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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의 교육공약 전수평가. 모든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하고 평가하겠다는 내용으로 국민의힘 대선 정책공약집 225쪽에서 인용, 이 공약을 두고 일제고사 부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교육공약 전수평가. 모든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하고 평가하겠다는 내용으로 국민의힘 대선 정책공약집 225쪽에서 인용, 이 공약을 두고 일제고사 부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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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공약은 전수평가입니다. 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 14일에 교육정책 비전을 발표하면서 "학업성취도와 격차 파악을 위해 주기적인 전수 학력 검증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책공약집에서는 "모든 학생의 학력을 진단 평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를 활용한 학력진단 시스템"이고 "빅데이터 구축"입니다.

공약에는 '진단 없다'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원격수업으로 학습결손과 학력격차 심해졌지만, 학력을 진단하지 않으니 실태를 모른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으로 돌린 영향인 만큼, 전수평가를 하자는 것입니다.

얼핏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진단 없다' 인식이 틀렸습니다. 진단은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기초학력 도달 여부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학년초에 기초학력 진단을 실시합니다.

작년 2021년의 경우에는 전국 초중고 중에서 96.3%의 학교가 기초학력 진단을 했습니다. 선생님의 관찰과 상담, 학생부, 교사별 진단도구, AI 학습진단시스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등 방식은 다양합니다.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진단보정 시스템으로 88.6%입니다. 진단보정 시스템의 결과를 공개하는 교육청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행여 누군가 '진단 없다'고 말하면 가짜뉴스입니다. 특정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말입니다. 진단은 지금처럼 다양한 것이 좋습니다. 학생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시험지로 하는 '일제고사'는 오히려 한 쪽 면만 파악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약의 또 다른 문제점은 2개를 섞어 놨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학년초에 기초학력 진단을 하고 9월 경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합니다. 이 중에서 무엇을 전수로 하겠다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약 9월 경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로 바꾸게 되면, '3월 상당수 학교의 진단, 9월 전수평가' 모양새가 됩니다. 과도합니다. 학교는 다른 학교들과 불필요한 성적 경쟁을 하고, 우리네 가정은 사교육비를 늘려야 할지 모릅니다.

모든 학생의 학력으로 '빅데이터 구축'하겠다는 부분도 악용의 소지가 있습니다. 학력진단 시스템에서 성적 정보를, 그 시스템이나 또 다른 플랫폼에서 공부습관 정보를 모으면, 빅데이터는 학생 맞춤교육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돈벌이 수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궁금하다

더구나 학업성취도 평가는 바뀌고 있습니다. 시험지를 풀던 방식에서 올해부터 컴퓨터 기반 평가(CBT)로 바뀌고 문항도 좋아집니다. 중고등학교 2학년 표집 3%는 유지하되 다른 학교들도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상 학년은 점차 늘어나고 평가기간은 다양해집니다.

'표집+자율평가' 형태입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처럼 부모찬스도 분석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PISA는 표집 학생들에게 부모 학력과 직업 등을 컴퓨터로 클릭하게 합니다. 학부모에게는 연간 소득과 교육비 지출액을 묻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가정의 경제사회문화 지위가 학생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지 보여줍니다. 부모찬스의 힘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분석입니다.

새 정부가 이 방향으로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만약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한 날 한 시에 하나의 시험지를 푸는 일제고사 방식을 도입한다면, 부모찬스 규명은 커녕 줄세우기 시험으로 인한 사회갈등이 불가피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2월 14일 교육정책 비전 발표에서 "평가와 줄세우기 차원이 아닌"이라고 말했습니다. 발언대로 할 것인지 인수위가 마련하는 국정과제 또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궁금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윤석열, #학업성취도 평가, #학력 진단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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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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