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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 밸리 '샌드박스'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 <스타트업>을 본 적이 있는가? IT 비전공자인 내게 있어서 월드 IT쇼는 그 드라마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극중 주인공의 스타트업 '삼산텍'은 '샌드박스'에서 '머신러닝으로 필적 위조를 감별하는 기술'을 선보여 창업멘토와 투자자를 모아 성장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용 가이드 앱 '눈길'을 개발해 세계적인 그룹과의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드라마이기에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겠으나, 분명 월드 IT쇼와 유사한 부분도 있었다.

차기 '삼산텍'들의 '샌드박스', 월드 IT쇼

월드 IT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국내 최대 규모의 ICT 전시회로 지난 4월 20일(수)부터 22일(금)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참가자에는 대학교, 스타트업, 중소기업뿐 아니라 삼성, LG와 같은 유명 대기업도 포함되었고, 방문객은 주로 ICT 종사자 또는 국내외 바이어들이었다. 전문가들끼리 만난만큼 상용화 가능성과 생산비를 논하는 대화가 많이 오갔고,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도 목격되곤 했다. 언택트 기술, AI, IoT&ICT 융합 서비스, 디지털 트윈&메타버스, 스마트 디바이스, 사이버 보안&블록체인으로 전시 품목도 다양해 종사하고 싶은 업계가 뚜렷한 사람에겐 분명 양질의 정보를 얻어갈 기회가 됐을 것이다.[1]

월드 IT쇼 부대행사 역시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바이어와의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 전시회라 대학생의 출입을 22일(금) 하루로 제한했는데, 그에 맞게 행사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만 방문하는 20일(수)과 21일(목)에는 'ICT, 미래세상으로의 통로(ICT, the Way to Future)'라는 주제로 다양한 회사의 대표 및 이사들의 강연이 준비되었고, ICT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도 방문하는 22일(금)에는 'AI기반 브이로그 자동 편집 APP'이나 '디지털트윈 기술이 활용된 로봇 커스터마이즈 o2o 플랫폼' 등 일반인도 관심을 가질 만한 신기술이 소개되었다. ICT에 종사하는 사람과 관심이 있는 사람을 모두 만족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행사였다.[2]

"기업이 개발한 '눈길'들"

규모가 큰 행사였던 만큼 주목할 만한 기술이 많았다. 필자에겐 넥스트온사의 '전통식 딸기 농사의 100배 효율을 낼 수 있는 수직 딸기 재배 스마트팜 기술'과 SK사의 '4D 메타버스 체험'이 흥미로웠다. 후자의 경우 예약 당시 180팀이 대기중이어서 체험을 못 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렇듯 정말 많은 기술이 있었으나 제일 관심이 갔던 것은 스마트 의료 복지 기술이었다.

고령사회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노인 복지는 필수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1∼2020년) 한국의 고령화 속도(4.4%) 가 OECD평균(2.6%)의 약 2배 가까이로 가장 빠르며, 2018년 기준 노인빈곤율(43.4%) 도 OECD평균(14.8%)의 약 3배에 달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현 시점에서 노화에 의한 질병에 도움을 주는 저렴하고 쉬운 기술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3]

SK 텔레콤에서 이에 대응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바로 휴대폰 어플 '설리번플러스X누구(NUGU)' 이다. 설리번플러스는 국내에서 유일한 AI 기반 시각보조 음성안내 어플로, 어플을 켜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거나 사진을 삽입하면 이미지를 묘사해준다. SK 텔레콤 측은 월드 IT쇼에서 스마트폰을 AI 스피커 '누구(NUGU)'와 연결시켜 "아리아, 이미지 묘사 부탁해" 라고 말하면 카메라 렌즈로 인식한 사물이 무엇인지 구술해주는 모습을 통해 어플의 음성인식기술과 사물인식기술을 동시에 선보였다. [4]

설리번플러스는 이미 출시된 어플이라 필자의 스마트폰으로도 설치가 가능했다. 이용해본 결과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바로 정돈된 배경에 놓인 형태가 분명한 하나의 사물을 인식하면 됐던 월드 IT쇼의 인위적인 환경에서의 인식 정확도와는 달리 일상에서는 인식 정확도가 낮다는 점이었다. 일상에서의 설리번플러스는 사물이 여러 개 이상 등장하는 화면에서 한 두 개의 사물에 대해서만 구술하는가 하면 샤프심 케이스를 '게임기의 상자'로 인식하기도 했다. 사물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빅데이터 구축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pdf 리딩이나 문서 인식처럼 활자와 관련된 기술에 있어서 거의 오류가 없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으로 보인다.
 
어플 '설리번플러스'가 샤프심 케이스를 게임기의 상자로 인식한 모습이다.
 어플 "설리번플러스"가 샤프심 케이스를 게임기의 상자로 인식한 모습이다.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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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서도 의료기술을 선보였다. 바로 이동 약자를 위한 '전동휠체어'이다. 이 휠체어는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는 직관적인 디자인이라 조작이 쉽고, 초음파 센서를 탑재하여 이동 중 전방에 장애물이나 사람이 나타날 경우 충돌 방지를 위해 알아서 멈추도록 하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회전이 쉽다는 점이다. 기존 휠체어의 경우 180° 회전을 위해서는 휠체어를 계속해서 앞뒤로 움직여야 해서 좁은 공간에서는 회전이 불가능했는데, 전동휠체어는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쉽게 회전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최대 하중이 130kg인 점, 3시간 충전 시 최대속도(8km/h)로 50km 주행 가능하다는 점 등 KT 전동휠체어의 장점은 많다.[5]
 
월드 ICT쇼에서 본 KT사의 전동휠체어의 모습이다.
 월드 ICT쇼에서 본 KT사의 전동휠체어의 모습이다.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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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은 역시나 비용문제이다. 전동휠체어의 타깃층이 이동 약자임을 고려했을 때 치명적인 문제이다. 기존의 타사 전동휠체어조차 일반휠체어 가격의 10배정도인 것을 생각했을 때, KT 전동휠체어의 민영화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국가 주관 하에 공공시설에 보급하는 것이 가장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는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동휠체어 개발을 총괄한 조영빈 KT 기업IoT플랫폼사업팀 차장도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병원, 관공서, 요양시설 등을 대상으로 IoT 전동휠체어와 자동보조주행 AIoT 전동휠체어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6]

대기업 외에 다른 기업에서도 의료기술에 주목했다. 월드 IT쇼에서는 kist사의 생각만으로 일상생활 및 보행보조기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keti사의 인공지능기반 수어인식 기술, ㈜셀리코사의 시각장애환자를 위한 뉴로모픽 전자눈 장치 등 흥미로운 의료 기술들이 소개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의료 체계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ICT 전공자라면 내년을 노려보자"

월드 IT쇼는 올해로 14번째인 연례 행사이다. 비록 비전공자인 필자는 다양한 기술에 흥미로워하는 데에 그쳤으나, 관련 종사자라면 분명 트렌드를 읽고 영감을 얻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도 내년 4월은 월드 IT쇼와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원래는 1만 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나, 사전 예약 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내년 4월에 월드 IT쇼 홈페이지를 찾아볼 것을 권장한다.

[참고]
[1]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73064
이코노믹 리뷰, [ER포토]월드IT쇼 사람들로 '북적북적', 박재성 기자, 2022.04.21.18:28 작성, 2022.04.29.23:22 열람
[2] 월드 IT쇼에서 제공한 팜플렛 참고
[3] http://www.keri.org/web/www/news_02?p_p_id=EXT_BBS&p_p_lifecycle=0&p_p_state=normal&p_p_mode=view&_EXT_BBS_struts_action=%2Fext%2Fbbs%2Fview_message&_EXT_BBS_messageId=356132
한국경제연구원홈페이지>KERI소식>보도자료>한국, 고령화속도 가장 빠른데 노인빈곤율은 이미 OECD 1위, 2021.02.17 등록, 2022.04.29.23:25 열람
[4] https://news.sktelecom.com/177245
SK 텔레콤 뉴스룸>ESG>ESG LIVE>시각장애인 글 읽기,쇼핑 돕는 AI... 투아트xSKT가 이룬 기적
[5] https://m.inews24.com/v/1456706
아이뉴스24, KT 통신 만난 전동휠체어…이동약자 '안전+편의' 잡았다 [MWC2022], 심지혜 기자, 입력 2022.03.03 오전 8:00, 수정 2022.03.03 오후 3:16,  2022.04.29.23:31 열람
[6] https://www.ajunews.com/view/20220301160816874
아주경제, [인터뷰] '이동 약자와의 동행' 선언한 KT..."가볍고 똑똑한 AI휠체어 써보세요", 신승훈 기자, 입력 2022-03-02 09:00, 열람 2022.04.29.23:33

 

태그:#월드IT쇼, #후기, #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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