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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에어팟, 삼성의 갤럭시 버즈 등 유명 브랜드 무선 이어폰과 부담 없는 보급형 저가 무선 이어폰의 등장으로 인해 무선 이어폰은 급속히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에 따라 유선 이어폰의 사용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 이젠 길거리에서 유선 이어폰보다 무선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이는 시대다. 느닷없이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을 봐도 유선 이어폰에 달린 마이크가 아니라 귀 근처를 보고 나서야 전화하고 있음을 깨닫고 안심할 수 있는 시대가 와버렸다.

그리고 여기, 유선 이어폰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세태에 절망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현재 사용중인 유선 이어폰과 가족의 무선 이어폰
 현재 사용중인 유선 이어폰과 가족의 무선 이어폰
ⓒ 권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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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밴드 이어폰이 반짝했을 때도 공포에 떨었지만 주류가 되지 못한 채 무사히 넘어갔고, 아이폰7에서 처음 이어폰 단자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갤럭시를 쓰니까 당장은 괜찮겠지' 하며 넘겼지만, 결국 S20과 노트10을 기점으로 갤럭시 시리즈에서도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노트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단자가 남아 있던 노트9를 소중하게 쓰고 있으나 기계에는 수명이 있기 마련. 언제까지나 이 기종을 쓸 수는 없다. 단자가 남아 있는 저가형 모델을 쓰거나 이어폰 젠더를 사용해 계속 유선 이어폰을 쓸 수야 있겠지만 당연히 이전보다 불편해진다.

이대로 많은 사람이 줄 달린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모습은 과거로 사라질 것인가. 그런 슬픈 미래는 거부하고 싶다. 유선 이어폰도 충분히 장점이 있고 매력이 있는데 어째서 기업들은 이어폰 구멍을 없애고 모두를 무선 이어폰의 세계로 보내버리는 건가. 당신들에게 이어폰을 한 짝씩 나눠 끼고 옆에 붙어서 같이 음악을 듣던 추억 같은 건 없는 것인가.

다소 감정적인 외침이지만, 유선 이어폰이 너무 빠르게 사라져가는 모습에 당황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유선 이어폰 부흥을 위해 무선 이어폰보다 나은 점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한다.

흔히들 생각하는 무선 이어폰의 최대 장점은 역시 기기와 연결하는 선이 없어 행동에 제약이 덜 걸린다는 점이다. 줄이 가방이나 옷, 우산 등에 걸려 이어폰이 떨어지거나 휴대폰과 분리되는 일도 없고, 최악의 경우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불상사와도 거리가 멀다.

케이스가 따로 있어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서도 안전하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주머니 안에서 줄이 꼬여 푸는 데 고생이고, 험하게 다룰 경우 단선되기도 하는 유선 이어폰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무선'은 단점이기도 하다. 내가 무선 이어폰을 기피하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인데, 분실의 위험이 유선 이어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SNS나 커뮤니티에 무선 이어폰 한 쪽을 떨어뜨렸다는 하소연 글이 하루에도 몇 개는 올라온다. 보통은 떨어뜨려도 금방 주울 수 있겠지만, 떨어뜨린 장소가 좋지 않거나 졸다가 저도 모르게 한 쪽이 빠진 경우 다시 줍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무선 이어폰은 위치 추적이 되는 것도 아니니, 잃어버리게 되면 높은 확률로 그 한 쪽과는 영원히 이별이다.

나는 귀의 모양이 어떻게 설계된 것인지 꽂아도 꽂아도 유난히 이어폰이 잘 빠지는데, 유선 이어폰은 양쪽이 모두 빠지지 않는 이상 한 쪽이 바닥에 닿을 일은 잘 없다. 그러나 무선은 그렇게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없고, 뛰다가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망가질 가능성도 더 높으니 파손이 무서워서 쓸 수가 없다.

최근에는 분실 방지를 위해 마스크 스트랩 같은 무선 이어폰 스트랩도 나온 모양인데, 그렇게 되면 그냥 유선 이어폰을 쓰는 것이 낫지 않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기능적으로도 몇몇 부분에선 유선 이어폰이 더 우수하다. 물론 무선 이어폰은 터치나 버튼으로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고 케이스에서 빼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되는 등 기술 면에서는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뛰어난 기술로 인해 오히려 단점이 생겨나기도 한다.

우선 배터리 문제. 무선 이어폰은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만큼 휴대폰의 배터리 소모가 더 크다. 보조 배터리도 반쯤 필수품이 된 마당에 배터리 소모가 조금 빨라지는 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사람이라면 해당하지 않은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배터리는 천천히 닳는 게 좋기 마련이다.

무선 이어폰 자체에 사용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연결만 되어 있다면 별도의 전력 공급은 따로 필요하지 않은 유선 이어폰과 달리 무선 이어폰은 그야말로 무선이기 때문에 충전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다. 케이스에 넣어두는 것만으로 충전이 된다고는 하지만, 충전 중에는 사용하지 못해 틈틈이 충전해주어야 하는 것은 번거롭다.

그 조그만 이어폰 안에 배터리, 블루투스 칩, 이어폰이라는 기능을 모두 넣으려니 자연스레 가격대가 올라간다. 유선 이어폰은 분실했거나 다양한 사정으로 급해서 임시로 구매해야 할 때 근처에서 최소 5천 원, 웬만하면 1만 원 안팎으로 못 들어줄 만한 성능은 아닌, 그럭저럭 쓸 수 있는 이어폰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선 이어폰은 아무리 적어도 1만 5천 원 이상, 웬만하면 3만 원 대에는 가야 적당한 성능의 이어폰을 구할 수 있다.

같은 가격대라도 유선은 음질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반면 무선은 블루투스 페어링, 배터리 지속 시간, 음질 향상 등 다양하게 신경 써야 할 기능이 많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동 가격대 무선 이어폰의 음질이 더 떨어진다. 연결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로 영상을 본다면 소리가 몇 초 느리게 전달되기도 하니, 이런 점에서는 유선 이어폰이 우위를 점한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사용자가 직접 겪지는 않으나 통화할 때 상대방이 겪는 불편함도 있다.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구조상 입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크게 말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알아듣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러 상대와 통화해본 경험상, 이어폰 없이 핸드폰으로 직접 통화하거나 유선 이어폰에 내장된 마이크를 입 근처에 가져다 대고 말하는 것과는 볼륨에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최근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과 통화하며 통화 볼륨을 추가로 높여야 하는 때가 늘어났다.

각자 다른 장단점이 있고 충전기 구멍에 꽂을 수 있는 C타입 이어폰 젠더 등이 아직 많이 나오기 때문에 유선 이어폰도 단시간에 완전히 모습을 감추지는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결국 신제품에서 이어폰 구멍이 없는 기기의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젊은 꼰대인 걸까, 애착인 걸까. 둘 다이거나 모두 아닐 수도 있겠다.

당연하게도 무선 이어폰을 이 세상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각자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쓰면 된다. 그저 이어폰 구멍을 자꾸 없애 버리려 하는 사람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뿐이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유선 이어폰이 다시 그 자리를 되찾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태그:#이어폰,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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