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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숲은 큰 나무아래 중간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작은 나무가 있고 아래에 초화류가 자라는 100년 숲이다.
 좋은 숲은 큰 나무아래 중간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작은 나무가 있고 아래에 초화류가 자라는 100년 숲이다.
ⓒ envato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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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흡수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숲

우리나라는 매년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심각하게 줄고 있다. 현재 4600만 톤(2018년)의 흡수량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면 2030년 2400만 톤으로 줄고 2050년 1400만 톤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대로 간다면 탄소흡수량과 배출량이 같아지는 탄소 중립으로 향해 가게 된다. 우리 사회는 탄소 중립으로 가야 하지만 산림은 탄소 중립이 된다는 것은 우리 숲이 이제는 건강하게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지난 1973년 본격적인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UN이 인정하는 세계적인 재조림 성공국이 되었다. 민둥산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 그 산림이 평균 35년을 넘어가며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그리고 치산녹화에 성공한 이후 산림에 관한 관심이 떨어져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OECD에서 네 번째로 산림률이 높은 국가이면서 세계 3위 펠릿(땔감) 수입국이 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우리 산이 녹화에 신경을 쓰느라 제대로 된 목재생산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경제성이 높은 나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펠릿마저 수입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동안의 산림정책과 인력과 예산으로는 이제는 기후 위기 시대, 산림 탄소 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 전면적인 산림 뉴딜이 필요하다.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우리나라는 매년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국제적으로 보고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산림 탄소의 가치는 더욱 중요하게 평가된다. 물론 베어낸 나무를 전적으로 목제 제품으로 사용하거나 에너지로 사용했을 때 탄소 저장량과 화석연료 대체량이 인정된다. 산에서 썩으면서 CO₂를 배출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숲은 탄소배출권을 톤당 50유로로 계산하더라도 2050년이 되면 총 탄소 가치 손실액이 30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산림 탄소 흡수량은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높일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천연림과 인공림은 모두 밀도 조절이 필요

우리가 산림의 밀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결국 산불이 밀도를 조절한다. 숲은 매년 3%씩 복리로 자란다. 우리 숲은 9.3억㎥의 입목축적량을 가지고 있고 매년 3000만㎥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우리 숲은 과밀화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4영급 소나무림이 2050년이 되면 7영급(65년생)이 되는데, 7영급 소나무림의 적정본수는 725본인데 반해, 현실임분 본수는 994본으로 나타나 약 37% 과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숲이 과밀화되면 나무가 서로 어깨가 닿아 건강하게 자랄 수가 없다. 나무 키의 1/3 높이에서부터 가지가 달려야 하는데 우리는 1/5 높이에서 가지를 달고 있다. 나무의 수세가 약해지고 병충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숲속에는 빛이 들어가지 못해 다른 식물이 다양하게 자라지 못한다. 거의 동시에 심어진 나무들은 여러 층을 이루지 못하고 칫솔모처럼 단층에 빽빽하게 들어차게 된다. 우리 산림정책은 치산녹화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 지속 가능한 숲을 만들어 오지는 못했다.

지속 가능한 숲은 매년 3%씩 성장하는 만큼 수확하고, 수확한 나무의 수보다 더 많이 심고, 수확한 목재는 목조주택으로 탄소를 저장하고 미이용 목재 부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순환형 목재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산림정책은 산림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확하고-쓰고-심고-가꾸는 자원 순환 정책, 석유와 석탄을 대체하는 에너지로 쓰고, 시멘트와 철골을 대체하는 건축 소재로 거듭나는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기후 위기 탄소 중립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산림뉴딜은 큰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자는 게 아냐

환경단체들은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산림뉴딜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숲의 고령화와 과밀화를 해소하고 산림의 탄소흡수력을 높이는 정책이 자칫 산림 파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그동안 숲가꾸기와 간벌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1ha에 좋은 나무 50그루를 남겨 놓으라고 지시하면 가장 허약한 나무 50개를 남겨 놓고 베어 버린다. 길 가다 보면 나무를 베어내고 잔가지와 줄기들을 줄지어 산에 버려둔다. 그래서 벌목이 오히려 산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큰 나무는 남기고 작은 나무들을 베어 더 큰 숲을 만들면 좋을 텐데 왜 저렇게 모두 베어버릴까. 

이유는 임도가 없기 때문이다. 임도가 없으면 모두베기를 하고 굴삭기와 트럭이 들어가서 원목을 실어 나올 수밖에 없다. 임도가 없으면 솎아베기를 할 수 없다. 미래목을 남기고 경쟁목을 솎아베고 와이어로 끌어내서 차에 실어 나올려면 임도가 있어야 한다. 산에 간벌재와 잔가지를 버리고 나오는 것도 임도가 없기 때문이다. 길이 없으면 실어내는 경비가 안 나오기 때문에 잔가지를 모두 버리고 온다. 

임도가 돈이 많이 들어서 임도를 만들지 않고 하는 산림사업은 비효율 그 자체이다. 기계로 할 작업을 손으로 하는 예산 낭비다. 그런데 우리는 임도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외면해 왔다. 그러다보니 숲가꾸기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된다.

백년숲을 만들어야 한다

영급을 조정한다는 것은 고목을 모두 베고 어린 나무를 심자는 것이 아니다. 좋은 숲은 한 살부터 백 살까지 골고루 공존하는 숲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나무의 나이가 거의 같다. 1973년부터 10년간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면적이 같은 시기에 심겼다. 좋은 숲은 큰 나무아래 중간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작은 나무가 있고 아래에 초화류가 자라는 100년 숲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같은 층에 밀집되어 칫솔모처럼 자라서 나무들이 어깨가 닿아 가지를 뻗지 못하고 밀집되어 아래에는 빛이 들어가지 못해서 자기 새끼마저 자라지 못하는 숲이 되었다. 인공림의 경우 3000평에 3000개의 묘목을 심는다. 그런데 40년 뒤에는 600개~800개를 수확해야 한다. 그래서 10년에 한 번 꼴로 간벌을 했어야 한다. 그렇게 두 번 이상 간벌한 숲에서 제대로 된 나무를 키울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의 경제성이 없는 숲은 우리 땅과 나무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33만ha의 숲 중에서 제대로 간벌한 비중이 얼마나 될까? 국유림을 제외하더라도 67%의 사유림이 거의 관리되지 못했다. 산림뉴딜은 과감한 투자로 임도와 기계화를 통해 전체 산림을 100년 숲으로 만들자는 계획이다. 지금부터 50년간 착실하게 관리해 가자는 것이다.

큰 나무는 나무사이의 간격이 7미터가 되어야 한다. 농촌의 아무 산에나 가보라. 다닥다닥 붙어서 숨도 쉬지 못하는 나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40년 자라면 직경이 40센티는 되야 하는데 20센티 밖에 자라지 못한 버려진 숲을 보게 될 것이다.  독일이 임도밀도가 52m/ha, 오스트리아가 46m/ha를 만드는 동안 우리는 3.5m/ha의 임도밀도로 어떻게 숲을 관리하겠는가? 대부분의 산은 들어가 보지도 않은 것이다.

산림뉴딜은 그동안 산림사업 실패를 교훈삼아 혁신하자는 것이다. 임도를 늘리지 않고 숲에 가서 예산 낭비하지 말자. 탄소흡수를 늘리기 위해 정확하게 설계된 계획에 따라 나무들을 수확하고-쓰고-심고-가꾸는 탄소순환경영 모델을 만들자. 베어낸 목재는 건축으로 쓰고, 바이오매스는 에너지로 남김없이 쓰자. 100년 숲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나오는 새로운 시작을 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은 기존의 결과를 낳을 뿐이다. 혁신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산에 손도 대지 말자는 것이다.

백년숲을 만드는 계획으로 오래갈 숲을 만들어야 한다. 고목이 자라고 그사이 작은 나무가 자라고 키작은 나무와 풀이 함께 자라서 숲 전체의 탄소흡수력이 높아지고 생태적 다양성이 높은 백년숲을 만들자. 산림의 핏줄같은 임도를 만들자. 숲을 가꾸는 것이 목재의 가치뿐만 아니라 탄소의 가치까지 함께 계산해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 내자. 고목도 묘목도 가꾸어야 비로소 좋아진다. 숲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최재관 시민기자는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위 산림TF팀장이자 전 청와대농어업비서관입니다.


태그:#산림뉴딜, #백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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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장 전 청와대농어업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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