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주말에 잠을 푹 자도, 휴가를 다녀와도 우린 늘 피곤하다. 커피 없이 시작하는 아침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우리는 왜 이토록 피곤한 것일까? 현대인이 피곤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몸은 쉬고 있어도 뇌는 쉬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 정신 치료 전문가이자 뇌과학자인 구가야 아키라는 그의 저서 <최고의 휴식>을 통해 뇌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휴식은 몸을 쉬게 하는 것이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 풀리지 않는 피로가 있습니다. 몸의 쉼과 뇌의 쉼은 다릅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뇌는 가만히 있어도 지칩니다. 끊임없이 공회전하며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자질구레한 것부터 중요한 일들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아서 머릿속이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실수했던 일, 하지 못했던 일, 해야 할 일 등으로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통에 눈앞에 펼쳐진 현재 순간에 머물지 못한다. 그렇기에 주말과 휴가 등으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더라도 뇌가 충분히 쉬질 못하여 늘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는 것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얼마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오대산 자연 명상 마을에 다녀왔다. 처음에 가장 놀랐던 것은 단지가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편백나무로 지어진 친환경 숙소들이 적당한 공간으로 배치되어 있고, 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 산책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국립공원으로도 지정된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울창하고 광활한 소나무 숲은 태백산맥의 정기를 이곳으로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옴뷔 명상 마을 정원의 멋진 뷰
 옴뷔 명상 마을 정원의 멋진 뷰
ⓒ 송성호

관련사진보기

 
오후 3시에 체크인을 하고 들어간 숙소는 심플함 그 자체였다. 잠자리와 책상 그리고 통유리창 앞에 놓인 명상 방석이 숙소의 전부였다. TV도, Wi-fi도, 냉장고조차 없다. 덕분에 매일 쳐다보는 전자기기 화면 속 블루 라이트와 자극적인 콘텐츠들에서 잠시라도 해방되어 지낼 수 있었다.

함께 이곳을 찾은 애인과 나는 아예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해 버렸다. 명상용 방석에 앉아 통유리 바깥으로 자연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머릿속을 늘 시끄럽게 하던 온갖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옴뷔 숙소 내부. 멍 때리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옴뷔 숙소 내부. 멍 때리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 송성호

관련사진보기

 
숙소에 냉장고와 취사 시설이 없는 대신, 단지 내 레스토랑에서 조식과 석식을 먹을 수 있다. 1박2일 일정 기준으로 체크인 당일 석식과 다음 날 조식이 제공된다. 음식은 정갈하고 맛있는 채식이 뷔페식으로 나온다.

모든 생명에 대한 감사와 건강한 삶을 기도하는 차원에서 채택된 건강 밥상이었다. 식사를 할 때 습관처럼 바라보던 스마트폰 화면 대신,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노라니 현재에 머문다는 것의 참된 기쁨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자연을 바라보며 하는 식사는 명상이나 다름없다.
 자연을 바라보며 하는 식사는 명상이나 다름없다.
ⓒ 송성호

관련사진보기

 
명상 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서는 명상 체험이 무료로 가능하다. 육송으로 만들어진 160평의 웅장한 명상 홀인 '동림 선원'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특별 명상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나는 저녁, 아침 명상에 두 차례 참석했다.
 
명상 홀 '동림선원'으로 가는 길.
 명상 홀 "동림선원"으로 가는 길.
ⓒ 송성호

관련사진보기

 
저녁 요가 명상 시간에는 몸을 천천히 움직여 의식을 신체 내부와 바깥으로 옮겨가기를 반복하며 신체 기운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체험을 하였다. 명칭은 요가 명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요가보다는 태극권이나 기체조와 더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날 오전 명상시간에는 가만히 앉아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여러 생각과 느껴지는 몸의 감각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현재 이 순간에 머무는 마음 챙김 명상 체험을 하고 왔다. 
 
산책 도중 우연히 만난 '깨달은 자'를 닮은 구름
 산책 도중 우연히 만난 "깨달은 자"를 닮은 구름
ⓒ 송성호

관련사진보기

 
현대인의 삶은 스트레스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산다. 거기에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삶에서 겪는 정신적인 불안과 우울 증세는 더 커져만 가고 있다.

명상은 출가한 스님과 같이 일부 수행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평정심은 오히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필요할 것이다. 잠시라도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올여름 휴가 때 시끄러운 휴양지 대신 이런 명상 마을은 어떨까.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간소하고 단순하게 사는 남자. 세상을 더 이롭게,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요. 명상과 마음챙김, 맨몸 운동, 물구나무, 산책, 독서 그리고 그 밖에 '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