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포스터

<소년심판> 포스터 ⓒ 넷플릭스 오리지날

 

은석은 아들을 잃었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장이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들을 사랑했던 마음 모두 고통으로 치환되어 그녀의 몸속에서 송곳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크기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하루 종일 울다가 잠들고, 깨면 다시 쓰러져서 울기를 반복했다. 과거의 일은 잊고 다시 시작하라는 말.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말. 위로 차 건너온 말들은 그녀 앞에서 목적 달성을 하지 못하고 무감각하게 쓸쓸히 흩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은석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을 차렸다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녀의 눈은 매서워졌고, 먹는 것 없이 몸이 야위어져 표독스럽게 변했다. 매사에 긍정적이던 말 또한 상대를 헤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 위에 날칼로운 논리로 무장해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녀의 직업은 판사였고 무장된 말과 글은 병든 세상을 따스한 손으로 어루만져주는 위로와 동정이 아니라 매서운 매스로 자르고 잘라내는 수술과도 같았다.

그녀의 아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죽었다. 어린아이들은 장난으로 벽돌을 떨어뜨렸다. 초등학교 반 친구였던 두 아이는 옥상에 올라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밑으로 죽음의 전령을 보냈다. 그 죽음은 은석의 아들 머리 위에 앉았다.

법정은 그들이 촉법소년이고, 초범이며, 반성하고 있다며 3분 만에 가벼운 벌을 내렸다. 소년재판은 속도전과 개화라는 신념을 가진 판사를 본 은석은 땅 밑으로 꺼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새사람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음을 느끼고 소년부 판사로 이직을 결심했다.

그렇게 심은석 판사는 소년부 재판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리기로 유명해졌다. 어느 자리에서 그녀가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했던 말이 소년부 재판을 맡는 판사의 자질에 어울리지 않다고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심은석 판사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소년재판이 속도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라고 생각했고, 매 사건마다 남들보다 두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용서와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고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환경과 개인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론은 그녀가 판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사건도 아이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조직화되고 더욱 악랄해져 가는 소년범죄. 혐오가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역겨운 냄새에 구역질이 나오듯 본능적으로 소년범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범죄심리학 교수가 말했듯이 우리가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며 선을 긋고 다른 존재로 인식하며 우리 스스로에게 정당함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이분법적인 사고와 혐오로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소년범으로부터 아이를 잃은 소년부 판사 심은석의 시각으로 소년범의 탄생과 사회가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심은석 역을 맡은 김혜수는 배역을 맡고 공부를 하면서 구조적인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법의 엄격함을 일러 규칙과 질서를 알려 주는 것,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사회성이 결여되는 것, 어른이 업을 대하는 태도, 개인에게 과도하게 지어지는 책임감, 심은석 판사의 비호감과 그 이면에 담긴 메시지, 안일함에 대한 분노와 인간의 한계에 대한 자괴감. 이 모든 것들이 깔려있는 드라마였다.

연구에 따르면, 소년범죄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 학교, 친구 그리고 개인의 심리적 불안이라고 한다.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며 또 무엇을 사회에 요구할 것인지 고민을 던져주었다.
소년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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