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검찰개혁 법안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검찰개혁 법안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경남 창원마산회원)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이에서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윤한홍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차관에게 '동부지검장에서 넉 달만에 법무부차관으로 발령된 것이 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추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윤한홍 의원과 같은 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이 항의했고,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단원을)은 중간에 "질문 자체가... 질문 같은 걸 해야죠"라고 맞받아쳤다. 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누구야?" "조용히 해"라는 큰소리가 나왔고 결국 전체회의는 정회됐다. 통합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자당 의원이 질의하는 중간에 다른 의원이 끼어들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정회된 후에도 윤한홍·장제원 의원과 김남국 의원 사이의 설전은 계속됐다. 설왕설래를 보던 조수진 통합당 의원(비례대표)이 김남국 의원에게 "예의를 지키세요. 젊은 의원이면 젊게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남국 의원은 "뭘 젊게 합니까. 젊게 하다니요. 나이로 국회와 있는 거 아닙니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에 조 의원은 "참신하게 하세요"라고 말했고, 김 의원은 "본인이나 참신하게 하세요"라는 말을 남긴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이 장면을 본 국민이라면 고작 이런 걸로 정회되는 국회가 한심해 보였을 듯하다. 결과적으로 조수진 의원과 김남국 의원, 누구 하나 잘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 "소설을 쓰시네"라는 추 장관의 말에 관심을 빼앗긴 사이 문득 궁금해졌다. 대체 '젊은 의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젊은 의원이면 젊게 하라구요?

평균 연령 54.9세의 21대 국회에서 '젊은' 국회의원은 찾기 힘들다. 그래도 20대 국회보다는 젊은 의원이 늘었다. 3명밖에 없었던 30대 의원은 9명으로 늘었고, 한 명도 없었던 20대 의원도 탄생했다. 

젊은 의원들이 당선된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만큼 국회가 대변할 수 있는 연령대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의원들은 늘 이런 류의 질문을 받는다. '젊은 의원답게 해라.' '참신하게 해라.'

도대체 뭐가 젊은 의원답게 하는 거고, 뭐가 참신하게 하는 것일까? 반대로 선거 때 '아직 한창'이라면서 더 일할 수 있게 뽑아달라는 50세 아저씨 의원들은 '젊게' 할 수 없는 걸까? 왜 젊은 초선 의원들은 빠듯한 국회 일정을 따라가는 것도 모자라 참신하게 해야 하는 임무까지 도맡아야 하는 걸까?

권위로 가득 채워진 정치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지난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임위 내 법안심사 소위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며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김용민 의원이 나서 조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 뛰쳐나온 조수진, 반박하는 김남국·김용민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지난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임위 내 법안심사 소위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며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김용민 의원이 나서 조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정치판은 어느새 한국 사회에서 가장 권위적인 곳으로 꼽힌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젊은 사람에게, 남성은 여성에게,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하대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서 말이다.

지난 2016년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거유세 중 노동당 청년 선거운동원에게 "우리가 양보해 줄게 열심히 해"라고 반말을 한 것이 보도됐다. 당시 반말을 들은 이는 현재 기본소득당 비례대표인 용혜인 의원이다. 이 사안이 논란이 되자 오세훈 캠프 측은 "언짢게 들으셨으면 죄송한 일이다. 실수한 게 있으면 사과 드리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관련 기사 : "열심히 해" 오세훈, 상대당 선거운동원에 반말).

2018년엔 김용호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 회의 중 여성인 위원장에게 "내 평생 여자를 모셔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회의실 책상을 걷어차는 등의 여성 비하 및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 그는 민주당 전남도당으로부터 당원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전남도의회에서는 공개사과와 징계 조치를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4월 총선 기간 때 그는 국회의원 후보 지원유세에서 여성 군의원을 자신이 쓰고 있던 마스크로 때리기도 했다. 그는 전남도당에서 당원권 정치 6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중앙당은 당원권 정지 1년을 의결했다.

뿐만 아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대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오니까" 등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다시 7월 27일 법사위 전체회의로 돌아가자. 김남국 의원의 발언은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회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반말과 나이로 짓누르는 건 경우가 다르다. 김남국 의원을 향해 통합당 측에선 "누구야?" "조용히 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조수진 의원의 "젊은 의원이면 젊게 해요"라는 말이 나왔다.

반말을 일삼은 의원이든, '젊게 하라'는 의원이든, 말그대로 젊은 의원이든 누구나 똑같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공직자다. 정당성도 동일하다. 그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반말을 들을 이유도, '젊으면 젊게 처신하라'는 훈계를 들을 이유도 없다. 통합당 측에서 터져나온 격한 반응을 종합하면 '젊은 게 어디서 큰소리야'라는 뜻 아닐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남자라는 이유로, 비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젊은 정치인과 여성과 장애인을 얕잡아 대한다면 스스로 '나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아무리 곱씹어도 '젊으면 젊게 하라'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권위로 가득찬 정치는 젊은이들에겐 도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태그:#법사위회의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