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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금융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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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판매하면 가입을 안 하니까, 은행 적금처럼 설명하는 거죠. '만기는 2~3년이고, 원금보장도 되는데다 이자는 은행보다 10배 더 준다' 이렇게 하면 보험계약을 쉽게 따낼 수 있다고 교육받았습니다."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난 보험설계사 장아무개(42세, 가명)씨. 그는 2016년부터 설계사 1만여명이 소속된 대형 독립 보험대리점(GA) 글로벌금융판매에서 보험설계 일을 시작했다. 사내 안양지역본부인 '피알총괄'의 대표 김아무개씨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현재 글로벌금융판매는 매출액 기준 업계 2위, 설계사수 1만5000여명의 초대형 GA로 성장했다. 

그는 "김 대표가 처음 1년 동안은 제가 일반적인 영업을 하게 내버려 뒀다"며 "이후 '관리자로 일해보라'면서 지점을 내준 뒤 사무실도 따로 마련해줬다, 당시에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장씨가 '특별한' 영업방식을 전수 받은 것은 이즈음이었다. 장씨처럼 교육을 받은 일부 보험설계사들의 주력상품은 GA가 계약체결에 따라 보험회사(원수사)로부터 거액의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종신보험이나 보장성 보험이었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면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거나, 질병을 앓아야만 보험사에서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다. 

100만원 내면 5배 입금, 부족액은 '돌려막기'로

이들은 보험 계약 건수를 늘리기 위해 보장성 보험상품을 저축보험으로 속여 팔았다. 예를 들어 월납입 보험료가 100만원인 종신보험상품을 소비자에게는 저축보험이라고 설명하면서 '이 상품에 가입하면 1달 뒤 월 보험료의 5배인 5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대신 2~3년 뒤 해지하라는 조건도 덧붙였다. 가입 기간 유지를 요구한 것은 소비자들이 2~3년동안 보험을 유지해야 GA가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씨를 비롯한 일부 설계사들은 보험 가입자들에게 약속대로 한 달 후 월 보험료의 4~5배에 달하는 거액을 지급했다. 또 매달 월보험료 100만원 기준 30만~40만원가량을 이자 형식으로 지급했다. 장부상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면 다른 보험 계약 성사시켜 보험사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돌려막기 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은 GA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총수수료(월보험료의 1200~1800%)의 절반가량을 단 1개월 만에 손에 쥘 수 있는 구조에서 기인했다. 통상 보험사는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GA에 거액의 초회 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머지 수수료는 소액으로 나눠 2~3년에 걸쳐 지급한다. 이를 GA 쪽에서 악용한 것. 

그런데 2년 뒤 보험을 해약할 경우 가입자가 보험사에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은 종신보험의 경우 보통 원금의 50% 정도에 불과하다. 월 1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120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소비자가 불만을 표할 것에 대비해 GA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해 보험료 원금의 나머지 절반을 보전하고, 이자 명목으로 추가 이익을 제공했다.  

또 이른바 '작성계약'도 이뤄졌다. 작성계약이란 한마디로 가짜 보험계약이다. 실제 보험설계사로 활동하지 않는 사람을 설계사로 등록하고, 실제 보험료를 내거나 보험금을 받지 않는 사람을 소비자로 등록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장씨는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사람이 가입하기 때문에 (GA가 보험사에서 받는) 수수료가 어마어마하게 쌓였다"며 "이 때문에 당장 계약자에게 500만원 정도 목돈을 주더라도 회사에는 여윳돈이 생겼다"고 했다. 

피알총괄은 법인을 상대로 한 영업도 같은 방식을 썼다. 법인의 경우 매달 내는 보험료를 되돌려줬다. 보험 계약을 체결한 법인의 경우 지출되는 보험금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실제로는 다시 돌려받으면 법인세를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장씨는 "업계에서는 GA나 계약자에 모두 '윈윈(win-win)'인 전략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의문스러운 약정서, 본사 직인과 인감  
 
글로벌금융판매 피알총괄은 법인과의 계약의 경우 별도의 약정서를 작성해 배부했다. 설계사 장아무개씨가 한 직원의 실수로 사내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우연히 받게 된 '금융거래약정서 및 현금수령확인서'에는 GA의 불법영업 수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글로벌금융판매 피알총괄은 법인과의 계약의 경우 별도의 약정서를 작성해 배부했다. 설계사 장아무개씨가 한 직원의 실수로 사내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우연히 받게 된 "금융거래약정서 및 현금수령확인서"에는 GA의 불법영업 수법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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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금융판매 피알총괄은 법인과의 계약의 경우 별도의 약정서를 작성해 배부했다. 장씨가 한 직원의 실수로 사내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우연히 받게 된 '금융거래약정서 및 현금수령확인서'에는 GA의 불법영업 수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약정서에는 A네트웍스가 B 보험사의 '유니버셜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글로벌금융판매 피알총괄에서 매달 보험금을 지급하고, 계약자는 3년 뒤 해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약정서 아래에는 법인 계약자 대표의 이름과 서명, 글로벌금융판매 본사(서울 영등포구) 주소와 사업자등록번호가 담긴 직인과 본사 인감도 찍혀 있다.  

해당 약정서는 장씨가 아닌 사내 다른 설계사가 체결한 건이다. 이 때문에 장씨와 최씨 등 일부 설계사들은 이같은 영업행태가 글로벌금융판매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장씨는 "글로벌금융판매 내 33명의 총괄대표가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영업방식이 공유된다고 들었다"며 "다른 GA들도 공공연하게 비슷한 수법으로 영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불법 영업 방관한 정황 있다
 
보험사들이 글로벌금융판매 쪽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오히려 이런 영업을 독려하면서 불법 리베이트까지 제공한 정황이 있다고 설계사 장씨 등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김경윤 글로벌금융판매 피알총괄 대표와 장씨, B보험사 쪽 한 지점장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보험사들이 글로벌금융판매 쪽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오히려 이런 영업을 독려하면서 불법 리베이트까지 제공한 정황이 있다고 설계사 장씨 등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김경윤 글로벌금융판매 피알총괄 대표와 장씨, B보험사 쪽 한 지점장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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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글로벌금융판매 쪽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계약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묵인하고 있다는 정황도 있다. 지난해 1월 김 대표와 장씨, B보험사 쪽 한 지점장과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대화 당시 김 대표는 대담하게도 해당 지점장에게 소비자들을 어떻게 속일 수 있는지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에 동참할 것을 우회적으로 권했다. 

녹취록에서 김 대표는 "(불법영업 수법을) 알고, 모르고가 계약체결 성공률의 차이다,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며 "'은행 이자의 10배'라고 하면 그게 얼마인지 걔네(소비자)가 어떻게 아나, 오류가 없다, 깨끗하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보험사 지점장은 "그렇지, 그렇지"라며 김 대표 말에 동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설계사 최씨는 "보험사 지점장이나 단장들은 상품이 많이 팔려 보험료만 많이 들어오면 본인들의 성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영업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유사수신행위, 보험업법 위반도"

전문가들은 이같은 보험판매 방식은 고액 지급을 약속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유사수신행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의 사기, 보험업법 위반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조직적으로 이런 영업방식을 지시하고 이행한 증거가 있다면 충분히 사기적 판매로 볼 수 있다"며 "보험업법상 (3만원 이상의) 특별이익제공 금지 등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보험전문인 박기억 변호사도 "GA가 임의로 지급한 보험금이 3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보험업법상 금지하고 있는 특별이익제공으로 볼 수 있고, 설명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 전문 한 법무사는 "(GA가 고액 지급을 약속하고) 보험상품을 권유했다면, 법상 금지된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글로벌금융판매의 영업방식에 대해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 관계자는 "종신보험을 예금으로 속여 설명한 것은 보험업법상 설명의무 위반,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며 "소비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다면 특별이익제공 금지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이익제공 금지 위반액수가 3000만원 이상이면 금감원이 이를 검찰에 고발하도록 돼 있다"며 "(보도 이후) 문제가 명확한 것이 드러나면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기나 유사수신행위 혐의에 대해선 수사기관에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유사수신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보험업법상 특별이익제공 금지 위반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 사기 등 범죄에 따른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특경가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과 이득액 이하 상당의 벌금을 함께 부과받는다. 

보험료 인상의 원흉

문제는 GA의 무분별한 불법영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전체 보험소비자들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GA가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만 챙기고 2~3년 후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보험사의 손해가 커지고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모든 게 위험한 짓이었다"며 "일명 '나이롱' 환자로 인해 보험료가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알고 보면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은 이것(GA 불법영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보험사와 고객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이 문제가 가장 크다"라고 덧붙였다. 

김헌수 교수는 "GA가 2~3년 뒤 해약을 강요하고 수수료는 모두 챙기게 되면, 보험사 입장에선 기대했던 수익(10~20년분 보험료)은 얻지 못하고 손해만 보게 된다"며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도 "(GA 불법행위로 인한) 보험사의 비용 증가는 보험료 인상 요인 중 하나로 포함되고, 전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며 "GA의 사기판매가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보험사들은 이달부터 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심스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글로벌금융판매 쪽은 보장성 보험을 저축보험으로 속여 팔았다는 설계사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글로벌금융판매 관계자는 "관련 증거자료를 모두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답변을 주기는 어렵다"면서 "이후 금감원에서 조사가 나온다면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글로벌금융판매, #GA, #종신보험, #저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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