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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1구역에는 초등학교 절대 사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갈현1구역에는 초등학교 절대 사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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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에는 지난 달부터 "초등학교 절대 사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고 일부 재개발 조합원들은 학교부지 지키기에 나섰다.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의 이른바 '초품아'를 포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이 현수막이 걸린 이유는 최근 갈현1구역재개발조합에서 초등학교 부지를 해제하는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조합원들은 4천 세대 입주 예정인 갈현1동에 학교 하나 없는 게 말이나 되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화초 무산은 갈현1구역 학교부지 때문

2000년대부터 은평구 갈현동에는 초등학교 부족으로 인한 과밀학급 문제가 있었다. 갈현동에는 갈현초등학교 한 곳 밖에 없다보니 이곳에 거주하는 초등생이 전부 갈현초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갈현2동에서는 인근 구산동에 위치한 구산초등학교나 구현초등학교가 있지만 등굣길에 왕복 6차선의 서오릉로를 횡단해야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이 구산초, 구현초보다는 등굣길이 안전한 갈현초에 입학하길 희망했고 갈현초는 학급당 학생수가 높은 과밀학교로 남아있었다.

이에 주민들은 갈현초 과밀학급 문제를 제기하며 갈현1동에 학교신설을 요구했다. 2010년 전후만 해도 갈현1동과 인접해 있고 신도고등학교 바로 위에 (가칭)도화초등학교 부지가 있었다. 도화초는 은평뉴타운 사업 계획 중 하나였는데 2009년경부터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갈현1구역에 학교용지가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은 도화초 추진 사업을 철회했다.

이 때문에 갈현1구역 주민들은 구역내 초등학교 신설에 대한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도 은평구 16개 동 중 갈현1동에만 초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원거리 통학에 대한 우려가 있고 갈현초까지 가는 길목이 좁고 교통사고율도 높아 우려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있다.

학교 부지 면적 2배 확보 요구한 교육청
조합 측 "학생수 줄어드는데 학교부지 늘리는 것 말 안돼"


하지만 갈현1구역의 초기 계획과는 다르게 갈현1구역재개발 조합에서는 초등학교 부지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이유는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이 초기에 계획해둔 학교 부지가 너무 작아서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부지보다 2배 면적 확보를 요구했고 조합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된 학교용지는 7752m2(2344평) 규모였는데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초등 36학급과 병설유치원 3학급 규모의 적정면적인 15,315m2(4632.7평)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현재 확보부지의 2배 크기를 요구한 셈이다. 

시교육청의 요구에 대해 갈현1구역 조합 측은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데 학교 면적을 2배로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과도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보니 대의원대회를 열어 의견을 구했고 현재 학교부지 해제 수순을 밟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당초 계획보다 2배 많은 학교 용지 확보를 요구한 것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신설을 위해서 필요한 기준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신설을 위해서는 교육부가 마련한  '학교신증설교부기준'을 맞춰야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초등학교 36학급 학교를 위해서는 최소 14,220m2이 필요하다. 교육부 심사를 통과하는게 가장 중요한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학교 신설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정확히 이 기준을 맞추기에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지하 주차장을 확보한다거나 주변에 어린이공원을 확보하는 등 조건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경우 어느 정도 협의나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토지면적에 맞춰서 학급수를 축소한 학교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준상 18학급은 9210m2, 21학급은 9950m2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학생수도 많이 받기 어렵다. 240명 이하의 학교는 통∙폐합 대상이기 때문에 애초에 학교를 신설하려는 경우 통상적으로 최소 24학급 규모는 되어야 교육부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갈현1구역 (사진 : 정민구 기자)
 드론으로 촬영한 갈현1구역 (사진 :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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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에서 유일하게 학교가 없는 갈현1동
조합원들 "갈현1구역에 학교 없으면 1km 이상 통학해야"
인프라 없이 아파트만 있는 동네에 누가 살겠나 한탄도


학교 부지가 해제될 위기에 처하자 조합원들이 직접 학교부지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학교부지가 없어지게 되면 △갈현초까지 1km 도보 등교 △교통사고 위험도 증가 △콩나물교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조합원들은 먼저 '갈현1동 초등학교 설립을 위한 초등학교 지키기 운동' 동참 동의를 구하고 있다.

초등학교 지키기 운동에 동의한 조합원 A씨는 "사업을 저해하거나 지연시키려는 목적으로 학교를 짓자고 나서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겐 안전 문제이고 학부모에겐 안심하고 학교에 등교시킬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다. 4천세대가 들어서는데 갈현1동의 아이들을 다시 갈현초로 보내게 되면 콩나물 교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A씨는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현재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서 적정 수준의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다. 많은 조합원이 학교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조합, 은평구청, 서울시교육청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갈현1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통상 이런 경우 조합과 교육청이 협의와 조율을 통해 학교부지를 확보하려고 한다. 면적을 조금이라도 넓힌다든지 지하를 증축한다든지 해서 학교부지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런 협의 과정 없이 학교부지를 포기하고 아파트를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관계자는 "학교부지가 없으면 갈현1구역은 세대수만 많은 베드타운 밖에 안 된다. 지하철은 멀리 있고, 언덕에 위치해서 어르신들이 살기 어렵고, 학교같은 인프라가 없으면 젊은 부부가 들어와 살기도 어렵다. 결국 은평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갈현1구역의 한 조합원은 "학교 용지를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다 한들 조합원에게 크게 이익이 되지도 않는다. 학교를 만들어서 적어도 1개의 메리트가 있는 재개발 구역이 되어야 하진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갈현1∙2동 지역구의 양기열 은평구의원은 갈현1구역 재개발 이후 생겨날 교통문제와 연관지어 학교부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갈현로는 왕복 2차로로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는데 4천세대가 입주하면 교통체증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학교라도 단지 내에 있으면 학부모들이 차를 타고 아이들을 등∙하교 시켜주면서 생기는 차량 유입을 줄일 수 있을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학교 부지 해제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업 변경의 중대한 사항이 조합원 총회가 아닌 대의원대회로 결정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갈현1구역 조상희 조합원은 "학교용지를 해지하고 아파트를 짓는 것은 중대한 사업변경이고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대의원회의가 아니라 조합원 총회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며 절차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갈현동, #초등학교, #과밀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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