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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에서 화제가 된 <범죄자 신고했는데 회사에서 왕따당하네요> 글 캡처
 네이트판에서 화제가 된 <범죄자 신고했는데 회사에서 왕따당하네요> 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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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노점상을 운영하는 중학생을 신고했다가 회사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한 누리꾼의 글이 일부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글쓴이가 '노점상 단속'을 요청했다고 지목한 구청에서는 "민원을 받거나 단속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범죄자 신고했는데 회사에서 왕따당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회사 앞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노점을 이어받아 붕어빵과 토스트를 파는 16세 아이가 있다며, "저는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직원분들이 자주 가기도 하고 불쌍해서 사주는 건데도 서비스도 별로 주지도 않고 그리고 제가 좀 깔끔한 편이여서 길거리 음식 잘 안 먹는다"라며 "국민신문고에 글 써봤는데 결국은 시청 직원들이 와서 그 아이가 하는 포장마차 더 이상 안 왔다"라고 썼다. 

작성자는 "불법노점상 단속, 식품위생 위반 등등으로 신고를 해서 결과는 잘 모르지만 포장마차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 주말에 회사 직원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했더니 전부 다 저를 싸이코패스라고 욕하고 밥 먹다 갔다"라며 이후 회사에서 '왕따'를 겪고 있으며,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글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5일 작성자는 "저는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나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으며 이해받을 생각 또한 없다. 저 역시 제가 네이트판에 글을 쓴 것이 사내에 소문이 나고 왕따를 당하겠지만 글을 지우지 않을 거고 당당히 책임을 지면서 세상의 풍파를 맞설 겁니다"라며 누리꾼들의 의견에 반박하는 글을 재차 작성했다.

이 글은 온라인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아 며칠 사이에 <조부 잃고 노점상서 토스트 판 10대 신고한 회사원... "속 시원하냐" 뭇매>(뉴스1), <"범죄사 신고했는데 회사서 왕따 당합니다"(세계일보), "노점서 토스트 팔던 10대 신고했다고 왕따... 억울해>(국민일보) 등을 통해 기사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쓴이가 국민신문고 사이트 캡처를 올리며 '단속 요청'을 했다고 밝힌 대전 서구청은 해당 글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노점 단속 및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대전 서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늘 화제가 됐다고 해서 확인해봤다. 국민신문고에는 그러한 내용의 민원이 들어온 적이 없으며, 단속원들 역시 최근에 (글에서 언급하는) 노점을 치운 일이 없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글쓴이가 국민신문고에 신고한 근거라며 올린 캡처. 아래에 '대전시 서구'에 단속을 요청한 것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대전 서구청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통해 들어온 관련 민원이 없다"라고 밝혔다.
 글쓴이가 국민신문고에 신고한 근거라며 올린 캡처. 아래에 "대전시 서구"에 단속을 요청한 것으로 적혀있다. 그러나 대전 서구청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통해 들어온 관련 민원이 없다"라고 밝혔다.
ⓒ 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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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지 않고 쓰는 기사, 부끄러움 느껴야"

이미 일각에서는 글쓴이가 처음 올린 글 속에 포함된 포장마차 사진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사진이라는 점, 나아가 글쓴이의 신상을 알고 있다는 댓글 중에 "글쓴이분 S대 졸업하고 판사로 일하다가 '우리 회사 법무부'로 이직한 거임"이라는 황당한 언급도 나오면서 소위 '조작글'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던 터였다.

문제는 '진실'을 전해야 하는 언론마저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커뮤니티 글을 어떠한 취재도 없이 무분별하게 기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커뮤니티 글을 기사화했다.
 언론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커뮤니티 글을 기사화했다.
ⓒ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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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에는 수많은 언론사가 '짧은 옷차림(핫팬츠) 입은 여성 승객이 쓰러졌는데 성추행범으로 오인받을까봐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글을 취재 없이 기사화하면서 오히려 젠더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젊은 여성이 지하철에서 쓰러진 것은 사실이나, 남성 승객과 서울교통공사의 남성 직원이 함께 열차 밖으로 호송했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밝혀졌다(관련 기사: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 승객, 남성들도 도왔다"http://omn.kr/1ud3s).

언론들이 커뮤니티 글을 별도의 취재 없이 무분별하게 받아 쓰는 것에 대해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언론들이) 근거없는 커뮤니티 글을 기사화하면서 여론을 상당히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특히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때는 오보임에도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언론 내부적으로도 취재하지 않는 기사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라며 "한국신문윤리위원회에서 커뮤니티 글을 베껴 쓴 보도에 대해서 신고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노점상, #토스트,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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