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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학동참사가 발생했던 오후 4시 22분에 맞춰 추모식 참석자들이 1분간 묵념을 올렸다.
 9일, 학동참사가 발생했던 오후 4시 22분에 맞춰 추모식 참석자들이 1분간 묵념을 올렸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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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참사'가 1주기를 맞았다. 지난해 6월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운림54번)를 덮쳤다. 이 사고로 사망자 9명, 부상자 8명 등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모두 운림54번 탑승객이었다.

사고 1주기를 맞은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현장은 여전히 방치돼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사고 현장에서 열린 1주기 추모식은 광주시와 광주 동구가 주최했다. 오후 4시 22분, 참사가 발생한 시각에는 참석자들이 1분간 묵념하며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추모사에서 "지난해 오늘 이 시간, 상상할 수 없는 참담한 사고가 우리 광주에서 발생했다.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에 괴롭고 힘들다"며 "특히 재개발 사업이나 철거 공사와 관계없는 순수한 시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희생되어, 우리 시민들의 충격이 깊고도 깊다"고 애도했다.

이 시장은 이어 "추모행사, 추모공간 조성 등을 위한 근거를 마련해 두었다. 우리 시는 아물지 않은 그날의 상처를 함께 나누면서 고인들의 넋을 기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6월 9일'을 학동 참사 추모일로 지정하거나 현장에 추모공간을 조성하는 등의 추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광주시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사회적 재난 발생 시 추모일 지정 및 추모 공간 조성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해 뒀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 추모공간 마련을 요청한 유족 요구와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 입장이 엇갈려 관련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방치돼 있는 학동참사 현장
 방치돼 있는 학동참사 현장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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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광역시장에 이어 김용집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임택 광주 동구청장이 차례로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후 유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이진의씨가 굳은 표정으로 담담히 추모사를 낭독했다.

"참사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그 원통함은 커져만 갑니다. 매일 밤 눈물로 삼키던 고인들에 대한 그리움과 설움은 처음 생긴 그 자리 그대로 뿌리내려 크게 부풀고, 비극적인 사고 이후 몸과 마음 이곳저곳에 생긴 상처들은 아물 틈도 없이 계속 벌어져만 갑니다. 다음주 목요일이 어머니 기일이다, 라고 하면 (주변 분들이) 아 벌써 1년이 지났구나 하고 놀라워하십니다.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어떤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먹으며 견뎠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휩싸인 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분들이 재가 되기 전에 허락되었던 짧게나마 주어진 이별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분들은 일말의 저항도 허락하지 않은 거대 건축 쓰레기에 짓눌려 그렇게 눈을 감았습니다. 그래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분들을 안아주고 싶고 만지고 싶고 상처 난 곳을 언제까지고 어루만져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악몽이라 하더라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이진의씨는 학동 참사 발생 7개월 만에 또다시 무고한 시민 6명의 생명을 앗아간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언급했다. 지난 1월 11일 발생한 화정동 참사로 공사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등 6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의자들은 진술 번복하거나 반성하는 모습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학동참사 추모식에서 유족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9일 학동참사 추모식에서 유족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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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참사 이후 가족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심지어 일부는 생업마저 포기한 채 더 이상 이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인재 사고는 없어야 한다, 우리 이웃을, 사람을 지켜달라 외쳤습니다.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현재 건설 중인 현장의 안전사고에 대한 감시와 경고를 확실히 하라, 열심히 목소리를 내며 싸웠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여섯 분의 무고한 시민이 화정동 참사로 고인이 되었습니다. 화정동 참사가 발생한 후 저희 유가족은 다시 한번 극도의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죄송했습니다. 화정동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삼가 여섯 분의 명복을 빕니다. 그 유가족분들께도 감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동참사 1주기 추모식에 화정아이파크피해상가 대책위 측이 조화를 보냈다.
 학동참사 1주기 추모식에 화정아이파크피해상가 대책위 측이 조화를 보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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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동 참사 1주기를 맞아 성명을 발표한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는 "우리는 남겨진 가족들과 부상자들이 견뎌냈을 1년 동안의 고통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유가족들이 내미는 손을 굳게 맞잡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주 공동체가 여전히 충격과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참사 책임자들의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고 원인에 대한 국토부 공식 조사를 부정하고 국토부와 서울시의 행정처분 조치에 항소로 응답했다"고 비판했다.

이진의씨는 참사 책임자 처벌 문제를 언급하며 "1년이 지난 지금 학동 참사 사건 책임자에 대한 재판은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피의자들은 진술을 번복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며 "유가족과 시민들이 지목한 가해자들 상당수가 이미 책임과 처벌을 면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연히 주어질 것이라 믿었던 추모공간 역시 이런저런 이유로 난항에 봉착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1천여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그 자리 위에 초호화 아파트가 들어선 역사가 우리에게 다시 반복될 것 같아 원통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태그:#학동참사, #1주기 추모식,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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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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