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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가장 논란이 된 것은 한 번 등록하면 전혀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8년 대전 퓨마 사살사건, 2020년 돌고래 체험 수족관의 학대논란 등 동물원, 수족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법률 개정계획을 발표했다. 개정의 초점은 기존의 형식적인 등록제에서 일정한 기준을 갖춘 곳만 허가해주는 허가제로의 전환. 정부까지 약속한 마당에 개정은 불가피해졌다. 이제 어떤 기준으로 허가를 해줄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2020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전국에 수족관으로 등록한 22개 중 19개(리뉴얼, 휴관 중인 곳 제외)를 조사해 보았다. 허가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황을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관리하는 기관은 종류별로 많고 다양하지만, 동물원과 수족관이 가장 어렵다. 이유는 무엇일까? 종수가 많고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일정한 기준에 의해 건립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원과 수족관은 규모나 운영자 등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 이를 일률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허가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허가의 기준과 평가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사의 목적은 수족관 복지 평가기준을 만드는 데 있었다. 윤리적 측면에서 야생동물을 가둔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과학자 도널드 브룸(D. M. Broom), 앤드류 F 프레이저(A. F. Fraser)의 <가축의 행동과 복지(Domestic Animal Behaviour and Welfare)>와 데이비드 프레이저(David Fraser)의 <동물 복지의 이해(Understanding Animal Welfare)>는 윤리적 평가와 과학적 평가가 분리되어 왔음을 강조했다. 옳든 그르든, 평가는 필요하다는 의미다.

수족관이 지향해야 할 목표
  
 수족관 평가 지표.
 수족관 평가 지표.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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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지표로는 종보전 사업, 구조사업 진행 여부, 교육, 육상동물 보유 비율, 공연과 생태설명회, 전시구성이 서식지별로 구분되었는가, 안내문의 적절성, 체험, 그리고 전시장의 환경을 꼽았다. 수족관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이 지표 중 핵심적인 사항을 살펴보자.

가장 흔하게 꼽는 것은 종 보전이다. 서식지가 파괴되어 가면서 멸종되어 가는 동물을 보호하고 서식지의 복귀가 이루어질 때 이들을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다. 서식지 외 보전기관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등록할 수 있는데, 수족관 22개 중 등록된 업체는 10개다.

그런데 언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돌아가는 것은 가능한지 현재 시점에서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종보전 사업, 서식지 외 보전기관은 동물을 보유하는 것 이상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종보전은 단순히 동물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계획 있는 번식을 위해 고래상어에 대한 유전체를 분석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멸종위기인 바다거북의 인공번식에 성공하였으며, 동물복지를 위해 흰고래에 대한 생리연구를 통해 번식제한(피임)을 시도 중이다. 이처럼 종보전이란 그 종에 대한 연구를 통해 향후 자연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이 광범위하게 포함되어야 한다. 이 연구가 가능해지면 교육기능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수족관의 기능 중 두 번째 순기능, 교육이다. 6개월간 이루어진 현장조사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전시 생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교육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19개 중 14개 업체는 교육적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었고, 8개는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교육적 전시물이 많다는 것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물에 대한 지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지식과 경험이 많으면 시민들에게 자랑스럽게 그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게 된다. 결국 실력을 갖추면 자랑거리가 많아지고, 이는 교육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육상동물의 비율을 조사하였다. 물론 수족관에 육상동물이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관리가 어려워지며 전문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원과 수족관이 분리되어 가는 경향이 이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수족관에 육상동물이 많아졌을까? 첫째, 육상동물 전시관은 수생동물을 위한 수조를 만드는 것보다 돈이 덜 든다. 둘째, 아직 관람객들은 육상동물이 더 귀엽다고 생각한다. 수조는 하나의 배경으로 생각하고 수조 앞에서 사진을 찍고 프레리독을 보러 가기 마련이다. 어류보다 포유류가 사람들에게 진화론적으로 더 가깝다. 게다가 기니피그같은 동물은 번식도 잘되고 관리도 쉬우며 가격도 싸다. 이런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셋째, 누군가가 기증했을 때 받아주지 않을 수는 없게 되는 경우다. 여기서 기증이란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수족관에 떠미는 경우다. 심지어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으니,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결국, 육상동물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조건으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 및 피임 고려) 동물복지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보호해주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동물복지가 훼손된다는 의미는 '골치 아프고 욕만 먹으니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자'는 의미다. 수족관에서 더 이상 보호할 수 없는 동물을 받아주는 천사들의 쉼터는 없다. 따라서 보호하기 시작한 곳에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
 
 수족관에 왜 파충류의 수가 늘어나고 있을까.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생파충류만을 전시해  종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수족관에 왜 파충류의 수가 늘어나고 있을까.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생파충류만을 전시해 종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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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체험과 공연이다. 19개 업체 중 먹이주기 체험은 10개 업체에서, 만지기 체험은 13개 업체에서 진행 중이었고, 공연의 경우 4개 업체가 진행 중인데, 그중 2개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혹 전시와 체험, 공연 중 무엇이 가장 나쁜지를 묻는 분이 있다. 분명한 것은 체험은 관람객과 동물의 직접적인 관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장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수족관의 복지를 해치는 위해요소라고 한다면, 첫 번째의 위해요소는 체험인 것이다.

모든 동물은 종별로 먹어야 하는 먹이가 제각각이고, 개체별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일정한 사육사가 계산하여 제한적으로 급여해야 한다. 그러나 관람객이 먹이를 주는 경우 사과나 당근 같은 똑같은 것을 계속 주게 되어 영양학적 불균형이 올 수 있고, 먹이를 주는 사람도 지속적으로 바뀌게 되니 잠재적으로 불안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고등동물일수록 인간과의 원활한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밥을 주고, 놀아주는 사육사가 바뀌는 것은 곧 환경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환경의 변화는 스트레스의 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체험하는 곳에서 동물에게 다가서면 동물이 허겁지겁 먹이를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무섭지 않은 것일까? 그 동물의 존재 이유는 관람객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상당히 굶은 상태는 아닐까.

만지기 체험은 이보다 더할 수 있다. 포유류, 조류는 낯선 사람들의 손길이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수공통전염병의 문제도 생겼다. 수족관은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방문하고 다시 자신의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어류를 만지면 사람의 체온과 물고기 체온의 차이로 인해 온도변화에 민감한 물고기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물고기 만지기는 물고기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체험에 이용되는 물고기는 번식을 잘하고 가격이 싼 동물을 이용하고 있다.
 물고기 만지기는 물고기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체험에 이용되는 물고기는 번식을 잘하고 가격이 싼 동물을 이용하고 있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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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이 다가서면 구걸하듯 행동하는 이유는 이미 동물들이 영양불균형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관람객이 다가서면 구걸하듯 행동하는 이유는 이미 동물들이 영양불균형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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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공연은 왜 문제인가?

공연을 두 번째의 위해요소로 꼽은 이유는 현재 공연을 하고 있는 동물들이 모두 고등동물이고, 일종의 육체적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중단하게 된다면 이것이 급격한 환경변화가 되어 동물들에게 스트레스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연은 서서히 줄여나가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한 업체의 공연 내용을 보자. 우선 생태환경에 전혀 다른 벨루가와 돌고래가 한 수조에 있는 것도 문제지만, 20분 공연 동안 총 29개의 묘기를 선보인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론이 있다. 빙글빙글 몸을 돌리거나 물 위로 몸을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점프를 하는 것은 돌고래들에게 어려운 묘기가 아니며, 따라서 신체적으로 큰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업체의 돌고래 공연은 주중에는 두 번, 주말에는 하루에 세 차례 진행한다. 동작 하나를 보면 가벼운 것이지만, 공연 전체 그리고 횟수를 보면 돌고래들은 매일 일정 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물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묘기 중 .
 물 위에서 빙글빙글 도는 묘기 중 .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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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뒤집어 공중회전을 하는 묘기. 높은 난이도의 묘기다.
 몸을 뒤집어 공중회전을 하는 묘기. 높은 난이도의 묘기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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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노동을 하는데, 동물의 노동이 그리 큰 문제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무리한 노동이 있으면 이를 '말'로 설명하고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돌고래는 인간과 언어가 다르고 표현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과도한 노동의 결과가 너무 늦게 나타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돌고래는 묘기를 따라 해야 먹이를 먹을 수 있고, 애초에 노동을 하기 위해 인간과 계약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 대부분은 자연에서 잡혀왔다. 이미 과거는 지나갔다. 그러나 되돌릴 방법은 있다. 수족관에 살고 있는 동물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벨루가가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꺼내려고 시도하는 모습.
 벨루가가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꺼내려고 시도하는 모습.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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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있는 벨루가이다. 이 수족관에는 암수 한쌍이 있으나 임신해서 개체수가 늘어나면 관리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최근 피임을 시도하고 있다. 개체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현재 있는 벨루가는 관리하되, 더 이상 벨루가를 도입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벨루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확한 생리주기를 모른다. 결국 생리주기를 알기 위해 일정 기간을 두고 혈액이나 소변을 추출해야 한다. 혈액이나 소변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수의사와 사육사가 벨루가를 불러와야 하고, 몸을 쓰다듬으며 스킨쉽을 통해 소통하면서 먹이를 주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를 메디컬 트레이닝이라고 한다. 한화 측은 벨루가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생태설명회도 중단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관람객을 위해 불러오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었다.

벨루가가 메디컬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시기에 여수를 방문했다. 벨루가가 어떻게 지내는지를 관찰해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벽에 다양한 장난감 (풍부화를 위한 도구)을 놔두면, 벨루가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물을 뿌려 장난감을 물 속으로 빠지게 했다. 물을 뿌리면 장난감이 미끄러져 자신에게 온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 정도로 영리하다는 증거인 동시에, 벨루가가 수족관에서 그나마 잘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쓰도록 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20분 공연을 하면 개체의 활동 시간에서 훈련시간과 공연시간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훈련'이란 단어에 대한 명확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훈련은 금지하고, 건강관리를 위한 훈련만 허용해야 한다. 시간과 상황에 대한 선택을 동물에게 주는 것이다. 왜 독일에서는 유기견을 입양할 때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동물이 아닌, 동물이 사람을 선택하게 하는 것일까. 말 못하는 동물에게 선택권을 주게 되면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다.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여러 수족관을 돌아보면서 아쿠아리스트들을 만나곤 했다. 동물을 매일 돌보는 아쿠아리스트들이야말로 동물을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자존감이 낮아지면 동물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 많은 관람객들은 크고 희귀한 동물을 보기를 원했다. 가까이서 동물을 만지고 재미있는 공연을 보기를 원했다. 그러나 해양포유류는 관리가 힘들다. 이제 수족관을 바라보는 시민의 관점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시민이 수족관을 바꾼다. 기후위기로 어떻게 서식지가 파괴되고, 생태계의 혼란이 올지 알 수 없는 시대, 수족관은 생태계 복원을 준비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도 때로는 감시의 눈으로, 때로는 격려의 눈으로 수족관의 변화를 끌어와야 한다.
  
 이 수조의 문제는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어류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수초가 없다는 점이다. 어류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
 이 수조의 문제는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어류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수초가 없다는 점이다. 어류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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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전채은 시민기자는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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