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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다섯 번째 강좌는 온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감수성을 배우는 다양한 마을 배움터 이야기로 꾸려졌다.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다섯 번째 강좌는 온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감수성을 배우는 다양한 마을 배움터 이야기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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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와 밝은누리가 공동기획한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 다섯 번째 강좌가 열렸다. '기후변화와 다음 세대, 온 생명과 조화롭고 서로 살리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도토리집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소연씨,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교사 김미숙씨, 고등대학통합 삼일학림 교사 박영호씨가 강의를 이끌었다. 이날 강의는 과도한 성장과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힘을 거슬러, 온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감수성을 배우는 다양한 마을 배움터 이야기로 꾸려졌다.

하늘, 땅, 사람과 친구가 되는 '공동육아 도토리집'

북한산 자락 인수마을에 자리한 공동육아 도토리집은 마을을 토대로 육아가 이루어지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품앗이 돌봄에 참여하다가 도토리집 운영에 함께하게 된 이소연씨는 도토리집에서 가장 중요한 배움이 생명들과 어울릴 줄 아는 능력이라고 했다.

"생명감수성은 곁에 있는 생명을 살피고, 그들에게 알맞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이모, 삼촌, 선배, 친구들과 관계 맺으면서, 또래를 살피고 어른을 살피고 하늘을 살피고 땅을 살피며 알맞은 말과 행동하는 법을 배웁니다. 도토리집은 아이들이 생명과 어울려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아이들과 가정을 초대하고 있어요."

도토리집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마을의 다양한 어른들과도 관계 맺는다. 이모 삼촌과 함께 몸놀이를 하거나 산책을 하고, 이웃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모셔 옛이야기를 듣는다.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끼며 자연 생명들과 교감하기도 하는데, 도토리집의 대표적인 활동인 '숲과 절기 활동'을 통해서다.

"봄이 되면 산에서 진달래를 따다 화전을 만들어 먹어요. 연한 잎이 돋아나면 생강나무잎으로 초절임도 해먹고요. 여름에는 함께 기른 잎채소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가까운 계곡에서 시원하게 물놀이도 하지요. 가을에는 풀썰매를 타고 밤을 주워 먹기도 해요. 밤은 청설모와 다람쥐와도 나눠 먹어야 해서 너무 많이 먹지 않기로 아이들과 약속했어요. 동지에는 팥죽 끓여 먹고, 눈이 오면 눈썰매를 타거나 눈사람도 만듭니다."

이소연씨는 아이들이 다양한 생명의 결을 만나며 생명 감수성을 키워갈 때 중요한 것이 마을이라고 했다. 하늘, 땅, 사람이 터하는 마을은 한 아이가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할 때까지 사회적 자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끼는 공동육아 도토리집의 ‘숲과 절기 활동’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느끼는 공동육아 도토리집의 ‘숲과 절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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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살림이 있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도토리집 가까이에는 같은 철학에 토대한 마을초등학교가 있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는 생명평화의 가치를 배우고, 고백한 대로 살아가는 마을공동체 삶을 통해 움텄다. 마을 이모이자 교사인 김미숙씨는 삶에서 중요한 배움은 학교 울타리 너머에서 일어나며, 지속 가능한 교육은 책임 있는 삶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했다.

"가르치기에 앞서 책임 있는 삶이 있어야 해요. 학생들이 배운 바를 펼칠 수 있는 장, 꿈꿀 수 있는 삶이 있어야 하지요.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 산업문명이라면,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자본의 경제성장 논리와 소비문화를 벗어난 새로운 삶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안교육이라는 구호보다 생명을 생명답게 만나고, 평화로운 관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이 먼저입니다."

아름다운마을학교 학생들은 어울려 지내는 삶터를 함께 가꾸며 서로를 살펴준다. 아침열기나 하루닫기 등 함께 모일 때는 동그랗게 둘러앉아 인사를 나누고, 배움터 공간을 정돈하며 살림살이를 함께한다. 김미숙씨는 생명감수성을 키우는 데 살림이 무척 중요하다고 짚었다. 살림은 결국 함께 사는 이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설거지를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다음에 밥 뜰 때 누군가가 덜 닦인 그릇에 밥을 먹어야 해요. 어떤 아이가 쓸어놓은 먼지를 보지 않고 밟고 지나가면 비질하던 아이가 바로 잔소리를 해요. 이렇게 함께 살림하며 나와 다른 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 배워가요. 생명감수성을 다른 말로 하면 나와 다른 생명, 지금의 시공간과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미숙씨는 기후위기라는 주제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절망이 되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함께 구체적인 변화를 이루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살림을 통해 어우러짐을 배우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아이들
 살림을 통해 어우러짐을 배우는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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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함께 커가는 '홍천 밝은누리움터'

밝은누리움터는 농촌과 도시에서 생명평화를 구현하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먹고 입고 살고 즐기는 일상생활에서 서로 살리는 삶을 만들어가는 농도상생(農都相生) 마을공동체 운동을 토대로 세워진 배움터다. 홍천 밝은누리움터는 지역 분교와 함께하는 유아/초등과정 '온마을배움터', 중등과정 '생동중학교', 청소년, 청년, 성인이 함께 공부하는 고등대학 통합과정 '삼일학림'이 있다. 박영호씨는 이곳에서 교사이자 학생으로 지내고 있다.

"생동중학교 학생들은 하늘땅살이(농사), 만들기 같은 활동 수업와 지식 교과 수업을 함께해요. 생활관에서 함께 지내는데, 또래들과 생활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몸에 익히고 관계를 맺는 힘을 기릅니다. 삼일학림은 생명평화 일구는 삶을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배움숲입니다. 철학, 수신, 역사, 마음닦기 등 얼 밝히는 공부와 하늘땅살이, 집짓기, 만들기, 살림예술 등 살림의 근원이 되는 공부를 함께해요. 학생들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서 스스로 과목을 개설하기도 합니다."

밝은누리움터 학생들은 삶의 필요를 스스로 채우는 역량과 어울림의 감각을 키우는 공부를 함께한다. 박영호씨는 밝은누리움터에서 배우고 익히는 본질은 관계이며, 이는 기후위기나 환경문제를 생각할 때도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생산과 살림 중심이 아닌 유통과 소비 중심의 생활양식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생명살림의 문화를 만드는 토대는 결국 생태적 삶을 통전적으로 실천하는 마을공동체와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를 거부하는 것은 홀로 할 수 있지만, 새로운 대안 문명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혼자 할 수 없어요. 대안교육은 이러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질 때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영호씨는 생명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살리는지를 일상에서 접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늘을 공경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함께 커가는 배움이 밝은누리움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생명평화 일구는 삶을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홍천 밝은누리움터
 생명평화 일구는 삶을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홍천 밝은누리움터
ⓒ 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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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의에는 마을에 토대한 교육에 관심 있는 다양한 학생, 청년, 부모 세대가 함께했다. 한 수강생은 "삼일학림이 고등대학 통합과정으로 운영되는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박영호씨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제도가 차지하는 힘이 크기 때문에, 아무리 대안적 삶의 가치를 배워도 결국 대학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라는 지점에 서게 된다. 고등대학 과정을 통합해 소모적인 고민의 구조로 빨려들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육과정이나 운영에 대한 질문 외에도 육아나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다양한 자기 고민과 경험이 나누어졌다. 이번이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 가능한 삶〉의 마지막 현장 강의로, 마지막 시간에는 밝은누리 인수마을을 함께 탐방하며 교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밝은누리 누리집(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대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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