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2020년 1월을 정확히 기억한다. 2019년 12월 말, 나는 두바이로 떠났고 귀국하기 전 1월 중순쯤부터 중국에서 시작한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뉴스가 뜨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 조금 무섭긴 했지만, "독감처럼 잠깐 유행하고 마는 거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와 먼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지금은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되었고 특별한 일 아니면 집에 있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코로나 시대에 적응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가 바꾼 풍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코로나 이후 음식 재료 배달 앱인 마켓컬리와 배달의 민족, B마트 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집 밖으로 나서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예전과 같이 대규모 콘서트를 열 수 없는 상황이라 K-POP 아이돌은 온라인으로 실시간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초등학생은 전교생 수에 따라 등교 여부가 나뉘고, 대학생인 나는 집에서 미리 녹화된 동영상 강의를 듣거나 줌(Zoom)을 이용해 실시간 강의를 듣는 게 익숙하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중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생겨났고 그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

자가격리는 스마트하게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해외입국자는 2주간 독립된 공간에서 격리해야 한다. 자가격리자를 위해 제공되는 안심 숙소나 임시 생활 시설이 있긴 하지만, 나를 제외하고 가족 3명이 해외입국자라 함께 자가격리를 했던 적이 있다.

격리 초반에는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여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는 했다. 과거에는 배달책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여 음식을 주문하고, 무조건 만나서 결제를 했는데 요즘에는 배달 앱이 발달하여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도 음식을 주문하여 먹을 수 있다. 부모님 휴대전화에도 배달의 민족을 설치했더니 이제는 내가 도와드리지 않아도 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신다.

4명이 2주 동안 집에서만 지내는데 배달 음식만 시켜 먹기에는 비용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식자재를 빠르고 신선하게 배달해준다는 마켓컬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음식의 신선도를 직접 볼 수 없고 배달 과정에서 변질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가격리 이전까지는 마켓컬리와 같은 앱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6시쯤 반신반의하며 주문한 식자재가 도착했다. 일어나서 상태를 확인해보니 아직 다 녹지도 않은 아이스팩과 함께 보냉 상자 안에 신선한 재료들이 있었다. 종이 상자만으로도 냉기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아이스팩의 내용물이 물이라는 점과 아이스팩이 종이라서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을 많이 고려한 것 같았다.

배달의 민족에서 시행하는 B마트와 요기요에서 시행하는 요마트도 있다. 내가 사는 곳은 B마트 이용 불가능 지역이라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요마트는 빠르게 배달되는 대신 상품 항목이 적고, B마트는 그 반대라고 했다. 마켓컬리와 달리 요마트와 B마트는 배달 음식을 주문했을 때처럼 예상 배송 시간을 알려주고 그 시간 내로 식자재나 식품이 배달된다고 한다.

나는 해당 앱을 이용하면서 "사람들이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로 직접 마트에 가는 대신 이런 서비스를 많이 이용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실제로 마켓컬리의 2020년 매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우리 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남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전까지는 몰랐던 편리함을 알게 해주는 듯하다.

팀플도, 회사 시험도 모두 집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여 악화함에 따라 2020년 12월부터 식당에서 5인 이상 모임과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었다.

코로나는 대학 생활을 못 하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유일하게 학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팀 프로젝트마저 망쳐버렸다. 작년 새내기 때는 팀 프로젝트도, 대면으로 수업하는 강의도 없어서 학교에 갈 일이 전혀 없었다.

올해는 팀 프로젝트가 필수 강의라서 학교에서 동기들, 선배들과 강의실에서 마주 보고 공부할 수 있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실험 수업을 제외한 모든 강의를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이번 학기에도 강의실에는 발을 디딜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팀 프로젝트가 있으니까 4명씩 한 조가 되면 만나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이 생각 또한 금방 사그라들었다. 교수님이 조를 5명이나 6명이 되도록 구성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5명은 만날 수 없으니 4명이 만나서 나머지 한 명과는 구글 문서 도구(Google Docs)를 이용하여 소통했다.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문서에 대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기획서 작성에 긴 시간을 소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우리를 기다리는 건 다음 문제였다. 프로그램을 짜기 위한 코딩을 5명이 동시에 진행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결국, 각자 집에서 줌(Zoom)이라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줌(Zoom)에는 '화면 공유'라는 기능이 있다. 이는 내 노트북 혹은 데스크톱의 모니터 화면을 회의 참가자들에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분업해서 코딩을 진행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화면 공유를 켜서 서로에게 질문하고 해답을 찾곤 하였다.

화면 공유는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찾을 때도 이용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 명이 오류를 찾는 것보다 5명이 동시에 찾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나는 무조건 만나야만 팀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생각했는데, 비대면이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가 가져온 신기한 기술들 

코로나의 발생과 확산으로 지금은 과거의 평범한 생활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사용할 일이 없을 다양한 기술들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손을 가져다 대면 체온을 측정하는 동시에 손 소독제를 뿌리는 체온계, 가만히 서서 바라보면 체온 측정을 자동으로 해주는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 등은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접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QR코드나 ARS 전화 인증으로 출입 명부 작성에 동의하는데, 이 또한 평범한 생활에서는 이용할 일이 없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접한 기술 중 가장 신기했던 건 데스크톱 가상화 (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VDI)이다. VDI는 작은 오빠가 비대면으로 회사 시험을 집에서 치를 때 알게 되었다. 원래였으면 회사 내에 있는 자신의 개인 컴퓨터를 통해 시험을 봐야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면서 시험 또한 집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시험을 위해 회사에 있는 개인 컴퓨터에 접근해야 하는데, 곧바로 접근하면 회사 보안의 유출 가능성이 있어서 VDI를 이용한다고 했다. VDI를 집에 있는 컴퓨터에 설치하고 실행하면 회사에서 설정한 가상컴퓨터 화면이 집 컴퓨터 모니터에 보이게 되고, 그것을 통해 회사 내 개인 컴퓨터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상 데스크톱을 중앙 서버(회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누군가 회사 보안을 유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1년 넘게 지속되고, 확산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생활 속 많은 부분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변해버렸다. 그 속에서 불편한 점도 많았고 새로운 기술도 많이 접했지만 이미 모든 상황에 적응한 것 같다.

코로나 유행 이전과 같은 평범한 생활은 바랄 수조차 없게 되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상이 언제, 무슨 일로 갑자기 변할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덕분에 앞으로 위기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전 세계적인 재앙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우리 모두 이 끔찍한 생활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과학기술, #대학생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