 그대로 대입할 뿐이에요. 뻔한 얘기거든요.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이기적이고 이런 판에 박힌 이야기는 쓸모없어요. 뭐만 하면 밀레니얼이다. Z세대다. 말은 많지만 제대로 된 분석은 하지 않아요. 그래서 진짜 맞춤형으로 '이제 우리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논의를 촉발하고 싶었습니다."

- 논의가 없으니 해외사례를 적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해외와 통용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요. 스마트폰을 쓰는 건 공통점이겠죠. 다만 직장환경이나 산업환경은 국가별로 다 달라요. 밀레니얼과 Z세대 등을 그냥 가져오면 한국 실정과 온전히 맞지 않게 되는 이유예요. 우리나라의 90년대생 친구들은 무언가 싫어하는 이유가 분명해요. '이건 아닌데'랄까요. 여기엔 또 '어쩔 수 없이 한다'가 뒤따르죠. 공무원을 바라지만, 좋아서 준비하는 건 아녜요. 현실이 그래서 하는 거예요."

-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90년대생들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90년대생을 위한 조직문화는 없어요. 누군가만을 위한 문화라는 건 그 자체로 편견의 뉘앙스를 띠어요.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직문화를 갖추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 90년대생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질 수밖에 없어요. 답답한 게, 90년대생이 문제라면서 저를 강사로 부르는 분들이 많아요. 결코 그런 생각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안 돼요."

"기성세대도 지금 같은 환경에 놓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
 
 <90년생이 온다>
 <90년생이 온다>
ⓒ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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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사원들을 '꼰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은 없나요?
"저 완전 '개꼰대'였어요. 교육할 때 되게 심하게 했어요. 그것도 일부러, 부단히 노력하면서요. '내가 이들 위에 올라서는 게 아니다. 규율을 지켜서 훈육할 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건 오로지 제가 배운 방식이었어요. 너무 무섭게 하니까 따르긴 따르는데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하는 게 올바른 교육인가? 스스로 물었어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그들이 일상에서 쓰는 언어, 예컨대 '인싸어' 테스트도 해 보고요. 깜짝 놀랐어요. 확실히 다르구나. 하나도 모르겠는 거예요. 갈등이 아니라 차이가 있구나.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들을 향한 나의 베일을 걷어내야겠다 싶었죠."

- 그들 가까이에 있으면서 스스로 변한 부분은요?
"저도 여전히 선입견이 가득한 한 인간이에요. 근데 이제 조심하게 돼요. 예전엔 대학생 친구들 만나면 말은 안 했지만 막 깊게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단 말이죠. 똑같은 어른인데 실상은 그렇게 보지 않은 거죠. 반성하고 있어요. 분명히 우리가 가르쳐줘야 할 부분은 많아요. 근데 배워야 할 점도 많죠. 그들도 성인이잖아요. 이제 서로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다 각자만의 이유가 있어요. 잘못된 게 아니고요. 살기 각박한 세상, 한 번쯤 서로를 돌아봤으면 싶어요."

- 유독 현시점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이 크게 부각되는 듯합니다.
"그게 사회적으로 용인되니까 그래요. 적당히 해도 넘어갔던 것들이 적당하지 않은 시대잖아요. 저는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 한 선택들이 잘못됐다 보진 않아요. 그땐 합리적인 선택이었어요. 80년대생과 90년대생을 비교해 볼게요. 두 세대 간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다만 똑같은 건 저희도 짜증은 나요. 수없이 참았다고요.

근데 왜 이야기하지 못했냐. 미덕이 아니었어요. 참는 게 미덕이었단 이야기가 아니고, 단지 그게 좀 더 이득이었어요. 불만을 토로하면 바보 취급받았고, 심하면 모가지 댕강이었죠. 80년대생들은 과도기적인 존재예요. 변화의 희생양이라긴 뭐하고 중간자랄까. 끼어 있는 존재들이죠. 반발하지 못함을 습관으로 들인 존재들. 그래서 이젠 꼰대 소리를 듣는 존재들이요.

지금은 뭔가 터놓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조성되고 있어요. 원칙에 의거하지 않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관습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잘못됐다 말할 수 있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한 번 바꿔볼까?' 하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봐요.

요즘 친구들이 건방지다느니, 참을성이 없다느니 하는 말들이 새어 나오는 건요, 그들이 참지 않는 환경에 있어서 그런 거예요. 이게 또 지금 세태에 맞는 합리적인 방식이고요. 자유롭게 맞춰지는 과정인 거죠. 마찬가지로 우리 기성세대도 지금 같은 환경에 놓였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 봅니다."

"모두가 스스로 편해지는 선택 했으면"

- 젊은 세대가 너무 성급하다거나 선택을 쉽게 바꾼다는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대부분 사람들이 모른다고 생각해요. 이 길이 맞는 건지 본인 스스로 확신하는 사람은 축복받은 거죠. 그런 사람 백 중 한두 명 될까요? 지금도 저는 글 쓰는 거 괴로워해요. 근데 딴 거보단 나아요.

젊은 세대에게 조언 따윈 안 하지만, 딱 하나 진리처럼 말하는 건 있어요. 인생은 고(苦)다. 인생은 다 어려운 거예요. 좋아하는 일 찾으라고 많이 하잖아요. 그거 되게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현명하지 못한 조언 같아요. 좋은 거 못 찾아요. 뭘 찾냐면 싫어하는 일 찾아야죠. 이것만 하지 말자. 이 일은 아니네? 그러면 포기 빨리할 수 있거든요.

대학생 때 저는 포기 많이 해 봤어요. 저 숫자 보는 거 되게 힘들어 해요. 그래서 은행원 준비하다 말았어요. 제약회사에도 일해 봤는데 좋은 회사고 돈도 많이 받았지만 저에겐 썩 좋지 않았어요. 그러다 식품회사 왔는데 괜찮더라고요. 그만두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이런 식으로 맞춰가는 관점이죠.

싫어하는 일 정도만 안 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진짜 미치도록 현실이 지옥 같다면 그만두는 게 본인에게 이로워요. 막말로 일하면서 죽으면 안 되잖아요. 쉽지 않겠지만, 아니다 싶으면 빨리 손절하고, 싫어하는 일을 점점 지워나가면 돼요. 그렇게 좋아하는 일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개인적 꿈과 직업적 꿈을 분리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두 요소가 맞아 떨어지는 게 가장 좋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안 맞는다고 포기할 필욘 없어요. 근데 어려운 거니까. 구성원들의 성향을 알아야 해요. 회사에서도 얘기한 게 뭐냐면. 이 친구들 각자 하나의 방면에선 오타쿠다. 그들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알아내라. 성향을 알아야 특징을 하나라도 더 뽑아낼 수 있잖아요. 어디에 배치할지 인사 측면에서 활용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껏 그래 왔느냐? 그냥 밟기 바빴어요. 개인 비전과 조직 비전을 연결하라? 말만 했지 다 뻥이었어요. 튀면 어디서 튀어? 시키는 대로 하지. 이런 식이죠. 솔직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신입으로 들어와서 복사 반년 해도 돼요. 근데 솔직하게 얘기했냐는 거죠. 마케팅 업무를 하지만, 어뷰징 절반, 복사 절반 한다. 이야기하면 되는 거거든요? 분식회계식으로 다 덕지덕지 갖다 붙여서 대단한 일인 양해서 왔는데 아닌 거잖아요. 그러면 떠나는 거죠. 이제는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 <90년생이 온다> 이후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까.
"'관종'이요. 튀는 사람들 까지 말자가 핵심이에요. 관심병자라 깎아내리지 말고요. 튀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한국은 '○○하지 말자'가 너무 많아요. 안 그래도 되잖아요.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 제 자식한테도 그런 소리 안 하려고 해요. 자기 맘대로 살면 되잖아요. 사건·사고만 안 일으키면 되지. 말만 개성을 이야기하지 말고 그냥 놔두면 돼요. 이런 일에 제가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러고 살 거니까."

- 만약 이번 생을 마칠 때 남기고 싶은 묘비명이 있다면요.
"Don't try. 포기하면 편해. 이런 말 남기고 싶어요. 재밌잖아요. 찰스 부코스키 작가가 한 말이에요. 대충 살라는 것과는 관점이 달라요. 포기한다는 건 일단 경험은 해본다는 거예요. 해 봐야지 아는 거잖아요. 어떤 일이 나한테 맞을지 아닐지는 해 보지 않고 감히 얘기할 수 없죠. 범죄만 아니면 경험해 보는 건 무조건 옳아요. 다만 그 과정에서 결괏값은 달라지겠죠. 고냐? 스톱이냐! 뭐든 간에 모두가 스스로 편해지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몸이 편한 게 아닌, 마음이 편한 길을요."

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은이), 웨일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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