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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을 했던 사람이 '인쇄인들을 위하고 시민들에게 인쇄문화를 알리기 위한' 서울인쇄센터를 지난 3월부터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공공 기관을 운영하면서 공간을 꾸리는 일, 시민들을 대하는 순간들을 소소하게 일지 형식으로 담아내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지난주부터 센터에 있는 장비에 대한 영상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 영상 매뉴얼의 화면 캡처.  지난주부터 센터에 있는 장비에 대한 영상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 최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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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쇄센터에 있는 장비에 대한 영상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까지 모두 5가지 장비에 대한 영상 6개를 올렸다. 덕분에 센터 직원들은 난데없이 카메라 앞에 서서 밥 로스 흉내를 내야만 했다. '어때요. 참 쉽죠?'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 장비들의 조작은 어렵지 않다. 제일 처음 올렸던 '디지털 인쇄기 - 단면 인쇄' 편은 단 클릭 세 번으로 인쇄가 끝난다. 이어지는 양면 인쇄는 거기에 클릭 하나가 더 들어가고, 재단기와 오시기(접는 선 만드는 기계)도 버튼 조작 몇 번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아마 영상을 보는 이들은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게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경고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인쇄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만약 영상을 보고 정말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책으로 스키를 배우고 익스프레스 코스에 오르려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위안이 된다면 스키처럼 다리가 부러질 일은 없다는 정도일까?

인쇄는 균형을 이룬 모빌 같다. 많게는 십여 개의 공정 중 하나에서 실수가 생기면 와르르 무너진다. 애써 수천 장 인쇄하고 깔끔하게 잘라놨더니 4단 접지를 3단으로 해버렸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간과 돈을 들여 반복해야 하는 것이 인쇄다.

그뿐인가? 영상에 소개된 장비를 다루는 모습이 1할이라면, 9할은 오작동 없이 최적의 성과를 내도록 재료와 어울리는 적절한 설정값을 입력하고, 잦은 오작동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일, 오작동이 일어나지 않게 성실히 관리하는 일이다. 그러니 인쇄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말은 아무리 해도 잔소리 같지 않다.

그럼 '인쇄 쉽네, 재밌네'는 떡밥이냐고 할만하다. 반은 맞는 얘기다. 우선 대중들에게 인쇄가 참 쉽고 일상 가까이에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센터 문을 열어놓으니 들르는 이들이 부쩍 늘었는데 그중에 태반이 '복사와 출력'을 하려는 이들이다. 특히 인근에 광희동 다문화 거리가 있어 그런지 출입국 관리소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가지고 오는 외국인들이 꽤 많다. 예전 같으면 '복삿집'이 동네 하나씩 있거나 그게 없으면 문구점에서 복사해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집들이 드물어지다 보니 집과 일터에 컴퓨터와 프린터가 없으면 도무지 출력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된 이들이 꽤 많다. 그런 이들이 '서울인쇄센터'의 영문중 'printing'이라는 글자를 보고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 간단한 서류 출력하는 거나 우리가 '인쇄물'이라고 하는 것들을 인쇄하는 거나 모두 영어로 'print'지.' 일상의 필요에 의해서 가볍게 복사집에 들러 출력하는 것처럼 우리가 '인쇄물'이라고 하는 것들도 쉽게 구상하고 편하게 인쇄소에 들러 인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게 또 '다품종 소량 생산' 'Print on Demand' 방식으로 변화하는 인쇄업에도 맞는 변화이기도 하고.
 
영상에 소개된 조작법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세심하고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 영상 매뉴얼의 일부 영상에 소개된 조작법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제대로 기능하게 하려면 세심하고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 최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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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만든 두 번째 이유는 '말문을 트기 위해서'다. 실제 인쇄를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건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들은 숙련된 인쇄인들이 다 알아서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인쇄인을 전혀 만나지 않고도 인쇄물을 만들 수 있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조금 더 까다롭게 색을 고르고, 인쇄의 품질을 살피려고 하는 이들에게 인쇄소는 미지의 공간이고 마치 통역이라도 필요할 것 같은 공간이다. 그 속살을 보여주면서 인쇄인들의 작업 방식과 언어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냥 '내가 의도한 색이 아닌데요'가 아니라 '내가 쓴 컬러 프로파일에 맞춰주세요'라고 하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만든 영상은 간단한 장비 사용법 위주이지만, 점차 까다로운 조작도 소개할 예정이다. 인쇄물 종류별로 영상을 구성해놓았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인쇄물별로 찾아보면 된다. 영상을 보다가 자기만의 책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제일 보람이 있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같은 글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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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네트워크(사) 대표. 문화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현장에 들어가 지역 이름을 걸고 시민대학을 만드는 'OO(땡땡)은대학' 프로그램을 10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서울인쇄센터를 운영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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