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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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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이라는 용어가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음에도 어떤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부정적 인식으로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 그로 인한 진입장벽을 나타내는 용어로 시작되었으나, 요즘에는 여성을 넘어 '흑인이나 소수민족 등 인종, 장애인, 성소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장되어 쓰인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화성시장 후보로 처음 출마한 뒤, 지난 10년 간 다양한 선거에 수차례 출마하면서 우리 화성의 '정치판'에도 이른바 '유리천장'이 있다는 호소를 여러 차례 들었고 또 직접 보아왔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통틀어, 지역민과 동고동락해온 지역 정치인은 잘해봐야 '시의원, 도의원'까지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직위라는 자조 섞인 말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화성시장이나 국회의원' 정도의 자리에는 대부분, 오랫동안 지역에서 헌신하고 활동해 온 일꾼보다는 외부(타지)에서 중앙당의 공천을 받고 날라 들어온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이른바 '진성당원'(권리당원) 구조가 일천하여 밑바닥에서부터의 민주주의 보장이 쉽지 않은 대한민국의 정당 구조가 반영된, 그래서 지역민의 의견보다는 중앙당의 의사와 공천이 여전히 더 힘을 갖고 있는 구조가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동시에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거대정당들 모두, '사람을 키우는 문제, 지역 정치인을 양성하는 문제'에는 큰 힘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선거 때만 되면 '인재영입'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아니겠나. 안에서 못 키우니 밖에서 데리고 와야만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후진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비단 '정치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화성시 관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른 '사회적경제센터 운영 건'을 보면서도 비슷한 고민이 들었다. 사회적경제를 육성하고 지원한다는 것은 비단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인재육성풀을 다양하게 확충하여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풍부하게 조성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2012년 처음 센터가 개소했을 때는 '고용복지 경기센터'나 '한신대학교' 등 외부자원이 위·수탁 받았다. 최근에는 관내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위탁받아 운영했다. 이는 '지역 인재풀 육성 및 활용'의 측면에서 보면 일단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화성시의회에서 '행정사무조사' 논의까지 진행된 데는 다른 다양한 이유들도 많겠으나, '관계의 모호함, 이해관계 당사자' 등의 이유를 들어 관내 위탁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전문성, 객관성' 등의 근거로 '외부 위탁'만이 옳다고 한다면, 우리는 언제 사람을 키워낼 수 있단 말인가?

최근 출범한 '화성시 환경재단'의 공모과정을 보면서도 비슷한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어렵고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수년간 화성에서 '환경운동'에 헌신해왔던 활동가가 기쁘게 공모에 응했으나 최종 탈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석·박사 학위 같은 학력조건 등에서 밀렸다는 후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기관이 아니라 적어도 '화성시' 환경재단이라면, 그 어떤 다른 조건보다도 우리 지역 화성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지역가산점' 같은 항목이 더 결정적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인구 85만을 넘어 100만으로 향한다고 하여 우리 지역 화성이 저절로 풍성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판을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을 키워낼 수 있는 지역'이 되어야, 비로소 내적으로도 튼튼해지고 든든해지는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