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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021년 12월 17일 오전 9시 56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망 부재로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회적 고립'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고립의 결과로 나타나는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대응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사랑의열매는 2021년 2월 1일부터 사회적 고립가구를 발굴하는 '고독사 예방을 위한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및 대응체계 구축사업'을 진행했다. 예방사업을 수행하는 복지관은 소통이 단절된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주거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을 지역특성에 맞게 발굴하여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 대상자 발굴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월 17일 중곡종합사회 복지관(아래 중곡복지관) 신OO 사회복지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마다 초점화한 대상과 발굴 방법이 다른데, 광진구는 중장년층의 일용직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특성이 있어 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진구는 지리적 편의성으로 집값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관할지역의 고도제한으로 낮은 빌라와 반지하가 많은 편이기에 지역 특성상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중곡복지관은 행정복지센터, 건국대학교병원 사회사업실, 지역 내 위치한 병원,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네트워크 협약을 맺어 활동하고 있다.

2만 원 그 이상

2만 원이라는 돈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냥 큰 금액은 아니지만 어떤 이에겐 삶의 방향성을 바꿔줄 수 있는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신 사회복지사는 작년과 올해 서울시 광진구 지역사회 내 고시원, 여관 등 주거 취약 공간에 방문하여 지원 내용이 담긴 홍보지와 함께 가구마다 2만 원 상당의 쿠폰을 배부했다. 쿠폰에 지정된 일련번호를 방과 매치하여 누가 사용했는지 모니터링 후 사용하지 않은 곳은 상담을 통해 생활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며 사례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쿠폰을 지급할 때 1000원 단위로 구성된 20장의 쿠폰을 묶어서 지급한다. 이는 함께 배부된 홍보지에 포함된 '복지상담신청서&쿠폰 이용 가이드'를 통해 복지관과 협약한 지역상점에서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식당, 약국, 마트, 카페 등 생활에 필요한 지역상점 10곳이 해당된다. 

만약 모두 소진한 쿠폰을 다시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 사회복지사는 "우선 쿠폰 이용 가이드에서 안내하는 절차대로 '복지상담신청서'를 작성하여, '상담 신청함'에 넣으면 복지관에서 일괄 수거한다. 이후 전화상담이나, 중곡복지관 방문과 같이 본인 의지에 따라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에만 2만 원의 쿠폰을 한 번 더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복지관을 생소하게 생각하던 사람도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중곡복지관으로 복지상담신청서를 작성하여 다시 쿠폰을 지원받은 대상자는 일명 '주민 활동가'의 도움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통장, 상점주인, 집주인,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주민조직인 '주민 활동가'는 사회적 고립가구 상시발굴, 월 2회 모니터링(안부확인, 후원물품 전달 등) 활동을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 중곡복지관을 소개하며 든든한 이웃이 되어주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고독사 예방은 복지관이 매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처럼 실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올해부터 시작한 '주민 활동가' 운영에 대해 신 복지사는 "주민 활동가는 발굴된 사회적 고립가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계 형성을 지원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라고 덧붙였다.

"고독사에 대한 인식 개선의 확대 필요"

4월 1일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되며 제도적 기틀이 마련되었다. 고독사 예방법을 대표로 발의한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국방위원회)에게 생각을 묻기 위해 지난 11월 29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동민 의원은 "국민의 삶을 전 생애주기에 걸쳐 책임지는 국가의 비전을 생각했다"고 고독사 예방법을 발의하게 된 계기에 관해 설명했다.  

기 의원은 "고독사에 대한 사회의식 변화를 위한 체계 구축을 통해 고독사 예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법안을 통해 정부 주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독사 예방법 시행 이후 신 복지사는 "고독사 수치와 관련해서 생긴 변화를 체감한다. 이전에는 경찰서에서만 수치를 집계했고, 개인정보 문제로 다른 기관과의 공유가 불가능했지만, 법적 명분이 마련되어 구체적인 수치 확인이 가능해졌다"며 고독사 예방법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중곡복지관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고립가구 발견 시 대처법에 관한 역량 강화교육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고립가구, 고독사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신 복지사는 "고독사에 대한 인식 개선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법률 시행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으니, 이제는 국민의 노력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죽음" 자체보다 "고독"에 관심을 가져야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와의 단절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그들의 고독한 삶에 사소한 관심을 줘야 할 책무가 있다. 가장 효과적인 고독사 예방은 타인을 향한 관심이다.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 김완 대표는 지난 11월 12일 인터뷰를 통해 "고독사는 철저히 결과에 치중한 개념이며 고독이라는 수식어는 죽은 이가 아닌, 그를 바라보는 사회가 붙인 단어다. 결국 고독사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는 살아있는 사람들,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담배와 우유팩 등 다양한 쓰레기 더미가 쌓인 현장을 보면 이 상황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쌓이는 동안 사람이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나날이 발전하는 복지 제도 덕분에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체계는 보편화되어 모두가 누리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관계 및 소통의 단절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도와주기에 한계점이 존재한다. 소통의 단절이 심화되는 현 상황을 막기 위해 개인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며, 최종적으로 사회적 관계망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내비친 사소한 관심이 사회와의 관계를 연결해주고, 결국 단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단서로 사회적 고립에 주목하고, 그들을 둘러싼 존엄한 삶에 세심한 관심으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 고독사는 사회적 고립의 결과이며 우리는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고독한 삶에 주목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고독사 주제로 활동한 그들에게 관심조팀(이혜진, 김미희, 김애진, 김용훈, 변우재, 유다현, 이예진)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태그:#고독사, #사회적 고립, #관계망, #소통,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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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강의에서 고독사 주제로 GCP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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