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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며칠째 한낮에도 영하인 차가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 북쪽으로부터 한반도를 덮어버린 차가운 고기압은 몸도 잔뜩 웅크리게 만드네요. 무엇 하나 좋을 것이 없는 하루가 분명한데, 퇴근길에 올려다본 서쪽의 하늘이 갑자기 말을 걸었어요. 줄 것이 있다면서 말이에요. 그대로 집 근처의 하늘이 활짝 열린 공간을 찾아, 강변의 산책로로 향했습니다. 하늘이 주겠다는 선물을 받아야 했거든요. 
 
목성과 토성 아래로 초승달까지 일렬로 줄을 섰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우주의 선물이네요.
▲ 퇴근길의 우주쇼 목성과 토성 아래로 초승달까지 일렬로 줄을 섰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우주의 선물이네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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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흘러오는 방향으로 서쪽입니다.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지며 붉어진 하늘은 밤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기 전에 오늘에 대한 아쉬운 인사를 남겼고, 강을 품은 작은 산 위로는 손톱보다 얇은 초승달이 간신히 빛을 품어냅니다.

이때쯤의 초승달은 원래 달의 크기만큼의 빛을 아쉽게 지니고 잠시 떠있다가 사라지는데, 그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낮이 밤으로 변하는 짙게 푸른 하늘 위에 아련하게 걸린 초승달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텐데, 오늘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럴 수가!

달님의 위로 고개를 좀 더 들었더니,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과 신비한 고리를 두른 토성이 있었거든요. 다가오는 21일이 되면 두 개의 행성은 거의 겹쳐져 보일 정도로 가까워진다고 하는데,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은 794년 만이라고 하네요.

안 그래도 21일을 기다리며 쌍안경을 들고 다니던 중이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달님까지 같이 보여주시네요. 어때요? 21일도 기다려지지만, 오늘의 이 놀라운 우주쇼도 정말 아름답고 감사하네요. 차가운 날씨가 힘들었던 오늘이지만, 덕분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여러분, 하루가 힘들었다면 해 질 녘 서쪽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우리를 위로하는 놀라운 선물이 거기 있을 겁니다. 모두, 힘내요!

태그:#일상 비틀기, #794년만의 우주쇼, #목성, #토성, #초승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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