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사옥 앞에서 열린 '수탁자 책임 방기하는 국민연금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사옥 앞에서 열린 "수탁자 책임 방기하는 국민연금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선혜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11월 기준 국민연금 조성액은 807조원에 이릅니다. 이 자산의 본질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입니다. 그런데 이 돈이 이웃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우리 지역을 공해로 오염시키는 기업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충정로사옥 앞에서 열린 '수탁자 책임 방기하는 국민연금 규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김태훈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수석부위원장은 "내가 낸 보험료가 나에게 피해로 돌아오지 않도록, 국민연금이 공공성 원칙 아래 책임 있는 투자를 하게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다"며 "그런데 국민연금은 도입 이후 무엇을 했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주요 주주로 있는 KB금융지주 등에서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제대로된 견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노동·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대기업 전횡 견제 못하는 국민연금

김 수석부위원장은 "2019년 한진칼에 대해 배임·횡령 범죄를 저지른 이사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제안한 이들은 노동·시민단체가 추천한 국민연금 기금위원들이었다"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도대체 무엇을 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이 합병 비율을 조작해 국민연금에 6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노동·시민단체는 삼성물산이 국민연금에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이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조속히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속노조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연금이 문제 기업들의 정기주총이 열리는 오는 3월, 공익이사 추천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상법상 주주 제안이 가능한 시기는 정기주총 6주 전인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아래 기금위)가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공익이사 추천 등 주주제안의 기회를 놓칠 수 있어서다. 

단체들은 사모펀드 사태 등을 일으킨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7개사를 대표 문제 기업으로 꼽았다. 지역 환경오염 및 직업병과 산재 문제를 발생시킨 포스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를 방치해온 CJ대한통운, 불법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삼성물산 등도 주주권 행사 대상에 포함됐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는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재벌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면서 회사에 많은 피해를 입혀왔다"며 "그러다보니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졌고, 외국인·국내투자자들이 기업의 우발 채무 발생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인식해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손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맡긴 돈으로 주요 대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자 가치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은 2019년 대한항공 주총에서도 회사에 많은 피해를 입힌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연임에 대해 끝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주총 바로 전날에서야 반대 의견을 행사해 비판 받았다"고 지적했다. 

"살인기업에 침묵하는 국민연금, 직무유기·배임"

김 변호사는 또 "국민연금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국민연금 기금위원들은 문제의 7개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안건을 올리기도 했다"며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은 7개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2021년 주총도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주주권 행사를 하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연금이 7개 기업에 공익이사를 적극 추천해 참여하도록 할 것인지, 정관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횡령·배임 이사를 해임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엄혹한 코로나19 시대, 수입이 0인 노동자가 속출하는 이 시기에 국민연금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며 "그런 국민연금이 살인기업 등에 면죄부를 주고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배임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들을 감시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 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오늘 이 목소리들이 꼭 반영될 수 있길 다시 한번 참담한 심정으로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융산업노조,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도 함께했다. 

태그:#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삼성, #은행, #대한통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